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업계 "DTI등 규제완화 없인 거래 활성화 힘들어"
정부가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발표한 부동산 정책 방향은 대출규제 유지를 통해 투기적 수요는 차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의 거래는 살리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건설 및 부동산업계는 구매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담보대출 규제를 유지하는 한 실수요 거래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주택구매심리 회복이 먼저"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대책마련 지시에 대해 건설업계는 정부가 서민정책과 건설사 부양책을 함께 내놓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입장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원은 "전반적인 정책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부에서 아직 ?향을 못 잡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시장에선 금융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데 정부는 엇박자로 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건설사 퇴출에 대해선 "정리할 부분이 있다면 정리를 해야겠지만 구조조정 이후 세부적인 대안을 아직 못 찾은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K건설 관계자는 "집을 사려면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은 향후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부실 건설사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구조조정 후의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 단체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대출이 너무 많고 출구전략 시기 조율 때문에 건설사 부양책을 미루는 것 같다"면서 "건설산업이 전체 내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달하고 건설 인력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하는 만큼 정부가 건설업체들이 살 수 있도록 숨통은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S건설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좋았을 때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건설사들에 주택공급을 높이도록 사업 인가를 확대하고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손쉽게 하도록 정책을 펼치다가 최근 건설경기가 나빠지자 건설사에 고스란히 책임을 지우는 꼴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대출규제 완화엔 의견 엇갈려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시기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신한은행 이남수 PB팀장은 "DTI 규제를 풀지 않고는 최소한의 거래도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대출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지 않더라도 실수요 무주택자 등에게 제한적으로 푸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지금 주택시장 침체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실수요 차원에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이미 시점을 놓쳤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지금 거래가 묶인 것은 자금조달이 아니라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라면서 "분양가 상한제는 물론 대출규제를 푼다고 해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번 부동산 정책기조 전환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대량 물량 공급이 예정된 경기 파주, 고양, 용인은 물론이고 분당을 포함해 서울 비인기 지역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하반기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힘들다"면서 "심리적 저항선이 유지되는 서울지역을 제외한 고양 용인 등에서는 실망매물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 김명지기자■사진설명=정부가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발표한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를 풀지 않는 한 실수요 거래 활성화를 이끌 묘안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용산구 이촌2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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