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커진 민주당..시프트도 '삐걱'
6·2 지방선거는 지난 8년간 굳어진 한나라당 우위의 지방 권력의 지형도를 완전히 새로 그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7곳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두면서 지방 권력의 재편을 이뤄냈다.
개표 결과 한나라당은 서울·부산·대구·울산·경기·경북 등 6곳, 민주당은 인천·광주·강원·충남·충북·전남·전북 등 7곳, 자유선진당은 대전 1곳, 무소속은 경남·제주 등 2곳에서 승리를 챙겼다.
지금까지는 지난 2006년 한나라당이 11곳을 점유한 반면 민주당이 호남권 3곳만 차지했던 한나라당의 압승 구도였다. 더 멀리는 2002년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승리가 바탕이 됐었다.
한나라당의 패배에는 상당히 뼈아프게 느껴질 만한 요소들이, 민주당의 승리에는 의미 있게 해석될만한 대목들이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텃밭을 잠식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통적 강세 지역인 경남과 강원에서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은 이변이라고 할 만하다.
두 지역이 한나라당 후보를 외면하는 데서 나아가 이념과 성향 면에서 대척점에 있는 친노(친노무현) 후보들을 선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충청권에서는 광역단체장직 3개가 고스란히 여당에서 야당으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역풍으로 대전과 충남·북에서 전패했고 민주당은 충남·북에서 승리를 견인하며 충청권 광역단체장에 진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민주당은 더 나아가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인천에 '깃발'을 꽂았고 강원도에도 첫 입성하는 등 세력을 확장해 '호남당'의 이미지를 다소나마 털어냈다.
수도권의 경우 한나라당이 서울과 경기에서 승리하며 겨우 체면을 지켰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0.6%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16곳 중에서 서울·부산·대구·울산·경기·경북·전남·전북 등 8곳에서 현역 시·도지사가 재선돼 '현역 프리미엄'의 힘을 입증했다. 당선자들의 연령대는 40대 4명, 50대 4명, 60대 8명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시 25개 구청장은 민주당 소속 후보가 21곳을 휩쓴 데 비해 한나라당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중랑 등 4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서울에서 네 차례 선거 모두 시장 당선자를 낸 정당이 구청장 자리 대부분을 가져갔던 전례와 완전히 다른 현상이다.
세종시, 4대강 사업 등 충돌 예고한나라당이 서울과 경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확보했지만 지방의회는 민주당에 내줬다. 교육감도 야당 성향의 인물들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방의회는 지자체 예산뿐만 아니라 조례 제정권과 행정사무 감사, 조사권, 시정 질문권 및 자료요구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 집행권을 견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 시장이 추진해 온 한강예술섬(노들섬) 건설과 '플로팅 아일랜드' 등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돈만 잡아먹는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해 왔다.
시프트(장기전세주택)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일부 당첨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로또 정책"이라며 "중산층을 위한 시프트보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시급하다"고 말해 왔다. 오세훈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지방의회가 민주당에 넘어감에 따라 서울시는 '정책의 연속성'보다 '정책 단절 위험'이 더 커졌다.
학교 전면 무상 급식 시행은 오 시장이 반대하고 있지만 지방의회가 예산 배정을 요구하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무상 급식 쪽에 재원을 투입하면 책상 교체나 외국인 교사 지원 등에 배정할 예산이 줄어든다.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지자체장과 지방의회가 논란을 벌일 공산이 크다.
경기도 역시 도의원 112석 중 71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지방의회와 김문수 지사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 개발 사업이나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 등은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지 않고 있어 계속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 무상 급식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 등에서 상당한 마찰이 우려된다.
한편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인천을 제외한 서울 및 경기는 기초자치단체장 공약이 기존 정책과 비슷해 당분간 정책 변화가 두드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지역은 일부 구청장 당선자들이 표심을 의식, 재개발·뉴타운과 관련해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개발 공약을 내놓은 곳도 적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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