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잡는 정책리스크] 24조 송도신도시 "전면 재검토"..의정부 경전철은 일부 철거 위기
어떤 사례 있나성남 도심 재개발 추진 불투명…세종시 건설사들은 "용지 해약을"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은 며칠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측이 작년에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 사업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를 요청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 투자유치가 부진한 송도신도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개발이익 일부를 인천 구도심 재개발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포스코가 지분 30%를 갖고 있는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가 그동안 송도 개발에 약 2조4000억원을 투입했다"며 "앞으로 22조원이 더 들어가야 할 사업에 제동이 걸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도시축전에 기부한 120억원을 두고 의혹이 있는 것처럼 비쳐져 난감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관성을 잃은 정부 정책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각종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의 발언도 기업 의욕을 크게 위축시키는 양상이다.
◆수도권 개발사업 제동 걸려
수도권의 대형 개발사업이 '6 · 2 지방선거'를 전후해 180도 운명이 뒤바뀌고 있는 것은 송도만이 아니다. 민자 5841억원이 투입돼 내년 8월 개통을 목표로 70%가량 공정을 진행한 의정부 경전철 사업도 중단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 안병용 의정부시장 당선자가 2개월 정도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재검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노선 변경과 지하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완공 구간을 뜯어낼 가능성도 있다.
의정부경전철㈜에 투자한 GS건설은 사업 재검토로 인해 내년 8월로 예정된 완공 시기가 늦어지는 게 아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기를 못 맞추면 건설사 신용도도 나빠지고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등도 발생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각은 다 세웠고 상판작업도 50%가량 진행했는데 완공 구간을 뜯어낸다면 건설공사장에선 전례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GS 관계자는 "공사가 중단되면 하루 3억원,2개월간 지속될 경우 180억원 정도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공사 중단에 따른 피해에 대해선 의정부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시 도심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려는 건설사들도 노심초사 중이다. 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가 "원주민 정착률이 20%를 밑도는 쫓아내기식 재개발 · 재건축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정 · 중원구에서 3단계에 걸쳐 진행 중인 도심 재개발사업은 전국 최대 규모다. 1단계 사업은 끝났고 2단계 사업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시와 사업시행 협약을 맺은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단계 사업도 시공사 선정 일정이 나오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일정이 나오지 않으니 건설사들로선 인력을 성남 재개발 쪽에 투입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종시 아파트도 못 지을 판
세종시 시범지구에서 총 1만2154채 규모의 아파트 용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들도 입만 열었다 하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토지를 분양받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10개 건설사들은 현 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이 거론되면서 토지대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작년 11월 극동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9개사는 잔금을 완납했어야 했는데 대부분 중도금 1~2회차만 내고 납부를 중단했다. 세종시 원안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그동안 미뤄온 분양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연체이자 548억원도 꼬박 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건설사들은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서 정책이 왔다 갔다하는 바람에 사업 환경을 예측할 수 없었다"며 연체이자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담당 임원은 "지금으로서는 사업을 하지 못할 것 같다"며 "차라리 용지계약을 해약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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