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작가마만 고집하냐고? 명작은 거기서만 나오기 때문"

2010. 6. 23.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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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명장 14호 서광수 사기장

18일 오전 경기 이천시 신둔면 남정리. 야트막한 야산 아래 자리잡은 한도요(韓陶窯)에 다다르자 대문 양쪽에 켜켜이 쌓인 통나무들이 반겼다. 위쪽 작업장에선 반죽한 흙을 물레에 얹어 도자기를 빚는 성형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서광수(62) 사기장도 발로 물레를 돌리며 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낡은 셔츠 한 장과 운동복 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41호)와 대한민국명장(14호)이라는 이력에 기대어 상상했던 풍채는 아니었다. 서 사기장은 "자기 빚는 사람이 복장이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만 13세에 도예계에 입문했으니 내년이면 경력 50년이 된다. 조금은 여유 있게 작품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지금도 흙을 직접 반죽하고 유약을 만들고, 가장 어렵다는 장작가마만을 고집하고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단 한가지 이유에서다.

현존하는 최고 도예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에게도 장작가마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화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스가마와 달리 온도 바람 등 외부 조건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불의 세기와 불을 받는 위치에 따라서도 천태만상의 자기들이 탄생한다.

서 사기장은 "장작가마엔 10개를 넣으면 10개가 모두 다르게 나온다"며 "건질 수 있는 것은 불과 2~3개지만 그래도 명작은 장작가마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인간의 노력만으로 닿을 수 없는 예술을 완성해주는 마지막 도구가 그에게는 장작가마인 셈이다. 그래서 도자기가 잘 나오든 아니든 가마를 여는 날은 유일하게 폭음하는 날이다.

6개의 칸으로 이뤄진 한도예의 장작가마는 2~3개월에 한 번씩 작품들을 쏟아낸다. 가마에 불을 때면 꼬박 34~36시간 동안 매달린다. 이때 필요한 장작만 약 10톤이다. 장작은 잘 마른 소나무만 쓴다.

다른 나무들은 화력이 달려 온도를 1,300도까지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장작을 잘게 패서 말리는 일은 서 사기장을 비롯한 한도예 도예가들에게는 일상이다. 그래서일까. 도예가들의 팔뚝 근육은 무척 튼실해보였다.

서 사기장은 내년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50주년 기념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도예인생 반세기를 갈무리하는 행사라 요즘에도 매일 오전 5시부터 작업에 매진한다. 그는 "도예는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워진다"며 "그래도 마지막 목표는 보다 좋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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