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 손으로 넘어간 세종시 수정안
세종시 수정안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 ‘인공호흡기’를 붙일 태세이다. 친이계는 국회 본회의에 부의할 방침이다. 세종시 수정안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안’은 찬성 12명, 반대 18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되었다. ‘친이계 대 친박계·야당(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무소속)’의 전선이 명확히 나뉘었다. 김기현·박순자·백성운·이한성·장광근·장윤석·장제원·전여옥·정진섭·최구식·허천 등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과 무소속의 이인제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안홍준·유정복·이학재·정희수·조원진·현기환 등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강기정·김재윤·김진애·김희철·박기춘·백재현·유선호·최규성·최철국 민주당 의원, 권선택·변웅전 자유선진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반대했다. 상임위원장인 친박계 송광호 의원은 기권했다. 반란표도 있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최구식 의원이 찬성 의사를 표시에 눈길을 모았다. 최 의원은 “세종시 원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만든 법안이다. 정책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봐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졌을 뿐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2시간 30분 동안 찬반 토론 후, 4시 40분에 시작된 표결은 5분 만에 끝났다. 기립으로 찬반을 표시한 후, 부결이 선언되자 친이계 의원들은 굳은 표정을 지었고 친박계 의원들은 축하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국토해양위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지붕 두가족’이었다. 국토위원은 아니지만,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주장하며 22일간 단식을 했던 양승조 의원도 표결이 진행될 때 상임위 자리를 지켰다. 세종시 수정안의 부속 법안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일부개정안’ 도 모두 부결되었다. 세종시를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은 22일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오전 10시 개회가 예정되었던 국토해양위는 11시 47분에야 시작했다. 상임위 상정을 두고 여야 간의 신경전을 벌인 탓이다. 오전에 회담을 가진 이군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장선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토위에 세종시 수정안을 상정하고 찬반토론 후 표결에 붙이기로 합의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가 제안 설명만 하고 정회를 한 후 2시에 다시 시작되었다. 2시 6분부터 시작한 찬반 토론에서도 의원 간의 날선 공방이 오고갔다. 친이계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부결이 되어도 역사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는 재부의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미 좀 봤다고 하는 법안이다. 세종시는 충청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세종시 문제가 잘못되었을 때 모든 부담은 국민이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도 정치인이고 사과를 했다. 거기서(정치적 약속) 자유로운 정치인이 얼마나 되나. 정치인은 강이 없는 곳에서도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더 나쁜 건 당선되고 거기다(강도 없는 곳) 다리를 놓는 거다”라고 말했다. 친이계 주장에 친박 의원들과 민주당 연합군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시 수정 주장은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원안은 무조건 나쁜 것, 수정안은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세종시는 무엇보다 수없이 국민들에게 약속을 했고 5년 이상 추진된 법안이다. 국민과의 신뢰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가장 큰 비효율성이다”라고 말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부결이 되면 이걸로 세종시 논란은 끝나는 거다. 그리고 총리와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되었지만 국회 본회의에 세종시 수정안을 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친박계를 겨냥한 공세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명투표인 본회의 표결을 통해 친이·친박을 가려보자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중립계와 범 친이 친박을 오고가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 상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친이계를 제외한 모든 세력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본회의 상정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의원들도 “재부의 될 경우, 세종시 수정안 폐기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파세력과 힘을 합쳐 정부와 여당의 음모를 분쇄하겠다”라고 성명을 냈다. 국회법 87조에 따라 의원 30명이 서명을 하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그렇게 되면 박희태 국회의장이 이 법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할지가 관건이다. 박 의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국회법대로 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하는 박 의장의 첫 번째 시험대인 본회의는 오는 28일~29일에 열린다.
김은지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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