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활성화 고심, 어떤 카드 나올까
아파트 거래 27% 급감핵심은 대출 규제 완화정부 "아직은…" 일단 신중
꺼져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릴지 여부를 놓고 정부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은 "부양책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다음주 당정 회의에서 활성화 대책을 논의키로 하는 등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7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의제로 채택돼 시장 상황 점검 및 부양책 마련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속락(續落)하는 부동산 시장
최근 부동산 시장은 매매 가격이 속락하는 가운데 ▦보금자리주택 공급 ▦추가 하락을 예상한 대기수요 증가 등으로 거래 자체도 매우 위축된 상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3만2,141건으로 4월보다 26.9%나 줄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30.3%, 24.2% 감소했으며, 최근 4년간의 평균과 비교해 보면 66.7%와 59.6%씩 줄었다.
시세 하락과 함께 절대적인 거래규모마저 급감하자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거래 위축으로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주택 보유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DTI와 LTV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부동산 업계는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에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밝힌 뒤에는, 주무부처인 국토부 고위 공무원들도 건설업계와 시장 관계자들을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활성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갈수록 확실해지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총부채 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가 대책에 포함되느냐 여부다. 특히 부채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액을 결정하는 DTI 규제는 대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 서울은 주택담보대출 5,000만원 초과시 DTI가 50%(투기지역인 강남ㆍ서초ㆍ송파는 40~50%), 인천ㆍ경기는 60%로 제한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침체의 원인을 DTI로 지목하며, 관련 규제가 반드시 완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부동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대출규제 때문"이라며 "DTI와 LTV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DTI와 LTV 규제로 겨우 시장이 안정됐는데, 성급히 규제를 풀면 또다시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반박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가계부채가 700조원을 넘고 그 중 주택담보 대출이 350조 원"이라며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또 다른 관계자도 "거래 부진으로 인한 고통이 장기화하면 미세조정(금융대책)에도 손댈 수 있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완화와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식으로 절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월 정부가 업계와 여론의 압력에 밀려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조치를 연장했던 사례가 이번에도 재연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DTI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그 반대 급부로 건설업계 구조조정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알파클럽] 당신의 소중한 주식자산은? 1:1 무료상담 신청!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