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 연말쯤 따스한 온기 느낄수도

2010. 6. 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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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완의 부동산 돋보기◆

요즘 필자는 맥(脈)을 잃은 부동산시장과 금융회사에서 쏟아내는 어두운 미래보고서를 보면서 마음이 답답하다. 2008년 하반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해 12월까지 급락하던 집값은 2009년 초로 접어들면서 한강변 재건축ㆍ재개발단지 위주로 반전하면서 그해 9월까지 강한 급등세를 실현했다. 2009년 9월 강북권 주택시장마저 술렁거리자 자라 보고 놀란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라는 초강력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였을게다.

DTI 규제란 무엇인가. 지난 2006년 말, 말그대로 백약이 무효라며 비판받던 과열된 시장을 한방에 때려잡은 메가톤급 진정제가 아닌가.

최근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택구매 시 약 64%가 모기지론을 이용한다. 그리고 집값의 48.8% 정도는 금융회사 대출로 충당한다. DTI 규제가 무서운 이유는 주택수요층의 3분의 2가 구매력에 직접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서울의 경우 40% 상한선에 묶여 자기자금력이 적은 수요자는 내집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통계를 보아도 주택활황기에 나온 정부의 마지막 규제 단계는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로 귀결된다. 그만큼 주택금융 규제는 전매 제한, 세금 강화, 공급 확대, 수요 억제 등 다른 규제장치와는 견줄 수 없는 폭발력(시장 안정성 면에서)을 지닌다. 한마디로 서울 집값이 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DTI 규제가 일등공신이고 여기에다 보금자리주택의 대량공급과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의 유지도 한몫을 하고 있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의 파급력은 집값 상승과 무관하다는 정부 설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최고 입지, 저가 주택, 선분양이라는 3박자의 공급 경쟁력은 민간 분양시장과 현물시장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이쯤되면 그간 오르기만 하던 강남권 집값, 특히 재건축아파트가 지난 2월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는 이유가 쉽게 이해될 것이다. 요컨대 수요량 자체를 줄이는 수요 억제와 저가주택의 대량공급을 통한 확대정책 앞에 시장의 균형추는 상실된 셈이다.

궁금한 점은 현재의 집값 하락세가 언제쯤 마무리되고, 다시 말해 언제쯤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인가이다. KBS, MBC, SBS 공중파 3사 모두 얼마 전 심층보도를 통해 '거품 붕괴의 시작', '대세하락의 전조' 등을 부각시켜 시장참여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까운 장래에 집값 붕괴 혹은 폭락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과연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지방선거 후 정책기조, 실물경기, 금리 등 거시경제지표는 물론이고 거래량,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추이, 해외 부동산시장 동향 등 복합적인 주변 변수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들 변수 향배에 따라 하반기 시장 흐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필자의 진단이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첫째,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과 신도시의 집값 하락폭이 생각보다 큰 편이다. 거래량도 절반 이하로 줄면서 바닥 징후가 농후하다. 이를테면 집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대치은마, 개포주공, 잠실주공 5단지 등 재건축단지와 타워팰리스등 중대형 집값이 올해 들어서만 2억~3억원씩 급락했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와 용인 등 수도권 남부권 집값은 하락폭이 더 심하다, 과거 대표적 단지의 집값이 10~20% 이상 급락하고 거래량이 반 토막날 때가 소위 바닥권의 신호였다.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도 전국 54%, 수도권 43.2%, 서울 42%로 상승해 3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전세금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집값 상승지표로 볼 수 있다.

둘째, 지방선거 후 정부여당은 과도한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살펴본대로 집값 급락-거래 두절로 시장은 본래적 유통기능을 상실했다. 정부로서는 집값 안정, 거품 제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목표를 이미 달성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주택소유자, 중산층의 이유 있는 항변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DTI 비율 상향조정, 분양가 상한제 일부지역 해제, 전매제한기간 단축, 2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완화 등 늪에 빠진 시장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미세조정 노력은 기대된다.

셋째,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인상의 악재는 존재하지만 실물경기 회복세는 시장전환의 탄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넷째, 무엇보다 단기 사이클을 보면 수도권 주택시장은 점차 반등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과거 IMF 위기,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포함해서 수도권 집값이 가장 오랫동안 떨어졌던 기간은 2004년 6월부터 2005년 1월까지로 33주(약 8개월) 정도였다. 이후 부동산시장은 날개를 달았다. 그렇다면 오는 8~9월 가을 이사철쯤에는 집값이 반등할 확률은 있는 것인가. 늦어도 내년 봄 성수기를 앞둔 올 연말쯤에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지도 모른다.

요약하면 하반기 시장은 폭락 내지 붕괴할 정도로 하락 요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어둠 속의 빛처럼 정책, 경기, 가격, 거래 등 긍정적인 변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다수는 주택시장의 위기를 보며 집값 폭락을 점치면서 기다릴 것이다. 집값 붕괴 가능성이 적다면 실수요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올해 말까지 집을 사라. 청약통장 가입자는 신규분양을, 자금력이 있다면 수익형 부동산을, 법률지식 소지자는 경공매를 그리고 자금력이 제한된 일반인, 무주택자는 급매물을 노려보는 전략이 창조적 자산관리의 첫걸음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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