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동맹' 공구족, 마침내 '갑'이 되다

지영호 2010. 5. 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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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공구의 힘/ '야용사'의 변화]"이제는 메이저 브랜드들이 물건을 팔아달라고 먼저 제의를 해요"야구용품 시장에서 공구(공동구매)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야구용품싸게사기(이하 야용사)의 운영자 이권 씨는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며 이같이 말한다. 온라인 다음 카페 야용사는 최근 회원수 20만명을 넘길 정도로 인기 몰이 중이다.

이씨는 지난 2004년 야구 정보와 용품 판매라는 두마지 토끼를 잡기 위해 야용사를 개설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용품사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신용도 없고 거래량도 많지 않은 온라인 공동구매 사이트에 물건을 줄 리 만무했기 때문. 이씨는 친구와 연대보증을 하면서까지 주문을 요청해야 했다.

"실수로 입금이 좀 늦어진 적이 있었는데 물건을 안 주더군요. 불과 몇십만원짜리 거래에도 보증서를 끊어주곤 했어요."

어렵던 거래는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2006년에 미국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면서 야구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씨는 "이때 동호인 야구팀이 약 1.5배 정도 늘어난 듯하다"고 설명한다. 당연히 야용사의 회원수도 급증하면서 주문량이 많아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감동과 2009년 열린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드라마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회원수가 불고 주문량이 커지면서 시장에서 야용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총판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며 공구를 제안하기도 하고 1억~2억원 하는 거래도 일단 물건부터 보내는 일이 생겼다.

"샵오더라고 하죠? 야용사 회원들만을 위한 특별한 색깔의 글러브를 주문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어요."

공구 판매상은 안된다?

야용사는 개설 처음부터 야구용품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사이트다. 사회인 야구를 하던 이씨는 해외에 비해 국내 업체들이 약 40%나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을 보고, 야구용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 야용사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구매대행 방식이었다. 외국에서 물건을 사와 되파는 식이다. 마진은 시장의 절반 정도로만 책정했다. 그러자 기존 판매업자들은 시장의 물을 흐린다며 압박을 가했다. 2006년 세무조사도 주변의 시샘이 이유였다.

사업 초기 1200만원의 돈은 구멍가게 수준의 야용사를 흔들어 놨다. 왜 세무신고를 성실히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답한다. 이씨가 사업에 문외한이었던 것은 잠실 종합운동장 역사 내에 있는 창고 안 책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상 벽면에는 그가 사업 초기 사이트 개설 등을 위해 한 업체에게 착수금을 맡긴 돈에 대한 반환소송 결과가 붙어있었다. 승소는 했지만 언제 돈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씨는 "그 때의 실수를 잊지 않으려고 붙여 놨다"고 설명한다.

온라인 카페도 시련을 겪었다. 야구 정보만을 기대했던 이른바 '고수 회원'들이 반기를 든 것. 카페 운영자가 '장사'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야구용품시장에서 쌓인 거품과 폭리를 빼고 합당한 가격에 우리가 팔겠다고 했죠."결국 뜻이 맞지 않는 회원들은 야용사를 떠나 새로운 카페를 개설했지만 활성화에 실패했다. 이씨는 실패 이유를 '회원들은 야구정보뿐 아니라 용품을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구매욕을 충족시켜주지 않는다면 회원들은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야용사는 시대의 흐름

"선글라스요? 예, 알겠습니다."최근 야용사의 위상이 널리 알려지면서 중소업체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싶다면서 싸게 물건을 주겠다는 전화다. 일단 야용사에 제품이 올라가면 야구 동호회원들이 한번씩은 보기 때문에 이름이 덜 알려진 용품사에서는 야용사와 손을 잡으려 안간힘이다.

제품 선별의 기준은 간단하다. 일단 값이 싸면서 제품의 질이 좋아야 한다. 이미 수년간 야구용품을 매입한 덕분에 제품 보는 눈이 상당히 높아졌다.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 방법에는 일명 '양띠기' 작전이 필수다.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대신 재고물건도 모두 떠안는 방식이다. 싼 값에 물건을 사들이는 장점은 있지만 제품의 보관과 판매의 자신감이 없다면 할 수 없는 매입방식이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지난해 매출이 본궤도에 올랐다. 한번에 1000개 이상의 주문계약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최근에는 나이키, 미즈노, 사사키 등 유명 브랜드의 제품도 1000~2000개 단위로 주문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종합운동장역사 내 매장과 창고 외에도 석촌동에 1000평짜리 창고가 있어요. 이달 말이면 부산에서도 야용사 2호점이 탄생하고요. 전국 5개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야구용품업계의 E마트를 꿈꾸는 이씨는 야용사의 등장을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한다. 꼭 야용사가 아니었어도 비슷한 공구 사이트가 개설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파도는 손으로 막을 수 없잖아요." 야용사의 달라진 위상에서 공구의 힘이 느껴진다. 야용사 운영자가 말하는 온라인 공구 활성화 비법 네가지

1. 가격에 남다른 강점을 가질 것 -야구용품싸게사기라는 이름에 걸맞는 제품 가격 확보2. 희귀 용품을 보는 재미를 줄 것 -1930년대 미국 글러브도 야용사에서 볼 수 있음3. 동호회 활성화에 소홀하지 않을 것 -게임 중매, 구장 대여, 선수단 모집 등 정보 공유4. 안전거래 확보할 것 -에스크로 등 안전거래 통로 개설 및 사기꾼 정보 공지 ▶ (머니마켓) 테마주 성공투자 '프로페셔널 포트폴리오'▶ (머니마켓) 성공투자의 지름길 '오늘의 추천주'▶ (머니마켓) 오늘의 증권정보 '재야고수 종목 엿보기'지영호기자 tellmetoday@<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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