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는 우리 밥줄.. 일터 뺏겨 막막"
"정말 살 길이 막막합니더. 4대강 사업은 우리 골재 노동자의 일터를 빼앗고 멀쩡한 강을 죽이는 깁니더."
7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무더운 날씨 속에서 40~50대 노동자 80여명이 행렬을 이뤄 다섯 걸음 걷고는 아스팔트 위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이날 행사의 원래 이름은 '4대강 반대, 생존권 보장을 위한 '3보1배'였다.
하지만 '4·대·강·중·단'과 '생·존·권·보·장'이란 구호에 맞춰 다섯 발자국씩 내딛곤 절을 하니 '5보1배'가 되었다. 이날 '5보1배'를 올리고 있는 이들은 낙동강에서 10~30년씩 모래를 채취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대구·경북지역 골재노조원들이 7일 대구 달성군 낙동강변에서 4대강 공사 중단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5보1배를 하고 있다. 대구 | 김세구 선임기자
4대강 사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대구·경북지역 골재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노동자·농민의 일터를 빼앗고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고행에 나선 것이다. 행렬의 앞에 선 이인기씨(44·달성군 화원읍 구라리)는 "생계도 막막하고, 낙동강도 황폐화돼 가슴이 아프다"고 넋두리했다. 이씨는 15년여 동안 낙동강변 골재채취업체에서 일해왔다.
하지만 그가 다니던 경북 성주군의 업체는 4대강 사업으로 지난해 1월부터 모래 채취허가를 받지 못했다. 일거리가 없어져 지금까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고 3과 중 3인 두 딸의 학원부터 끊었다. 최근에는 업체로부터 정리해고 통보까지 받았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전에는 아침에 낙동강으로 출근하몬 고라니, 수달도 마이 볼 수 있었는데 인자는 흔적도 안 보입니더. 이거는(4대강 사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 아이라 노동자·농민 생계를 뺏고 환경까지 파괴하는 깁니더."
다른 조합원은 "서민들의 생계 터전마저 빼앗고 환경 파괴까지 해가며 가진 사람 배만 불리는 엉터리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골재원 노조에 따르면 전국(4대강) 130여개 골재업체 1000여명의 골재 노동자 가운데 700여명(74개 업체)이 낙동강에 몰려 있다. 대구·경북에는 33개 업체 350여명의 노동자가 있다. 이 가운데 17개 업체 56명이 조합원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탓에 조합원이 있는 17개 업체 가운데 11곳이 휴업 상태이거나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합원 56명 중 40여명이 '실직 상태'다. 가동 중인 6개 업체도 다음달쯤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만 4억4000만㎥를 준설할 계획이다. 34년간 준설할 골재를 2년 만에 퍼내는 셈이다. 노조 측은 공사가 끝나고 나면 낙동강에서도 한강처럼 골재채취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완 위원장은 "국토를 망치는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농민의 생계 대책을 세울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3일까지 6일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8㎞가량 떨어진 대구시청까지 '5보1배'의 고행에 나선다. 이들은 18~21일에는 서울로 올라가 한나라당 중앙당사~정부중앙청사~청와대 청운동사무소까지 '5보1배'에 나설 계획이다.
< 대구 | 최슬기 기자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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