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25%P 인상..부동산시장 영향은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2.0%에서 2.25%로 0.25%포인트 올려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은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진 반면 매수자들은 더욱 움츠러들어 가뜩이나 얼어붙은 주택 거래가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전문가들은 "급매물로 내놓기보다는 곧이어 나올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과 양도세 중과 감면시한 연장 여부를 살펴본 후 매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1억 대출자 월 이자 2만원 늘 듯
= 지금보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1억원(1년 거치ㆍ3년 분할상환)을 빌렸을 때 한 달 이자는 평균 50만원에서 52만원 안팎으로 불과 2만원가량 오르게 된다. 연간으로 해도 24만원 수준이다.
겉보기에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 같지만 문제는 주택 구입자들의 '심리적 부담'이다.
정해진 소득으로 이자를 내는데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비용이 늘어난다면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연동돼 결정된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은 돈을 빌릴 때 고정금리보다 초기 이자비용이 낮은 변동금리를 선호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CD 가산금리가 오르면 매달 변동되는 이자율에 따라 이자를 더 내야 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최근 호가는 떨어지는데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 이중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주택 구입 시 대출규모가 큰 구조적 특성상 금리인상이 이 같은 침체 분위기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투자상품별로 영향폭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재건축 아파트나 빌딩,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은 타격이 뚜렷하게 감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데다 대부분 투자 수요이기 때문에 작은 금리인상에도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 등 대출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작은 상품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에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단 단기적으로는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이 신규 주택 수요나 기존 주택 구입에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금리인상은 결국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집값이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 급매는 자제해야
= 문제는 올해 말 일몰되는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완화제도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완화제도는 지난해 3월 16일부터 1가구 2주택 이상 및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양도세 기본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투기지역에 있는 1가구 3주택 이상(비사업용 토지 포함)에 대해서는 기본세율에 10%포인트가 가산되고 있다. 이전에는 1가구 2주택에 대해 50%의 단일세율이, 1가구 3주택 이상 및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60%의 단일세율이 적용돼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지역 다주택 보유자는 적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대출을 끼고 있는 사례가 많다"며 "양도세 중과시한 종료를 앞두고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 투매 현상이 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리인상 때문에 급히 집을 파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는 "정부가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역으로 해석할 때 최근 거론되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도 같이 내놓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일단 1개월 내 대책이 나올 것 같고 양도세 중과시한 종료 역시 이를 연장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도 "어차피 거래가 아파트 단지마다 한 달에 한두 건 있을 만큼 위축된 상황에서 지금 집을 팔려면 가격을 내려서 내놓는 수밖에 없는데 집값 할인폭이 금리인상분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만약 3주택 이상 다주택자 등 대출규모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었다면 인기 물건 위주로 우선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혜택이 올해 말로 종료돼 하반기에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다 보면 보유 부동산 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용 기자 / 이명진 기자 /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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