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대항해 시대]<2부-7> 벤처를 통해 '진정한 벤처'를 본다- 누가의료기

2010. 6. 2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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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의료기는 온열치료기 등 의료기기 전문업체로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잘 알려져 있다. 강원도 문막 동화첨단의료기기단지에 있는 본사에 들어서면 입구를 따라 나란히 걸린 세계 각국의 국기가 눈길을 끈다. 이 회사가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가의 국기로 지난해까지 65개국에 달했다. 이 회사는 온열치료기를 주력 제품으로 지난해 43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내수 10억여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수출로 달성할 정도로 해외비중이 크다.

 2004년 100만달러 탑 수상을 시작으로 2005년 1000만달러 탑, 2006년 2000만달러 탑, 2007년 3000만달러, 20008년 40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최근 몇 년간 매년 1000만달러 이상 수출증가폭을 기록했다.

 ◇동양의학을 세계에 알리다=누가의료기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해준 것은 국내에서는 노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어떤 형태든 하나쯤은 갖고 있을 만큼 실버 세대가 애용하는 온열치료기다.

 온열치료기는 초음파, 원적외선, 저주파 등의 기능을 갖추고 지압이나 마사지효과를 내 근육통이나 신경통 등의 통증을 완화해주는 대체의학 기기다. 누가의료기는 국내 의료기기업체 빅3로 출발은 가장 늦었으나 가장 활발하게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다. 온열치료기 자체가 동양의학적인 성향을 많이 띠고 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필리핀, 독일, 아르헨티나 등 아시아, 유럽을 가리지 않고 세계 모든 곳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판매지점이 2000군데를 넘어섰고 중국 내 가정의료기기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 발판이 된 것은 현장 체험 마케팅이다. 온열치료기가 뭘 하는 것인지, 몸에 어떻게 좋은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서양인에게 2000달러가 넘는 초고가 제품을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누가의료기가 설립된 2002년 6월 당시 온열치료기를 주력 제품으로 하는 의료기기 업계는 난립 상태였다. 문을 닫는 곳도 속출했고 얼마 못 가 절반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조승현 회장은 "창업 시 주변 사람이 '유사업체가 56개나 있는데 57번째가 돼서 뭘 어떻게 한다는 거냐'고 말렸지만 이 업계에서 15년을 있다 보니 시장의 문제점을 잘 알았고 그래서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렸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조 대표는 1994년 신장 결석, 담석을 수술하지 않고 초음파를 응용해 분쇄한 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체외충격파 쇄석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었다. 수출이라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경험과 노하우에서 비롯했다.

 온열치료기는 현재 과학적인 데이터와 체험 사례가 누적, 대체의료기기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 온열치료기는 국내 의료업계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점도 누가의료기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였다. 외국은 국내보다 대체의학 분야가 다양하고 이를 인정해주며, 특히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의 뜸, 지압, 침 치료법과 서양의학의 카이로프랙틱 치료법을 접목한 온열치료기는 적합한 제품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이템 자체가 외국인 눈에는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이라는 데 있었다. 이전에 일부 제품이 소개됐지만 대중적인 시선은 받지 못했던 터라 제품 용도를 알리는 일이 급선무였고 2000달러가 넘는 고가 제품이었으니 시장 개척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누가의료기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곳곳에 의료기 체험장을 마련하면서 낮은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글로벌 경영전략 펼친다=누가의료기는 매출액 대부분을 수출로 얻는 수출기업답게 경영 시스템 역시 수출 환경에 알맞게 구성됐다. 해외영업 인력과 기술 인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거나, 해외 현지 체험 현장을 운영하기 위해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조승현 회장을 비롯한 본사에서 나가는 해외영업 인력은 임원에서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현지 개척 노하우와 구매자 응대법으로 무장돼 있어 상담 대비 90% 이상의 경이적인 계약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다.

 또 현지 체험관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만큼 체험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의 효능을 체득할 수 있게 해주는 체계적인 직원 교육과 발 빠른 현지 AS체계도 누가의료기만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세계 60여개 나라를 대상으로 영업하다 보니 나라마다 좋아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소비자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치료 부분도 다 달라 현지 흐름을 잘 잡아내기 위한 노력도 필수다. 그래서 세계 어디서나 언제라도 서로 의견을 교환해 신제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영상회의 시스템도 구축해 수시로 활용한다.

 또 세계 각 나라의 총판 지점장과 현지 관련 직원 200여명이 참가해 각 나라의 동향을 발표하고, 소비자의 반응과 요구 사항 등의 정보를 교환하는 '누가 글로벌 대회'도 1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는 그동안 베이징, 서울, 모스크바 등에서 개최됐으며 앞으로 누가의료기가 진출해 있는 각 나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체험마케팅 누가의료기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직접 사용해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체험 마케팅을 도입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에서 이미 선두업체들이 자체 홍보관을 통해 체험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체험마케팅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바로 판매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누가의료기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2000여곳에 체험 홍보관을 설치, 운영 중이다.

 조승현 회장은 "의료기기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해와 봉사정신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초창기 체험장을 마련했을 때 소비자가 치료기 체험을 하는 동안 개발자인 조 회장은 직접 메커니즘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다양한 임상실험 통계와 과학적인 의료 효능 데이터 등을 제시했다. 또 한두 번의 체험으로 그 효능을 알기란 불가능하므로 3개월 동안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6개월가량이 흐르자 체험만 하던 소비자가 하나 둘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판매를 해보겠다고 나서는 유통업자도 생겨나 총판 형태의 판매경로를 마련했다.

 수익으로 이어진 본격적인 첫 수출은 2003년 4월에 이루어졌다. 총 165대의 온열치료기가 컨테이너 실리던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한다는 조 회장은 지금도 체험 마케팅을 해외시장 개척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체험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다고 조 회장은 말한다.

 "외국은 우리와 문화가 달라서 공짜로 그것도 3개월씩이나 체험을 하게 해준다고 하면 '사기'라고 여기고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이런 인식을 바꾸는 게 참 어려웠습니다. 해외로 나가려면 그 나라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고 미개척 국가에 진출할 때 되새기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걸림돌을 디딤돌로'-조승현 회장 벤처기업은 말 그대로 첨단기술 개발능력과 창의력, 도전정신을 가진 패기만만한 기업가들과 모험자금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기술 집약형 기업이다. 벤처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필요충족조건은 의사결정의 신속성, 효율적인 조직관리, 적시의 투자 유치라고 하지만 조 회장은 한 가지 더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벤처조건 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을 지닌 'in spite of' 정신을 더하고 싶습니다. 어떠한 시련과 난관이 닥쳐와도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 반드시 헤쳐나가야겠다는 누가의료기의 강한 의지가 담긴 문구입니다."

 조 회장이 처음 의료기를 설립하려는 뜻을 지인들에게 알렸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는 쓴소리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57번째 온열치료기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창업 초기 자금이 그리 넉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국투자를 결심했고 대부분 사람들이 반대의 목소리로 염려를 했다. 그래도 조 회장은 자신감이 있었다. 국내 5000만명을 위한 아이템이 아닌 60억 인구를 위한 아이템을 가지고 시장을 석권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좁은 시각으로 반대와 걱정으로 일관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포기하고, 위축되었더라면 오늘날의 누가의료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 회장의 생각이다.

 조 회장은 "지금도 수많은 중소 벤처기업이 글로벌 금융경색이니, 유럽발 경제위기니 하는 악재로 잔뜩 움츠러들고, 힘들어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더 연구하고, 신성장동력을 위해 더 투자하고,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해가 지지 않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No.1 IT 포털 ETNEWS'Copyright ⓒ 전자신문 & 전자신문인터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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