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풀면 단기효과 크지만 출구전략 부담..'DTI 딜레마'
DTI 왜 못 푸나부동산 자산버블 재연땐금리인상 압박 요인으로가계부담 더 커질수도다른 카드 뭐가 있나예외대상 주택면적 상향 등한시적 규제완화 만지작양도세중과 완화 연장도 검토
부동산 안정의 마지막 보루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건설업계와 부동산업자, 여권 일각에서 부동산 거래 실종을 이유로 DTI 완화에 연일 맹공이다. 정부는 나무(부동산시장)만 보지 말고 숲(가계부채 및 경제전반 영향)도 봐달라고 주문하지만 그렇다고 건설업계와 부동산 경기침체를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다. 건설경기와 부동산시장 역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DTI 딜레마인 셈이다.
정부는 일단 오는 22일 당정협의에 앞서 DTI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한시적 규제완화를 비롯한 세제혜택 등 다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MB정부의 DTI 딜레마
=DTI 규제완화는 경제 전반과 직결된 문제다. 출구 전략 곧 금리인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DTI를 풀지 못하는 정부의 진짜 고민이 여기에 있다. DTI 풀면 부동산이 움직이고 그쪽으로 돈이 밀려가 금리인상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안 그래도 물가 때문에 압박 요인이 생긴 데다 그나마 부동산 자산버블 걱정이 없어 금리인상을 미루는 형편이다. 게다가 하반기 출구전략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가뜩이나 가중되고 있는 가계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의 목적은 금융기관 자산의 건전성 관리"라며 "7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절반 가까이가 주택담보대출인데 이를 규제하지 않으면 가계가 향후 더 큰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으로 대책없이 금리만 올리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 논리도 성립돼 정부는 이래저래 고민이다.
사실 정부는 작년 9월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해 서울은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DTI가 50%, 인천ㆍ경기 지역은 60%가 적용되고, 서울의 강남 3구는 종전처럼 DTI 40∼50%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집값 상승을 막았다고 자평한다.
주택업계는 DTI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가계부실의 위험은 적다고 주장한다. 주택담보대출에서 발생하는 연체율이 0.1% 수준이어서 대출 비율을 올리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완화가 과도한 주택소비를 부추길 위험성은 도사린다. 또 최근의 주택거래 위축은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심리적 측면이 커 대출규제 완화에 따른 효과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다른 카드 만지작
=지난 4ㆍ23 대책에서 기존 주택구입자의 경우 DTI를 완화했던 것처럼 예외 사유를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 가능하다.
물론 이때도 DTI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다. DTI 예외 대상 주택의 면적을 상향조정하거나 소득 수준이 기준인 DTI 대신 주택가격이 기준인 LTV 규제를 풀 가능성도 거론된다.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약방의 감초격'인 세제부문도 동원될 수 있다. 연말까지 시행 중인 양도세 중과 완화를 연장하는 방안이 꼽힌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일몰 세제는 기본적으로 끝낸다는 원칙에 위배돼 고민이다. 지방의 완공된 미분양 주택 매입과 관련한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매수심리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어떤 대책을 내놔도 효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만큼 대책 마련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부진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은 대책을 내와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m.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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