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집없는 실수요자 피해 없게..전세대출 늘려라"
비상경제대책회의 무슨 얘기 오갔나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필요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그동안 요구해온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각종 금융규제 완화 등이 이뤄질지에 시선이 집중됐다. 회의에는 정부 관계자는 물론 민간연구소 금융기관 학계 등의 부동산 전문가까지 참석해 부동산 시장 대책을 논의했다.◆금융규제 완화는 당분간 힘들다이날 회의에선 DTI와 LTV 규제완화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 측과 대부분의 민간 전문가들도 금융규제를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 워낙 많은 돈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가수요를 부추길 수 있는 금융규제 완화책을 썼다간 시장 안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회의에 참석한 한 민간 전문가는 "가계대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하면 DTI 규제가 금융 건전성에 크게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며 "작년 9월에 도입된 제도를 1년도 채 안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대다수 참석자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보금자리주택 공급 일정은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회의에 참석한 민간전문가가 "보금자리주택이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민간 주택 수요를 관망세로 돌리는 부작용도 있다"고 주장하자 이 대통령은 "보금자리주택 공급시기 조정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건설사 구조조정 속도낸다이 대통령은 이날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어갔다가 (미분양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건설사는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건설사에 책임을 묻는 방안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으나 일단 채권 은행들이 진행하는 건설사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결과에 따라 진행될 전망이다.정부는 부실건설사 구조조정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 주문대로 지방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는 대책도 마련될 전망이다.◆저리 전세자금 대출 확대 · 거래확대이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주택 정책의 초점을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에 맞추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매매와 관련된 '실수요자'외에 전셋값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 선의의 '실수요자'를 언급했다. 거래 위축으로 이사를 못가면서 기존 전셋집에 그대로 눌러 앉을 경우 계약갱신 때 전셋값을 올려줘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데 이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이날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택가격 문제보다 거래 위축에 따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다"며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이 대통령이 거래 활성화 대책을 주문함에 따라 미시적인 차원의 대책을 검토 중이다.현재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카드는 먼저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전세자금 대출이다. 정부는 올해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총 6조7000억원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 중 전세자금대출이 5조원,구입자금대출이 1조7000억원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전세자금대출 실적은 1조9000억원,주택구입자금대출 실적은 1200억원.따라서 구입자금대출용 기금의 상당부분을 전세자금대출용으로 전환할 경우 1조원 정도를 추가로 전세자금대출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거래 편의를 위한 대책들도 조만간 선보일 전망이다. 4 · 23 대책에서 정한 지원대상 여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입주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의 범위가 강남 3개 구를 제외한 6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로 제한돼 있고, 입주예정자의 자격도 입주기간이 지나 분양대금을 연체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며 "자격 요건을 풀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존주택의 가격,면적 제한을 완화하고 분양대금을 연체하지 않는 경우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MB의 딜레마 "집값도 잡고…거래도 활성화" ▶ 업계 "DTI 비율 10%P 올려야"…무주택자 대출 규제 제외 목소리도 ▶ 분당 중개업소 지난달 10곳 중 9곳 '계약0' ▶ 새집증후군 없앤다…청정주택 기준 제정 ▶ 정부 `부동산 거래 활성화' 카드는…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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