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 한국 토종호텔 뜬다

이기범 2010. 5.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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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CBS산업부 이기범 기자]

해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CBS는 해외 기획취재 '신 시장 개척, 메이드 인 코리아'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는 우리 기업들과 시장확대를 위한 과제 등을 집중 조명한다. CBS는 다섯 번째 순서로, 리비아에 국내 건설업체가 짓고 있는 한국식 토종 호텔이 현재 최고 건물로 떠오른다는 소식을 전한다. < 편집자 주 >

리비아 트리폴리 시내 알 파타 타워. 옛 서울특별시 마크와 거의 똑같이 생긴 별 문양이 건물 이마에 박혀 있는 리비아 내 현존하는 최고의 빌딩이다.

하지만 이 최고의 빌딩도 고개를 젖혀 올려봐야 하는 건물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대우건설이 짓고 있는 대우 트리폴리 호텔이다.

지난달 23일 트리폴리 시내 알 파타 타워 앞(리비아는 주소체계가 없어 기존 주요건물을 주소 대신 사용한다) 대우 트리폴리 호텔 공사현장은 오는 12월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상 36층 규모의 건물 외장공사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빠데(퍼티) 좀 줘""네"스탠더드 룸을 꾸미고 있던 한국인 기술자가 한국말로 마감재인 퍼티를 달라고 하자 방글라데시 출신 보조가 한번에 알아듣고 발 디딤판 위에서 작업중인 한국인 기술자에게 퍼티를 건넸다.

한국인 기술자가 퍼티를 섬세하게 천정에 펴바르자 방글라데시 보조가 눈 한번 껌뻑이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다른 층에서는 한국인 기술자의 지시로 공조설비 용접공사가 한창이었다. 일정한 높이로 천정에 공조배관을 고정하는 작업으로 한국인 기술자가 일일이 배관의 위치를 정해주면 뒤따르던 필리핀 출신 보조가 용접을 해 배관을 고정시키는 일이었다. 필리핀 보조가 배관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하자 보다못한 한국인 기술자가 직접 나섰다.

"조금 다운(밑으로), 빨리 빨리 웰딩, 오케이?"'배관 위치를 조금 밑으로 조정해서 빨리 빨리 용접하라'는 한국말을 필리핀 보조는 용케 알아듣고 작업에 속도를 냈다.

현장은 한국인 기술자의 지시에 따라 방글라데시와 필리핀,이집트 노동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국 특유의 '빨리 빨리' 정신과 치밀한 현장관리로 대우 트리폴리 호텔은 공사속도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공사에 한창 속도가 붙었을 때는 3.5일에 한 개층이 올라갔다.

트리폴리 호텔 현장 황영환 부장은 "터키 건설업체도 호텔 맞은편에 대형 빌딩을 짓고 있는데 우리보다 먼저 착공했지만 아직까지 외장공사 중입니다. 우리 공사속도를 보고 터키 업체가 혀를 내두를 정돕니다"

공사속도 뿐만 아니라 호텔 외형도 리비아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리비아에 처음으로 '커튼월' 방식을 도입했다. 커튼월 방식은 건물 전면을 유리로 덮는 기법으로 거대한 유리창을 들어올려 외부에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기법이다. 커튼월 방식의 트리폴리 호텔은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둔탁한 느낌 일색의 트리폴리 시내 표정을 산뜻하게 만들고 있다.

대우 트리폴리 호텔이 리비아의 랜드마크로 부상하자 리비아 정부에서도 관심있게 공사를 지켜보고 있다. 후계자 물망에 오르고 있는 카다피 대통령의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가 호텔 외관 디자인 일부를 직접 손볼 정도로 리비아 정권 수뇌부의 관심이 각별하다.

트리폴리 호텔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최규명 상무는 "리비아 최초로 커튼 월 공법을 도입하고 공사도 빠르게 진행하다 보니 리비아 정부가 추가 공사를 맡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지부진한 공사는 '해결사'인 대우건설에 맡긴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공사가 트리폴리 잔주르 지역 해변가에 외국인 전용 리조트 단지를 건설하는 '워터프론트 프로젝트'다. 카타르와 리비아 자본이 공동투자한 이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지난해 리비아 수뇌부에서 대우건설에 공사를 맡겼다. PQ(사전심사) 과정을 생략하고 단독초청에 의한 수의계약으로 한화 2천 5백억원에 이르는 공사를 맡긴 것이다.

워터프론트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황상희 부장은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디자인 앤드 빌딩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 1단계 공사를 수주했지만 2단계 공사 수주도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말처럼 쉽게 리비아에서 대형공사를 수주한 것은 아니다. 리비아에 대한 미국과 UN의 경제제재로 대우건설은 공사진행은 물론 공사 미수금 수령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다른 경쟁업체들이 경제제재를 이유로 리비아에서 철수할 때인 90년대에도 끝까지 남아 10억 달러의 공사를 수주했다. 5억 7천만달러의 미수금을 받기 위해 리비아 정부부처와 공기업 수십 곳에 흩어져 있는 관련서류를 대우직원들이 직접 서류창고를 뒤져가며 찾아내 미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리비아 정부도 미수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하고 지난 2001년부터 미수금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회수된 미수금을 리비아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했다. 트리폴리 호텔도 대우건설과 리비아가 공동투자해 만든 현지 시공법인 '대우 트리폴리 투자개발회사'가 진행하는 것으로 대우건설은 총 사업비의 60%인 9,985만 달러를 투자했다.

트리폴리 호텔 현장 강창원 부장은 "미수금을 직접 회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트리폴리 호텔처럼 투자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이익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5년내 투자금 전액 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리폴리 호텔의 자랑거리 또 하나는 순수 토종호텔이라는 점이다. 시공은 물론 설계에서 자재구매까지 대우건설이 맡고 있다. 특히 자재는 전체의 95% 이상을 한국산으로 쓰고 있다. 설계와 자재구매,시공을 한꺼번에 맡는 EPC방식의 수주는 시공도 중요하지만 설계와 자재구매도 중요하다. 설계를 잘못하면 공사의 밑그림을 망치는 근본적인 실패를 맛보게 되고 자재구매가 원활하지 못하면 공사기간이 늘어지고 공사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PC계약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단순 시공보다 공사 마진을 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이처럼 리비아에 집중하는 이유는 리비아가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이자 막대한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가진 자원 부국이기 때문이다.북아프리카에 있는 리비아는 이슬람 국가라는 면에서 중동과 흡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아프리카의 맹주를 지향하고 있다. 카다피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아프리카 연합(AU)' 창설을 주도하며 아프리카 빈곤문제와 대외적 위상제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트리폴리 시내 곳곳에는 지난해 성대히 치러졌던 '카다피 혁명 40주년' 입간판과 함께 '아프리카는 희망이다(Africa is a hope)'라는 대형 간판이 서 있었다.

리비아는 또한 지리적으로 유럽과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아라비아 반도를 건너면 중동으로 이어진다.

세계 2차 대전 중 연합군과 독일의 전차군단이 아프리카 대륙을 선점하기 위해 혈전을 벌였던 곳도 리비아였을만큼 리비아는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이기도 하다.

부존자원도 막대하다. 2006년말 기준 석유 매장량은 415억 배럴로 세계 7위이며 가스 매장량은 1조 3,200억m³로 세계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현재 999억 8천만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2003년 UN제재 해제 이후 각종 인프라 조성사업과 개발공사를 발주하고 있다. 코트라 트리폴리센터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미화 1,230억 달러를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다.

해외건설협회 강신영 실장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리비아,알제리 등 북아프리카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며 "UN과 미국의 제재 해제 이후 주택과 신도시 건설, 발전소 플랜트, 하수처리 분야가 유망한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hope@cbs.co.kr 한국기업, 성공은 '품질'에 달려있다 한국기업,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답이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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