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늘·불·물..마녀를 가려내는 시험방법들

신동립 2010. 6. 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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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양태자의 유럽야화 ④ = 1435년 밧줄로 오른손은 왼쪽 발에 왼손은 오른쪽 발에 꽁꽁 묶여진 한 여인이 독일의 도나우강에 산 채로 던져진다. 마녀 아닌 마녀라는 죄목으로 강에 던져진 이 여인은 목욕 치료사의 딸인 아그네스다. 그녀는 독일 뮌헨지방의 공작 아들인 27세의 알브레히트를 목욕탕에서 알게 되자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 당시 목욕탕은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사혈도 할 뿐만 아니라 탕 속에서 음식과 술을 즐기는 그런 곳이다.

아그네스가 당시 목욕탕에서 그녀의 아버지를 도왔던 것으로 추측할 뿐, 그녀의 외모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것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신분의 벽이 철통 같은 당시에 두 사람은 결혼은 하였으나 신분차이 때문에 그리 축복 받지는 못한다. 이 결혼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아버지 에른스트 공작은 낮은 신분의 며느리를 어떻게 쫓아 낼 수 있을까를 늘 궁리 하던 중 수 세기 간 온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그 유명한 마녀재판에 회부할 음모를 꾸민다. 아그네스의 이야기를 더 풀기 전 마녀가 무엇인가 잠시 살펴 보자.

마녀란 중세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살지 않고 마귀와 교통하는 자들이니 기독교의 신을 모독하는 죄인 이다. 이 마녀사냥엔 이리저리 얽힌 당시의 사회적 배경이 깔려 있지만 여기선 생략하자. 다만, 이 마녀 얘기 근원의 일부를 기독교가 유럽에 이식되기 전에 존재했던 민족신앙종교의 꿈틀거림으로 간주하는 학자도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한국에도 기본적인 문화유산으로 무속신앙이 살아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옛 종교 자취의 일부가 서민들 사이에서 서서히 일어나자 기독교 수장들은 탄압에 들어간다. 학자마다 약간의 통계적인 차이는 있지만 몇 백년 간이나 지속된 이 마녀사냥 때문에 전 유럽을 통틀어 4만~6만명이 희생되었다 한다.

여기서 주목할 일은 종교적인 숙청으로 시작한 마녀사냥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엔 가족끼리, 이웃끼리,친척끼리 서로 마녀라고 고발하는 무기로 변해 버린다. 먼저 시기, 질투, 원한 등의 감정이 서로 얽혀있던 여성들 사이에서 출발 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공포는 점점 더 확산되어 이젠 공무원, 귀족들, 사제들, 법정인들, 시장들, 어린이 사이에까지 번지며 서로 고발하는 관계로 전락한다.

이런 어린이 마녀사냥에 관해서도 학자들 사이에서 요즘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들이 종교적인 이유이거나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서이든지 간에 이 마녀 사냥에 한번 걸려들면 대개는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록이 도처에 남아있다. 예를 들면 "우리 옆집 여자가 밤에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더라"는 식이다. 그리고 이상한 징조나 징후가 한 마을에서 나타날 때도 마찬가지이다. 애가 갑자기 아프거나, 소가 죽는다거나, 헛간이 불에 탄다거나 하면 마을에서 의심의 대상이 되는 한 사람이 마녀나 마귀로 몰린다. 그 해 흉년이 들어도, 날씨가 고약하게 나빠도 다 마녀의 짓거리로 간주할 정도로!

또한 너무 자주, 아니면 너무 뜸하게 성당을 찾는 것도 이유가 되고, 이미 마녀로 찍힌 집의 친척인 것도 고발의 대상이 될 정도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상한 옷차림을 해도, 소문이 안 좋은 이상한 반점이 몸에 생겨도, 너무 아름다운 여인도 쉽게 마녀로 고발 당하곤 했다.

주관청에서 마녀인지 아닌지를 테스트 하는 방법엔 4가지가 있다. 눈물 시험, 바늘 시험, 불시험, 물시험 등이다. 물시험은 일종의 신의 심판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마녀 혐의자를 꽁꽁 묶어 자일을 엮어 물에 내린다. 이때 물에서 3번까지 시험해 보고도 둥둥 뜨면 영락 없이 마녀로 간주 된다. 왜냐면 마귀가 마녀를 물에 가라앉지 못하게 도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녀이니 몸이 가벼워서 물에 가라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물은 예로부터 깨끗한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추한 마녀가 들어오면 물 밖으로 밀어낸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믿음 때문이다. 어쨌든 물 위로 떠오른다면 마녀로 간주되어 화형 되었다. 반대로 마녀가 물에 가라 앉으면 죄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래도 저래도 결국엔 다 죽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들은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어처구니 없는 시험인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시험에 그 당시 의사들도 논증을 가지고 동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판관들은 이런 고발된 징후들을 가지고 재판을 한다. 그 당시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는 단숨에 200명 이상을 마녀들로 규정하고 불에 태웠다 한다. 그들 중에는 18살 이하의 나이, 눈먼 소녀, 9살 먹은 계집애도 포함 되었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트리어에서도 두 명만 남긴 채 두 마을에 사는 여자들을 불에 태워 죽였다 한다. 이런 얘기들은 독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서도 죄 없는 사람을 마녀로 몰아 죽였다는 것을 그 당시의 방대한 자료가 오늘날 그 증명을 하고 있다. 특히, 도미니카 수도원이 이런 사실들을 보고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이런 마녀재판이 도처에 깔려 있던 시대에 산 에른스트 공작은 자기 아들과 결혼한 신분 낮은 며느리를 마녀로 몰아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손 안에 든든한 권력을 쥔 이 공작은 며느리 죽일 계획을 동생과 짠다. 그는 며느리가 혼자 있을 때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들을 동생과 함께 사냥을 떠나게 하고, 그녀를 완벽한 마녀로 몰아 세우기 위해 재판에서 억측을 발설한다. 며느리가 마법을 걸기 때문에 자기 아들이 자주 우울해진다고! 자기에게 독약을 먹이려 했다가 실패했다고! 조카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그는 이런 저런 진술로 아그네스를 꽁꽁 묶는다. 아그네스는 법정에서 마녀 판결을 가볍게 받은 후 손발이 꽁꽁 묶인 산 채로 1435년 10월12일 도나우강에 던져진다.

그 후 비통에 젖은 알브레히트는 아그네스의 혼을 달래줄 방법으로 한 수도원에 '영원한 미사'를 올리게 하고, 그 사이 뉘우친 에른스트 공작도 아들과 화해하는 뜻으로 '아그네스 경당'을 짓게 한다. 이렇게 아그네스는 마녀로 몰려 비극적인 생을 마쳤지만, 그녀의 억울한 죽음을 동정하는 후세인들이 기념축제를 열기 시작한 것이 이젠 독일의 전통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 그녀의 얘기를 테마로 한 많은 문학작품, 시 등이 쏟아져 나왔고 그녀의 일생이 자주 연극으로 공연될 정도란다.

비교종교학 박사 ytz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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