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청소하다 ''병 얻는다''

문병희 2010. 7. 1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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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하 고대병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이모씨는 "청소를 하다가 주사바늘에 찔리기라도 하면 당장 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10여만원이나 되는 치료비를 직접 부담하기에 너무 부담이 돼 집에 가서 연고를 바르는 게 전부다"고 털어놨다.

이 같이 일반 청소노동자와 노동환경이 다른 병원 청소노동자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위험에 노출될 빈도가 높지만 막상 노동환경은 열악하지 그지없어 이들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8일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는 고대병원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74명 중 53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에서 58.5%가 일하다가 다친 경험이 있었다.

부상의 종류로는 주사바늘에 찔리는 경우가 42.8%로 가장 많았고 관절부위의 꺽임 및 삐임이 28.7%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일하다가 다치고도 58.6%가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집에서 치료한다고 답했다.

또 출근시간의 경우 취업규칙상 오전 6시까지 출근이지만 설문에 응답한 50명중 49명은 조기출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조기출근하는 시간은 평균 68.2분으로 거의 대부분 4~5시에 출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이유로 100%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고대병원 김윤희 청소노동자 대표는 "밥차가 7시20분에 올라오는데 화물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그 전에 쓰레기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며 "쓰레기를 반출하는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려 일찍 출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조기출근으로 인해 하루에 두 끼를 병원에서 해결해야 하지만 86%가 한 끼는 회사에서 지원되지 않는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시락을 이용하는 경우 66.7%가 ps실을 이용하고 심지어 일부 노동자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ps실은 건물의 배관이나 전선이 내려가는 곳으로 각종 소음, 먼지 등으로 식사나 휴식에 전혀 적합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현재 청소노동자들은 이곳에 청소 도구 보관이나 휴식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씨는 "고대병원이 JCI 실사를 받을 당시에는 보름간 ps실을 폐쇄해 모든 청소 도구를 지하에 갖다 놓고 일을 하는 것은 물론 심사위원이 언제 올지 몰라 항상 자리를 지키고 휴식도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실사기간 동안 퇴근시간도 30분 연장해 근무했지만 연장수당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고대병원은 청소의 경우 하청을 주기 때문에 병원이 나서서 청소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고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청소업체와 계약을 한 이상 청소노동자와 관련된 사항은 청소업체와 얘기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ps실 이용과 관련해서는 "ps실은 청소도구만 놓게 돼 있다"며 "그곳에서 쉬거나 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 ps실을 폐쇄할 계획이었는데 여러 여건상 청소도구만 놓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병원의 청소노동자 노동환경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하청을 준 이상 그들을 제식구가 아니라 남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란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서비스노조 류남미 실장은 "청소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들어 원청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한다"며 "청소노동자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발단은 이 같은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측은 이번 고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투쟁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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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제휴사 / 메디컬투데이 문병희 기자 ( bhmoon@mdtoday.co.kr) 관련기사관능미 넘치는 민효린 몸매 원한다면 "바르는 PPC, 포스파딜로 도전하자"피부과 에선 어떤 화장품 쓸까?비키니 시즌 앞두고 '눈썹없는 생얼' 어떡해?병원 청소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해주세요"청소노동자 "우리는 유령 취급 당한다"경영계 30원 인상…양대노총 "노동자 생각은 했나"청소노동자, 월기본급 89만…여성비율 81%동아대 병원노조, 19일 파업돌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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