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위풍당당 복귀무대


4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은반 위에 '국민 여동생' 김연아가 있다면, 무대 위에는 '국민 누님' 정경화가 있었다.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2)가 부상을 털고 무대에 복귀한 4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최근 몇 년 만에 가장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이틀째인 이날 정경화는 협연자로 무대에 올라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해 건재를 과시했다.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이 끝나고 헐렁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정경화가 바이올린을 끼고 무대에 등장하자 합창석까지 빼곡히 들어찬 만원 관객 사이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정경화는 왼손 네 번째 손가락 부상으로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의 협연을 갑작스레 취소한 2005년 9월 이후 연주 활동을 접고서 미국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후진 양성에만 몰두해왔기 때문에, 청중으로서는 5년 만에 갖는 '여제' 영접이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은 기교적으로도 난해하지만 연주 시간만 40여 분에 달해 체력적인 부담도 큰 곡. 그래서 연주회 전에는 과연 몇 년 동안 연주를 쉰 정경화가 예전 같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초반에 다소 긴장하는 듯 보인 정경화가 무대를 휘어잡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오랜만의 복귀에 따른 압박감을 관록으로 제압한 정경화는 곡이 진행될수록 특유의 카리스마와 집중력으로 관객을 흡인했다.
격정적인 1악장, 서정미가 극치를 이루는 2악장을 지나 집시풍의 3악장에 접어들자 독특한 리듬감으로 오케스트라와 음악을 주고받으며 연주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마지막 음이 허공으로 길게 사라지자 아슈케나지는 정경화에게 다가가 손에 키스했고, 객석에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갈채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관객 4분의 1가량이 기립 박수를 보내며 열광하는 모습에서 지금까지 한국 클래식 연주자 가운데 가장 도드라지는 업적을 남긴 정경화를 향한 국민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가 엿보였다.
연주회 전 기자회견에서 "완벽한 기교를 추구한 20대 때와는 다르겠지만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던 정경화는 고국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손으로 커다란 하트를 그리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다섯 차례가량의 커튼콜 후 만면에 웃음을 띤 채 브람스 협주곡 3악장을 다시 한번 연주해 화답한 그는 박수가 잦아들지 않자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를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선사했다.
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씨는 "음악을 음미하며 연주하는 스타일과 거장다운 여유와 관록에 청중이 열광하는 것 같다"며 "정경화의 옛 음반에서 느껴지던 독특한 박자 감각, 가늘게 떨리면서도 매혹적인 음색이 오늘 연주에서도 고스란히 살아있어 많은 음악팬이 향수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앞서 3일 저녁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슈만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한 김선욱도 한층 성숙한 해석력과 나날이 진화하는 테크닉으로 혼신의 연주를 펼쳐 환호를 받았다.
최은규씨는 "김선욱 연주는 훌륭했다"며 "다만, 피아니스트 출신의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아서 그런지 상대를 너무 배려하다 보니 곡 초반에 약간 머뭇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 건 아쉽다"고 평가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 가운데 하나인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단원 개개인의 능력이 아주 탁월한 편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조화를 앞세워 3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4일 베토벤의 '교향곡 4번'에서 유려하고, 힘있는 사운드를 들려줬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5일에는 소록도에서 가수 조용필과 어우러져 한센병 환자를 위한 자선공연을 펼치고, 6일에는 고양 아람누리에서 김선욱이 협연하는 가운데 내한공연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인터뷰> 5년만에 복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 해외 오케스트라, 한국서 '불꽃' 대결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전집음반 인기몰이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5년만에 무대복귀
- 우연히 본 동료 '불륜 카톡' 찍어 유포…법원 벌금형 선고유예 | 연합뉴스
- '계곡살인' 이은해가 받은 유족연금 1천300만원, 한푼도 환수못해 | 연합뉴스
- [소셜+] "예쁘기만 하네"vs"전통 훼손"…체험한복 '전통성' 갑론을박 | 연합뉴스
- '탱크데이' 논란 5개월 만에…스타벅스, 투썸 제치고 1위 탈환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중국서 잡아 제주서 말린 생선…제품명에 '제주' 붙여도 될까 | 연합뉴스
- 영국 동물원서 호랑이 우리에 들어갔다가 물려 숨져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