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일시상환, 금융불안 부른다"

2010. 5. 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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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금융연구센터 분석

'DTI 규제 확대' 대안으로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만기일시상환 방식이어서 원금상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채가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부채 팽창을 억제하고 집값 폭락을 막으려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금융연구센터는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한국의 가계대출, 과연 안전한가?'라는 주제의 정책 심포지엄에 앞서, 이런 내용의 주제발표 자료를 공개했다.

김현정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가계부채의 현황 및 취약성 분석'이라는 자료에서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만기일시상환 방식이고 상당 부분이 거치중"이라며 "이는 부채 상환 부담이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어서, 원금상환이 시작되거나 외부 충격으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소득층 가계를 중심으로 빚을 내 구입한 실물자산 의존도가 높아 부동산가격 하락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취약점으로 꼽혔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70%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4, 5분위 계층에 집중돼 있고, 담보인정비율(LTV)도 50%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만기 구조 단기화, 일시상환 비중 증가 등 구조적 취약성이 과거에 비해 증가했고, 신용대출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아 경기순환에 따른 소득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의 구조 변화를 위한 정책 제안'이라는 자료에서 "현재 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는 디티아이 규제를 전국에 확대적용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집값이 소득 수준에 견줘 높은 편이라는 점을 추가로 고려하면, 집값 하락으로 은행이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거나 다른 대출로 차환해주는 것을 거절하는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결국 집값이 폭락하고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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