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프랑스 건축의 백미를 만나다

2010. 5. 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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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덜컹거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회색빛 하늘 아래로 피어난 희뿌연 안개 숲을 달리다 보면 마음 한구석 어딘가로 우울함이 밀려든다. 차창 밖으로는 앙상한 가지 위로 탐스럽게 걸린 보름달이 밤새 어둠 속으로 기운을 다 쏟아낸 듯 풀이 죽어 있고, 일찍 일어난 새들은 종종걸음으로 먹이를 찾느라 부지런을 떨고 있다.

파리에서 서북부 노르망디 지방의 안개를 뚫고 가면 새파랗게 잎사귀가 돋아난 녹색숲 사이로 말을 타고 아침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과 잠을 떨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소와 양들의 목가적인 풍광이 곧게 뻗은 레일을 따라 펼쳐져 있어 박목월 선생님의 전원시 한 편이 우울했던 기분을 밝게 해 준다.

영국해협과 이마를 맞대고 있는 노르망디 지방은 벨기에인과 켈트인이 처음으로 정착했고, 로마시대에는 카이사르에게 정복되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으면서 도시의 명맥을 오늘날까지 이어왔다. 지금은 프랑스의 낙농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 지역이 여러 인종에게 지배를 받은 이유는 토양이 비옥한 데다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아름다운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맑고 청정한 날씨가 사람들의 발길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해안에는 아주 경이적이고 신비로운 수도원 하나가 세찬 바닷바람과 맞서면서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와 애달픈 삶을 함께하고 있다. 오롯이 1000년의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늠름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바다 위로 솟아 있는 몽생미셸은 섬 위에 지어진 수도원이다. 708년 아브랑슈의 주교였던 생 토베르가 꿈 속에서 성 미카엘의 계시를 받아 지었다고 한다. 몽생미셸의 뾰족한 첨탑은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하다.

퐁토르송이나 렌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바닷길이 열린 제방을 따라가면 멀리서 수도원의 첨탑부터 시작해 짙은 갈색 건물들이 차례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다소 무뚝뚝하고 배타적인 인사를 건넨다.

1000년의 역사를 모질게 겪은 수도원답게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그리 상냥하지도 새색시처럼 수줍어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거칠고 남성다운 씩씩함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수도원 앞에는 옛날의 자취를 알 수 있는 바닷물이 고여 있고, 옆으로는 푸른 잔디 위에서 순한 양들이 유유자적하게 풀을 뜯으며 노르망디가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몽생미셸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프랑스 여행지로 손색이 없을 만큼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바위산 전체가 마치 하나의 수도원 건물처럼 보이고 눈이 부실 만큼 푸른 하늘 밑에 서 있는 둘레가 900m, 높이가 78.6m나 되는 몽생미셸의 웅장함은 찾는 이로 하여금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중세 건축물인 몽생미셸은 한 번에 건축된 것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증ㆍ개축돼 중세에는 대표적 순례지로 발전했다. 708년 바위산 위에 처음 건축된 몽생미셸은 10세기 말에 미카엘을 모신 지하예배당이 개축됐다. 11세기에는 남쪽에 생 마르탱 지하예배당이 건축됐고, 북쪽에는 양초 성모상이 있는 예배당을 지었다.

또한 이 시기에 바위산 제일 높은 곳에 미카엘 상을 모신 성당도 함께 지었다. 1211년에는 고딕양식의 3층 건물 '라메르베유'를 비롯해 수사들의 대식당과 회랑 등 화려한 고딕양식 건축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하지만 14세기 영국과 벌인 백년전쟁 때 수도원은 방어용 벽과 탑을 세워 요새로 만들었고, 15세기에는 성당에 플랑부아양 양식의 내진(內陣)을 만들었으나 16세기 이후에는 점차 쇠퇴했다.

지리적 조건 때문에 종교적인 목적과는 달리 프랑스의 위정자들에 의해 항상 정치적으로 악용된 곳이 바로 몽생미셸이다. 또한 14세기 백년전쟁 때는 프랑스가 영국에 맞서 싸우기 위해 높은 방어용 벽과 탑을 쌓아 해군 전략기지로 요새화됐고, 나폴레옹 시대에는 정치범을 수감하는 감옥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옛 모습을 다시 찾아 베네딕트수도회 수도사들이 평온하고 조용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수도원으로 돌아왔다.

△가는 길=세계문화유산인 몽생미셸은 파리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가능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운항하는 인천~파리 직항편을 이용한다. 비행 소요시간 약 12시간 50분.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렌(Rennes)을 거쳐 버스로 몽생미셸과 루아르 고성을 갈 수 있다. 파리에서 고속열차(TGV)로 렌까지 약 2시간 소요, 렌에서 몽생미셸까지는 버스로 30분 소요. 파리 현지 여행사나 호텔에서 1일투어를 신청하면 쉽게 몽생미셸을 볼 수 있다.

△상품정보=롯데제이티비가 '(봉쥬르KE)프랑스 완전일주 8일' 상품을 선보인다. 정규 일급호텔에서 머무르며 몽생미셸, 생말로, 투르, 보르도, 아비뇽, 마르세유 등을 둘러본다. 마르세유~파리 구간 항공 또는 TGV 이용. 왕복항공권, 각종 세금, 전 일정 식사, 관광지 입장료 포함. 요금은 439만원. 대한항공을 이용해 6월 2일 출발. 1577-6511

[글 = 이태훈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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