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속 북카페 아시나요?

2010. 7. 12. 09: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

평일 오후 부산 연산동 지하철역. 빠른 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가운데 여유롭게 앉아 책을 읽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환승역 한 모퉁이에 있는 작은 북카페에 앉아 책에 푹 빠져있었다.

이곳은 부산문화재단에서 문을 연 아트폼 북카페. 아트폼(Artform)이란 아트(art)와 플랫폼(platform)의 합성어로서 예술정거장을 뜻하며 도시철도 내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산 연산동 지하철역 내부에 새롭게 생긴 아트폼 북카페 내부 전경사진.

부산문화재단에서는 문화거점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생활 속의 문화 공간을 확대하고 시민 독서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아트폼 북카페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덕천역점을 열고 6월 7일에는 연산역점을 열었다. 북카페 설치비는 부산시가 지원을 했으며, 북카페의 운영비는 부산문화재단과 올해의 후원사인 부경대학교가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다. 부산 도시철도에선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부산문화재단 최송화 담당자는 "이번 사업은 문화거점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생활 속 문화 공간을 확대하고 시민 독서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문화재단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는데, 아트폼 북카페 역시 그런 다양한 사업의 하나입니다. 좀 더 많은 부산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책과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아트폼 북카페를 기획했습니다. 한마디로 북카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놀이터를 지향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트폼 북카페는 평일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운영 시간동안 항상 사서가 대기해 시민들이 읽고 싶은 책 소장 유무를 알려준다. 이용자들은 항상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불편한 점 없이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다.

재단에선 설치미술 서상호 아티스트의 도움을 받아 북카페의 예술성을 높였다. 재단과 서씨는 단순히 북카페를 책 읽는 공간으로 디자인하기 보다는, 북카페 자체가 도시철도 내의 공공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북카페가 설치 미술 공간인 만큼 그 고유의 이름도 존재했는데 제 1호 아트폼 북카페인 덕천역점은 '김정민作의 기억집합체'이고, 연산역은 '오픈스페이스 배作 의 비온 후'이다.

이곳에는 부산 출신의 작가나 부산의 출판사에서 낸 '부산의 책'이 200권 정도 있다.

현재 이곳에는 약 800권의 책이 있다. 그 중 200여권은 부산의 대표적 작가인 고 이주홍씨의 전집 같은 '부산의 책'이다. 부산의 책이란 부산 출신의 작가나 부산 지역의 출판사에서 낸 책으로 부산 시청에서 기증받았다고 한다.

나머지 600여권은 '엄마를 부탁해',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 없다' 등의 베스트셀러나 아동도서였다. 이곳은 하루 평균 100명~120명 정도가 이용하는데, 음악연주회 등 지하철 문화행사가 있는 날이면 이용객의 수가 줄어들기도 한다.

연산동역 아트폼 북카페 이용자인 40대 주부 주현옥씨는 지하철역을 지나가다가 새로운 공간이 생겨서 와봤다고 말했다.

"부산은 수도권에 비해서 문화공간이 많이 부족한 편인데 이렇게 지하철의 공간을 잘 활용해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든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이곳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관공서나 지하철역등의 공간을 좀 더 활용해 적극적으로 북 카페를 늘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북카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부산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기회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녀는 "책의 장르가 너무 베스트셀러나 시집, 수필집 등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며 "더 다양한 장르로 늘리고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잠시 들러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읽을거리를 만들어 놓는다면 활용성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카페를 이용한 또다른 20대 직장인 유영숙씨(여)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북카페를 알게 됐다고 했다.

"북카페 덕택에 더 문화적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연산동 지하철역이 환승역인 만큼 유동인구도 많고 약속장소로 정하기도 하는데, 약속시간 기다리면서 편안하게 북카페에 들려서 책을 읽으니깐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녀는 "부산시 작가의 책만을 비치해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일반인들에게 홍보를 많이 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산의 작가들을 밀어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술관에 근무하는 60대 한수민씨는 '북아트가 있는 역사라는 광고판을 보고 관심을 가져 북카페를 방문했고 한다.

"연산동 북카페가 오픈했을 때부터 1주일에 2~3번 꾸준히 와서 책을 보고 갑니다. 일단 위치가 너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환승역에 있어 참 좋은데요, 책의 숫자가 너무 작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비치해줬으면 합니다. 또한 인테리어는 너무 예쁘긴 하지만 너무 예술적인 면에만 치중해서 그런지 실용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도심 속 휴식공간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연산동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곳에 북카페를 홍보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부산문화재단 최송화 담당자는 "앞으로 연산동 아트폼 북카페를 매달 다채로운 이벤트로 꾸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매달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이달의 선정도서 등 신간을 비치하려고 합니다. 또 7월부터 이달의 부산문화예술인 소개 코너를 만들어 부산의 문화예술인을 소개하고 매월 셋째 주 목요일을 시민독서회와 함께 '책 읽는 목요일'로 만들어 모임을 가질 계획입니다. 그리고 매월 넷째 주 목요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월 연산동과 덕천동 북카페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선착순 5명에게 도서 1권을 선물할 계획입니다."

최 담당자는 "아트폼 북카페가 다양한 이벤트로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라면서 "북카페는 점점 늘려 갈 계획을 갖고 있지만, 당장은 예산 문제가 있어 올해에는 더 이상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의 독서환경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바람직한 독서진흥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실시한 200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0.9권, 학생은 16권이었다. 한국 성인들은 한 달에 책 한권도 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시민들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업이 또 있을까?

정책기자 최주현(대학생) juhyeonchoi@nate.com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