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가 '애물단지'..계약해지 요구 봇물

2010. 7.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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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 하늘도시.한강신도시 등 아파트 분양 포기 속출

땅값 연체액만 '2조원'..분양시장 침체 등 원인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건설사들이 안정적인 아파트 건설부지로 선호해온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지구내 공동주택용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값싼 보금자리주택 분양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도시기반시설 등 미비로 아파트를 짓고 싶어도 못하는 곳이 늘어난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한 때 '분양성이 보장되는 노른자위 땅'에 비유됐던 공공택지가 이제는 '돈 잡아 먹는 하마'가 됐다며 울상이다.

이로 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는 공공택지 계약을 이미 해지했거나 해지해달라는 건설사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분양도 못하고 이자만 쌓여" = 인천 영종하늘도시내 공동주택지를 보유하고 있는 A건설은 당초 지난해 10월 예정이었던 아파트 분양을 10개월 가까이 미루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해 10월 이 지역 아파트 동시분양에서 대량의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새 아파트 분양은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미비한 기반시설과 정책변화도 분양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청라지구~경인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되는 제3 연륙교, 제2 공항철도 연결 등 기반시설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최근엔 정부가 영종 경제자유구역의 일부를 지구에서 해제하거나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분양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A사는 아파트 분양도 못한 채 토지대금 1천800억원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와 잔금(400억원) 연체이자만 100억원 넘게 내야 할 판이다.

A사 관계자는 "보유 토지가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부지여서 분양이 더 쉽지 않다"며 "주택형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이지만 이미 연내 분양은 물건너 갔다"고 말했다.

잔금 납부만 남겨 놓고 있는 A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LH에 따르면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된 52개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20개 필지는 아예 해약됐다.

부지조성이 끝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이 가능한 필지는 총 27개지만 이 가운데 아파트를 공급한 곳은 7곳뿐이다.

부지 계약을 해지한 건설사 10여곳은 "기반시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LH의 책임이 크다"며 LH를 상대로 계약금(토지대금의 10%)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해약 요구에 시달린다. 전체 58개 공동주택부지 가운데 11개 필지가 해약됐고, 토지사용시기가 지난 37개 필지중 23곳에서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아직 땅을 보유중인 건설사들도 대부분 LH에 해약을 요구하고 있다.

B건설 관계자는 "한강신도시의 문화재 조사가 지연되면서 분양시기를 놓쳤고, 최근 분양경기 침체로 사업 착수도 못하고 있다"면서 "분양이 차질을 빚으면서 회사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양 삼송지구, 양주 옥정지구 등도 건설사들이 분양성이 없다는 이유로 아파트 분양을 미루고 있다. 수도권 요지에 3.3㎡당 800만~900만원대의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에 아파트 부지를 분양받은 10개 건설사도 속이 타들어간다.

세종시의 성격이 오락가락하면서 분양시기가 지연된데다 원안보다 분양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분양 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 공공택지는 3~4년씩 분양이 지연되기도 한다. C건설이 보유한 부산 정관지구와 대구 율하 지구 85㎡ 초과 부지는 각각 2006년 4월, 2008년 5월부터 아파트 분양이 가능했지만 현재까지 사업추진도 못하고 있다.

D건설의 천안 청수지구도 2007년 6월부터 분양이 늦춰지고 있다. 지역 주택경기 침체로 분양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땅값 연체액 2조원..건설사 "해약 원해" =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공공택지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가 최근 회원사 1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개 택지지구, 19개 필지에서 아파트 분양이 중단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위약금 10%를 물더라도 계약 해지를 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같은 시장상황에서 판교, 광교 등 대기 수요자가 있는 곳이 아니면 아파트 분양은 엄두도 못낸다"며 LH가 해약을 해준다면 대부분의 건설사가 택지를 반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땅값을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서 토지대금 연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LH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미매각 공동주택용지는 243필지, 11조1천300억원에 이르며 건설사들이 공동주택지 분양을 받아놓고 연체한 금액은 2조1천600억원에 달한다.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공동주택지 분양과 연체대금 회수가 급선무인 LH도 공공택지 처리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용지 처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그 일환으로 최근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부지에 대해서는 주택형을 60~85㎡ 이하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지구별로 수요를 일괄 조사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고,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승인 변경고시도 해야 해 실제 시행까지 최소 2~3개월은 걸릴 전망이다.

택지지구 땅값 인하 요구도 거세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택지지구 땅값이 비싸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더라도 보금자리주택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을 할 수 있도록 택지지구 땅값을 낮춰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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