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찍은 김석준 회장이 만든 '기적'
[[머니위크 CEO In & Out]김석준 쌍용건설 회장]'21세기 건축의 기적, 또 하나의 세계적인 랜드마크 탄생'지난 6월23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의 그랜드 오픈 행사에서 쏟아진 찬사다. 대상은 독특한 디자인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다. 두장의 카드가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의 건물 3개와 이들을 잇는 지상 200m 높이의 거대한 배 모양의 스카이 파크가 올라선 독특한 경관이 참석자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착공 2년 3개월만에 웅장한 자태를 뽐낸 자리에서 유독 남다른 감회에 젖은 인물이 있다. 바로 쌍용건설의 김석준 회장이다.
◆ 회장이지만 세일즈맨처럼
지난 2006년 11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입찰을 앞두고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57)은 평소에도 지니고 다니던 회사 홍보책자를 조지 타나시제비치 마리나 베이 샌즈사 싱가포르 법인장 앞에 펼쳐보였다. 그리고 회사의 다양한 해외 실적과 싱가포르에서의 활약상을 마치 현장 판매원처럼 하나씩 설명했다. 김 회장의 열의에 감복한 싱가포르 법인장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후 김 회장은 해외 출장이 잡힐 때마다 싱가포르 일정을 빼놓지 않았다. 발주처를 찾아가 인사를 하고 쌍용건설이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발주처를 찾았던 김 회장은 약속한 인사가 허리 통증으로 출근을 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즉시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인사의 집으로 직접 찾아갔다. 회장이 직접 집으로 병문안을 온 것에 감동한 발주처 인사는 후에 공사담당 임원까지 집으로 초대하며 화답했다.
이 자리를 통해 김 회장은 발주처에게 쌍용건설의 시공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갖는다. 마리나 베이 샌즈사의 쌍용건설 본사 방문을 약속받은 것. 이후 샌즈사 임원들은 서울을 찾아 잠실 파크리오, 지하철 9호선 공사현장 등을 돌며 쌍용건설의 현장경험과 기술력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후 까다로운 협의과정은 오히려 쉬운 편이었다. 2008년 5월부터 6차례에 걸친 가격 제출, 총 25회의 실무 미팅 과정에서 쌍용건설은 공법, 공사범위, 기간, 계약조건, 금액 등에 대한 발주처의 까다로운 요구에 완벽한 답변을 제시했다. 물론 이 모든 수주과정을 진두지휘한 수장은 김 회장이었다.
◆ 단일 건축물로 최대 규모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공사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 개발의 메인 프로젝트로, 공사금액만 6억8600만달러(약 9000억원)에 이른다. 호텔 규모는 지하 3층 지상 55층 3개동으로 객실수는 2561실이다. 3개의 수영장과 전망대 등이 있는 스카이 파크는 에펠탑보다 23m가 길고 축구장의 2배 면적이다.
9000억원짜리 공사를 따내기 위한 본 입찰 과정은 세계 대형 건설사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였다. 쌍용건설을 비롯해 일본의 시미즈, 프랑스의 드라가지, 홍콩의 개몬 등 4개사가 본격적인 수주전에 돌입했다. 최종 입찰까지 화교계 기업으로 마카오 카지노 리조트를 완공한 홍콩의 개몬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뒤집혔다. 2007년 9월 최저가격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쌍용건설이 최종 시공자로 선정됐다. 한국의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건축 프로젝트를 쌍용건설이 따낸 것이다.
이 프로젝트 수주는 쌍용건설의 시공능력과 더불어 김 회장의 신뢰 경영이 바탕이 됐다. 특히 김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와 발로 뛰는 세일즈 철학이 시공자 선정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이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으면서 쌓은 화교 인맥은 국내 최고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최대 기업인 홍릉구릅 오너와는 '브라더'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 밤잠 설치며 이룬 대업
김 회장은 시공권을 따냈지만 닥쳐올 어려움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대 52도나 기울어진 난공사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3층에서 양쪽이 만나기 전까지 기울어진 형태로 쌓아올려야 하는 어려운 기술이었다. 그래서 생긴 별칭도 '세상에서 가장 시공하기 어려운 건축물'이었다.
설계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해비타트67을 설계한 인물로 유명한 모셰 샤프디가 맡았다. 샌즈 호텔이 카지노와 관련된 건물이라는 것에 착안해 마치 트럼프 카드 두장을 서로 기대 세운 듯한 들 입(入)자 모양의 건축물이었다. 싱가포르의 관문을 상징하는 만큼 세상에 하나뿐인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어려운 설계를 확인한 2개사가 본입찰 과정에서 시공에 난색을 표하며 입찰을 포기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 회장은 "오죽하면 designer`s dream is builder`s nightmare(설계사의 꿈은 곧 시공자의 악몽)이란 말이 있겠느냐"는 말로 시공과정의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 회장에게 두개의 건물이 서로 지지하는 1년간의 기간은 다시는 회상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세계 건축업계는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공정을 맡은 협력업체들도 손을 들고 나가기를 세 차례나 거듭했다.
협력업체가 공정 포기를 선언하면서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던 김 회장이었지만 그의 몸 속에 흐르는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해병대 정신으로 이를 악물었다. 결국 1년 여 만에 두개의 건물을 지상 70m의 높이에서 하나로 연결시켰고, 업계의 우려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예비 발주처들이 현장견학을 위해 줄을 서고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년 3개월간의 난공사를 끝낸 지난달 23일 김 회장은 강한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했다."앞으로는 해외 입찰에서 일일이 우리 회사를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적과 기술력은 이번 프로젝트로 입증됐으니까요."
< 약력 > △1971년 고려대 경영학과 입학 △1975년 해병대 만기 제대 △1977년 (주)쌍용 기획조정실 △1978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83년 쌍용건설 대표이사 사장 △1995년 쌍용그룹 회장 △1998년 쌍용건설 대표이사 △2006년 3월 쌍용건설 회장(대표이사 사퇴) △2010년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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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기자 tellmetoday@<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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