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수도 실력이라는데.."
[머니투데이 변휘기자]
'정운찬 국무총리가 또다시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취임 이후 끊임없이 정 총리를 따라다녔던 '말실수' 논란이 잠잠해지던 시점에서 또 한 번 부적절한 언행으로 화를 자초했다.
정 총리는 지난 13일 천안함 구조작업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미망인 김말순씨가 "정말 방문해 주실 줄 몰랐다"고 하자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잘못된 약속조차 지키려 하는 여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세종시 수정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농담"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리사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6일 진행된 충청지역 언론인과의 만남에서 나온 말도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정 총리가 이 자리에서 "나도 충청도에 살고 있었으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을 것이라 말했다" 보도가 나온 것.
정 총리의 말실수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 총리는 올해 초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숱한 말실수로 홍역을 치렀다. 다만 이같은 일들이 가십성 화제로 끝난 것은 정 총리의 말 속에서 다른 저의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정부질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실수를 유도하는 질문이 없기 바란다"는 정 총리의 지적에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최근 말실수는 정 총리의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이전과 무게가 다르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정 총리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품격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986년 9월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는 자민당 전국 연수회의에 참석에서 "미국에는 흑인과 푸에르토리코인, 멕시코인 등이 섞여 있어 평균적으로 미국인의 지식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해 미·일간 외교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정치 초보'를 벗어나 취임 9개월째를 맞는 정 총리에게 더 이상의 '말실수'를 그저 실수로 넘기기 힘든 이유다. 잦은 '실수'는 정 총리 스스로의 국정수행 '실력'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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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휘기자 hynews@<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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