DTI 규제 완화..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나
[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가계부채 확대+집값 안정 추세 저해" 우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인 2006년 3월30일에 도입됐다.
투기지역 내 6억 원 초과 고가아파트를 구입할 때 소득의 40% 이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자 투기지역 해제 등을 통해 DTI 규제를 완화했다가 집값이 뛸 조짐을 보이자 지난해 9월 다시 강화했다.
◇목소리 커지는 DTI 완화론 =
그러나 최근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건설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토해양부의 6월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는 3만454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던 지난해 2월(2만8741건)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새집으로 옮겨 가려던 실수요자들이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사례도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동산업계는 DTI 규제완화 등 정부가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DTI 규제 완화를 하지 않는 대신 실수요자들의 거래 편의를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거래를 활성화하면서도 집값 안정을 도모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당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내보인 이유는 가계부채 문제가 확대될 수 있고, 현재의 집값 안정 추세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DTI 완화? 가계부채는 어쩌라고 =
거래 활성화를 위해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는 부동산시장만 놓고 보면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전체 경제를 고려할 때 적절치 못하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한 발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과감히 완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 위원장은 "가계부채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인데 이것의 근간이 주로 중산층 이상"이라며 "가계 부채의 수준이나 내용으로 볼 때 상당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863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DTI를 완화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수 밖 에 없다. 게다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상했고 추가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어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으로선 가계부채 확대와 이자부담 증가 등 가계와 금융부문의 건전성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DTI 풀면 집값 상승도 풀린다 =
DTI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에 대한 염려도 크다. 거래활성화를 위해 섣불리 DTI를 풀었다가 자칫 집값이 뛰기라도 하면 친서민 정책기조를 유지해 온 정부에 타격이 될 수 밖 에 없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의 출발점은 집값 안정과 연착륙"이라며 "DTI 완화를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나 금융위 등은 DTI를 손대지 않으면서 실수요자의 거래불편을 해소하는 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국토부나 부동산업계는 그 같은 소극적인 대응책으로는 현재의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즉 정부가 준비중인 △전용 85㎡ 초과주택의 국민주택기금 지원 또는 금리 인하 △관리처분신탁과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대한 현물 출자 △양도세 중과 감면 기간 연장 등의 조치로는 부족하며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DTI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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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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