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 풍경에 푹 빠지다.. 서울 예술의전당 '영국근대회화전'

임영주 기자 2010. 7.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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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날씨·빛 상상력 북돋워 인상주의 등 유럽 근대미술에 영향

영국의 대표적인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이 1820년대에 그린 '햄스테드의 브랜치 힐 연못'.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터너에서 인상주의까지-영국근대회화전'의 입구에 걸려있는 그림이다. 세로 40㎝, 가로 60.5㎝의 크지 않은 이 유화에는 멀리 보이는 광활한 지평선, 드넓은 하늘, 왼쪽 하늘 위로 지나가는 먹구름과 구름이 땅 위에 드리운 그림자, 조그맣게 그려진 마을과 일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고요한 듯하지만 드라마틱한 날씨변화가 느껴지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의 기획사 지엔씨미디어의 김현경 큐레이터는 "시골풍경을 그리워하던 컨스터블은 말년에 런던 근교의 시골 햄스터드에 머물면서 순간순간 변하는 풍경을 연작으로 남겼다"고 말했다. 같은 날씨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없는 영국의 자연환경과 풍경은 영국인의 감수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화가들도 특정한 지형이나 순간적으로 변하는 기후, 계절, 하루의 날씨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다. 이로 인해 풍경화는 영국에서 일찍이 독립된 회화장르로 발달했다.

조지 클라우슨 '봄날의 아침, 하버스톡 힐'전시 총감독 크리스토퍼 뉴얼 캐나다 국립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웅장한 메시지나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일상의 평범한 풍경을 표현한 이러한 종류의 풍경화는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대해 화가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변화하는 자연을 통해, 흘러가는 시간의 덧없음과 그 속에서 반복되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암시적으로 표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존 컨스터블 '햄스테드의 브랜치힐 연못'이번 전시 작품들은 18~19세기 영국 낭만주의 회화들로 분류된다. 당시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업혁명 속에서 산업발전 이면에 존재하는 환경오염 등의 폐해로 고통을 겪던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낭만·자연주의로 시선을 돌리면서 자연회귀적인 시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9세기 유럽에서 반세기 걸쳐 지속된 이러한 낭만주의 미술의 한 중심축을 형성한 것이 존 컨스터블과 윌리엄 터너로 대표되는 영국 풍경화가다. 이들은 야외에서 직접 풍경을 보며 그림을 그렸으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데 치중하기보다 어떤 특정 순간의 빛과 대기가 하늘·잎·물 등에 순간적으로 끼치는 효과를 담아냈다. 자신이 사랑하는 실제 풍경을 보며 내면의 감정을 자아내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바로 낭만주의의 특징. 이러한 모습은 인상주의를 비롯한 유럽 근대미술 전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날씨의 변화, 빛의 효과가 화가들이 색채와 질감 표현하는데 있어서 추상적인 시도를 새롭게 할 수 있도록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도구가 됐다는 것이다.

월리엄 터너 '바람 부는 날'전시는 풍경을 '순수풍경과 자연', '하늘과 물의 풍경', '목가적인 풍경', '삶이 어린 풍경', '여행하는 사람들·건축물이 있는 새로운 풍경' 등으로 나눠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이의 영향을 받은 폴 고갱, 로자 보뇌르, 카미유 피사로 등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영국의 맨체스터 시립미술관·베리미술관·맨체스터대학 테블리 하우스 컬렉션·블랙번 미술관 등 영국 8개 미술관의 소장품 중에서 에드워드 스톳, 조지 프라이스 보이스 등 80여명의 116점이 전시된다. 컨스터블 작품은 1점, 터너의 작품은 5점이 소개된다. 터너는 영국에서 매년 최고의 전시나 프로젝트를 보여준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의 모티브가 된 화가이기도 하다.

에드워드 스톳 '말들의 물먹이터'크리스토퍼 뉴얼은 "미술사적 의미를 떠나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순수함과 낭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자연의 빛과 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26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1000원. (02)3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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