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50조 발묶여..10여곳 '살생부' 횡행
전국 미분양 11만가구연내 만기 PF 24조까지…추가 연쇄부도 공포 확산
정부가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동향과 거래 활성화 대책을 논의한 것은 전국적으로 11만가구가 넘는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 악화로 중견 주택건설업체가 잇달아 쓰러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거래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정상적인 주택시장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도 한 요인이 됐다. 특히 최근 들어 대출 규제와 집값 추가 하락 전망 등으로 살던 집이 안 팔려 새집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못하는 등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견 건설사 연쇄 부도 현실화
=전국적으로 팔리지 않는 미분양 주택이 11만가구 이상 넘쳐나며 약 50조원에 달하는 건설업체 자금이 묶여 있다. 미분양으로 돈줄이 막힌데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24조원이 연내 만기도래하면서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성원건설, 남양건설, 풍성주택, 금광기업, 대우차판매 건설부문, 성우종합건설, 성지건설 등이 1차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 또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7월 본격적인 부실 건설사 구조조정을 앞두고 중견 건설사 10여 곳이 추가로 문을 닫을 것이란 '괴담'과 '살생부'가 횡행하면서 건설업계의 연쇄부도 공포는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의 4월 어음부도율 동향 통계에 따르면 전체 부도업체 125곳 가운데 건설업체가 27개로 3월 이후 두 달 연속 20%를 넘어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소 건설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공공발주 물량도 올 들어 4월까지 12조781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0% 정도 줄었다.
▶주택거래도 '꽁꽁' 얼어붙어
=건설업계뿐 아니라 주택시장도 올스톱 상태다. 지난 5월 신고된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개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402건으로 전월(539건)보다 25.4%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8년 12월(244건)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치다.
강남 3개구뿐 아니라 강북 14개구, 수도권 5개 신도시, 6대 광역시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지난달 9028건이 매매돼 2008년 12월(4893건) 이후 처음으로 월 거래량이 1만건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세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실거래 가격도 최근 3개월 동안 10~20% 급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5층)는 지난 2월 9억9900만원에 팔린 사례가 있으나, 지난달에는 8억7000만원에 거래돼 3개월 만에 1억3000만원이 빠졌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51㎡의 지난달 실거래가는 8억9700만~9억1000만원으로 3월보다 7000만원 내렸고, 서초구 반포동 AID차관아파트 전용 73㎡는 10억9000만원으로 1월보다 2억원 정도 떨어졌다.
▶대출규제 완화 시급
=주택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이 빈사 상태에 처하자 정부도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 수도권 확대 등의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출규제 완화가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 거래를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중장기 수급안정을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미분양 해소와 주택건설업체의 연착륙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미분양 대책으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감면혜택 연장,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수도권 확대 실시 등을 꼽았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실시 이후 미분양 아파트 증가와 이자비용 증가 등으로 중소 주택건설업체의 적자구조가 누적되면서 부도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주택시장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현재 강남3구의 투기지역과 서울권, 수도권에 각각 40%, 50%, 60%로 적용하고 있는 DTI 비율을 각각 10%포인트씩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남 기자/namka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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