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모르는 부동층에 웃고 우는 안희정·박상돈

충남· 임지영 toto@sisain.co.kr 2010. 5. 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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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사람들이 원래 내색을 잘 안 한다."지방선거를 한주 앞둔 충청남도 도지사 후보 캠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이다. 전통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이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지역이 바로 충청도이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에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기 일쑤이다. 이번에도 전국에서 응답을 거부한 부동층이 가장 많은 곳이다. 충남은 안개 속이다.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충남은 '2강 1중'으로 갈린다. '좌희정'으로 통하는 안희정 민주당 후보와 자유선진당 후보로 나선 박상돈 후보가 오차 범위 내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 뒤를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 안희정·박상돈 후보 캠프 모두 무응답 부동층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공주, 연기가 포함된 충청권은 세종시 문제가 민심의 1차 향방을 좌우한다. 막판 변수로 등장한 '북풍'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는 우리은행장 출신으로 당진에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한국형 라스베이거스를 짓고 5000억원 규모의 신충남은행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폈다. 박 후보는 전략적으로 세종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지역민심이 세종시 수정안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는 연기 출신으로 안희정 후보와 함께 세종시 원안 고수를 부각시켰다. 천안 지역 국회의원에, 대천과 서산 시장을 역임하고 보령 머드팩 축제 등을 유치한 경험이 있어 지역 현안에 밝은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논산 출신이다. 민주당 행복도시원안사수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전력을 내세우며충청 발전을 위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의 왼팔, '좌희정'답게 노 전 대통령의 야심작인 세종시 원안 사수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4대강 사업 저지, 친환경무상급식, 균형발전론 등으로 현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시사IN 임지영 안희정 후보는 노무현의 왼팔, '좌희정'답게 노 전 대통령의 야심작인 세종시 원안 사수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세 후보 모두 새벽부터 밤까지 꽉 찬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5월25일 오후엔 대전 KBS 라디오에서 세 후보의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세종시에 대한 입장과 상대 후보의 이력에 대해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상돈 후보와 박해춘 후보는 안희정 후보를 향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지난 정권의 책임을 따졌다. 특히 박상돈 후보는 천안함 사태의 잘못이 북한과 우리 정부 중 누구에게 더 있느냐고 물으며 안 후보의 학생운동 전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안 후보는 북풍을 선거 쟁점화 시키는 것 자체가 변형된 색깔론이라며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에게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종시 추진을 공언했던 이명박 정부의 말 바꾸기 행보를 따졌다. 이에 박 후보는 수정안이 기업 이전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가 박상돈 후보에게 "정치는 신의인데, 박 후보는 키워준 심대평 의원을 배신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박상돈 후보는 "탈당한 사람이 누군데 누가 누굴 배신하느냐"라며 자유선진당을 이회창 대표의 1인 정당으로 보지 말라고 답했다. 후보들 간 짧은 난상 토론은 정책 논쟁보다는 상호 비방으로 이어졌다.

안희정 후보는 이날 공식 일정을 네 개 밖에 잡지 않았다. 오전은 토론회를 준비하는 데 할애했고 저녁은 언론 인터뷰 등을 위해 비워뒀다. 저녁 6시30분. 천안 야우리 백화점 앞에서 시의원 후보 등과 합동 유세가 있었다. 8차선 도로에 나란히 선 노란색 옷의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이 음악 소리에 맞춰 힘찬 율동을 했다. 선거 차량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 울려 퍼졌다. 세종시 원안을 다음 대통령도 이을 거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주당 양승조 국회의원의 지원 유세에 이어 단상에 오른 안희정 후보는 "대통령 본인 입으로도 수십 번 행복도시를 말했는데 결국 말을 바꿨다. 세종시의 승리가 국가균형 발전의 승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 측은 천안함에서 시작된 이른바 북풍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보수층 결집에 호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쪽 김종민 대변인은 "결국 크게 될 새 인물을 키울 것인가, 안전하게 지역당을 선택할 지가 관건이다"라고 분석했다. 연설이 끝나고 자리로 내려온 안 후보를 지지자들이 에워쌌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려진 수건을 들고 있던 한 지지자는 안 후보와 포옹한 후 울음을 터뜨렸다. 유세를 듣던 조아무개씨(44)는 "노무현 전 대통령 옆에서 보좌하던 당시 보여준 인품과 중앙에서 일한 전력이 충남을 잘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로 이어졌다"라며 지지를 표했다.

ⓒ시사IN 임지영 박상돈 자유선진당 후보는 천안 지역 국회의원에, 대천과 서산 시장을 역임하고 보령 머드팩 축제 등을 유치한 경험이 있어 지역 현안에 밝은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오후 5시30분 천안 쌍용동 현대증권 사거리. 박상돈 자유선진당 후보의 음성이 크게 들렸다. 그는 '충남 발전에 몸 바친 기호 3번 박상돈'이라는 구호처럼 충청도 지역에서의 오랜 공직 생활을 강조했다. 박 후보의 유세를 듣던 김정후씨(55)는 "지역에서 이름을 많이 들어본 유일한 후보다. 그만큼 이 지역 현안에 밝다는 뜻 아니겠는가. 당은 약하지만 사람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날 박상돈 후보는 토론 이외에 부여, 당진, 논산 등의 시장을 돌며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을 넓혔다. 박 후보는 지역민들 사이 인지도 면에선 세 후보 중 가장 앞섰다.

이 날 '충남가축인공수정사협회' 정회원 100명의 지지선언을 받기도 했다. 박 후보 측 캠프는 한껏 고무됐다. 군수 시절 보령 머드팩 축제나 우유 은행 유치 등의 행정 경험에서 앞서기 때문에 결국 부동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장형동 부대변인은 "안희정 후보는 세종시 원안만 강조하는데 박 후보는 플러스 알파를 주장한다. 경험과 실적이 단연 앞선다. 부동층은 거의 이쪽 민심이다"라고 분석했다. 다소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충청도민들이 막판에 가서는 '될 사람'을 쫓아 지역당에 몰아 줄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한나라당을 지지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막판 선거 전략을 짜는 것도 굳히기 카드이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는 우리은행장 출신으로 당진에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한국형 라스베이거스를 짓고 5000억원 규모의 신충남은행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폈다.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도 이날 오전 시간을 방송 연설과 토론회 준비에 할애했다. 선거 출마가 처음이라 토론회나 연설 등에 익숙하지 못해 이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중이라고 참모들은 밝혔다. 오전에 방송 연설 녹화를 한 이후 정오 무렵 충청은행 재건 동우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합동 토론회 이후엔 당진을 찾아 시장 비례대표와 합동 유세를 가졌다. 이어 서산 지역에서 장경동 목사 초청 부흥회 현장을 찾아 간담회를 가졌다. 당진~천안간 고속도로 건설이나 한국형 라스베이거스 건설 등 당진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주요 공약을 내세워 지역 민심을 파고들었다. 박형영 부대변인은 "아직까진 고군분투 중이지만 오르는 추세기 때문에 역전도 가능할 것이다. 친노 세력이 부활하려고 하는데 지역 정당만 가지고는 견제가 힘들다는 부분을 각인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인사가 아니라 인지도가 떨어졌는데 TV 토론회에 나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자체 분석도 내놓았다. 천안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정길씨는 "JP 시절부터 만년 2등만 하는 지역당도 지겹고 얼굴도 잘 모르는 안희정도 낯설다. 경제 살린다는 여당을 미뤄주는 게 낫겠다"라고 말했다.

세 후보자 모두 천안에 선거 캠프를 차렸다. 천안시 유권자가 40여만 명으로 충남 전체 유권자의 25%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들은 "아직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이나 선거 캠프 쪽을 곤혹스럽게 하는 30% 가량의 부동층. "부처님도 하느님도 며느리도 모른다"는 이 부동층의 마지막 선택에 결국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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