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충남 건설·부동산 다시 휘청
"지역건설업체들 다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몇년째 답보상태로만 머물고 있는 세종시를 바라보는 우리로선 장비만 놀리고 손가락 빨게 생겼습니다"
지난 22일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되자 충남 일대 건설부동산 시장에선 또 한 번 깊은 탄식과 혼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파트용지를 받아 둔 대형건설사들은 주택건설 계획에 차질이나 생기지 않나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또 수정안 발표로 예정됐던 주요공사가 중단되는 진통을 겪은 현지 건설업체로선 이번 수정안 부결로 또다시 사업에 큰 출혈이 생기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이밖에 세종시 주변 부동산 시장도 가뜩이나 침체된 상황에 이번 결정이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남 연기군 일대 중개업소, 건설업계에선 당장 올 9월로 잡힌 첫마을(2242가구) 분양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인 입장이다. 계획대로라면 올 하반기 첫마을 입주가 시작돼야 하지만 원안과 수정안 그리고 다시 부결 등 엎치락뒤치락 하면서첫마을은 아직 첫삽조차 뜨지 못했다. 이에 대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측은 원안으로 선회한다고 해도 더 이상 지연은 불가피 해 9월에는 반드시 입주자모집공고를 한다는 방침이다. LH관계자는 "이번에 수정안이 부결된 곳은 세종시 내에서도 4∼6생활권인 반면 첫마을은 2-3생활권이어서 향후 분양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범지구에서 아파트용지를 분양받은 대형건설사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시범지구는 1생활권으로 역시 권역 상 4∼6생활권과 다른 곳에 위치하지만 수정안 부결은 향후 주택공급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용지를 받은 10개 업체 중 2차중도금까지 납부한 현대건설과 삼성건설은 아직 이렇다할 대응은 안 하고 있지만 본회의까지 가서도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이에 따른 대책마련은 불가피하다는 것. 현대건설 관계자는 "비록 원형지로 공급하는 차별적인 대우가 있긴 했지만 대기업이 입주한다면 향후 분양시 분명 도움이 되는데 수정안 부결로 그런 호재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건설 관계자도 "수정안이 폐기된다면 분양 수익성에는 절대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형 건설사들도 허탈하긴 마찬가지. 웅진그룹계열 극동건설은 웅진그룹이 세종시에 9000억여원을 투자하기로 예정돼 있어 주택건설과 같이 시너지효과를 노릴 수 있었는데 이런 기대감이 물거품될 가능성이 커졌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현재 타 건설사들과 협의해 2차 중도금 납부시기를 결정해야 하고 그룹도 내년까진 투자계획을 세워야 하는 판에 수정안이 부결돼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말했다.
충남지역 건설업체들도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대한건설협회 충남지회장을 맡고 있는 신창균 회장은 23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돼야 발주 물량이 발생해 충남 하도급 건설업체로 주문이 순조롭게 이어질텐데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지속된다면 세종시 건설에 참여하기도 전에 고사하는 업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혼돈에 빠진 세종시는 부동산시장도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다. 한때 유망한 땅투자시장으로 꼽히던 것도 다 옛말. 지금은 토지시장이 고사 상태에 빠져 땅보러 오는 손님도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연기군 남면 H공인 대표는 "처음 세종시 발표가 나올 당시 우후죽순 생겨났던 중개업소들이 자고나면 하나둘 발을 빼고있다"고 말했다.
1억원을 호가했던 이주자택지 딱지 가격은 지난해말 대비 200만∼300만원 빠져 지금은 2500만∼3000만원 수준이고 상가땅지도 1000만원 내외로 전락했다. 이밖에 삼성, 한화 등 대기업 투자소식에 반짝 특수를 누린 조치원 일대 미분양 시장도 다시 미궁에 빠진 상태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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