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허트 로커
정적의 순간이 더 빛나는 전쟁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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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럴 수 있죠?" 샌본 하사(안소니 마키)가 묻는다. "나도 몰라." 제임스 중사(제레미 레너)가 대답한다. "어떻게 방탄복만 입고 폭탄을 해체하는 겁니까?" 하사가 다시 묻는다. "나도 모르겠어." 중사는 똑같은 대답을 되풀이한다. 873개의 폭탄을 해체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죽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말투다.
제임스 중사의 대답은 상징적이다. 그의 행동은 명령이나 임무에 의한 것이 아니다. 본능적이다. 폭탄이 묻혀 있는 현장으로 거침없이 걸어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영웅심도, 휴머니즘도 아니다. 폭탄이 있으니까, 폭탄을 해체하러 가는 것 뿐이다.
'허트 로커'(감독 캐서린 비글로우)는 국내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모았다. 올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아바타'와의 경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미국, 영국 등에서 수십 개의 상을 수상하면서 일찌감치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허트 로커'는 전쟁과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다. '그린 존'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전이 배경이지만, 정치적인 음모를 비판하거나 미국의 폭력성을 고발하지 않는다. 흔한 반전영화가 아니다.
"전쟁은 마약 같다"는 오프닝 멘트는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쟁의 중독성이다. 한 인간이 전쟁에 길들여지면, 그 강렬함에 중독되면, 전장을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감독은 전쟁의 비극성과 인간의 본능에 대한 웅숭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제임스는 EOD(폭발물 제거반) 팀장으로 부임한다. 그는 폭탄 뇌관을 수집해 침대 밑에 보관한다. 또 독단적인 돌출 행동으로 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위험해서 로봇이 하던 일을 직접 몸으로 해치우고, 헤드셋을 벗고 작업하는 바람에 부하들과 교신이 끊어지기 일쑤다. 급기야 샌본 하사로부터 주먹으로 얻어맞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인간은 아니다. 제임스는 외설 DVD를 파는 이라크 어린이와 축구를 하고, 자살폭탄의 도구가 된 어린이도 정성스럽게 거둬준다. 좁은 욕조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오열하기도 한다. 마침내 부하들과 소통하고, 진정한 리더가 된다.
'허트 로커'는 전쟁 영화지만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은 없다. 오히려 정적의 순간이 더 빛난다. 제임스가 길거리와 자동차의 폭탄을 해체하고, 사막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총을 겨누고 대치하는 순간이 하이라이트다. 감독은 그 정적이 가져오는 공포, 두려움, 긴장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인간의 내면과 본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그 순간의 강렬함에 마약처럼 빠져든다. 그래서 영화 배경은 굳이 이라크전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제임스의 복귀는 전쟁의 비극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제대 후 아내와 장을 보던 제임스는 수많은 종류의 시리얼 앞에서 막막해 한다. 대개의 반전영화는 이후 참전 군인의 사회 부적응과 방황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비글로우는 정반대 선택을 한다. 제임스는 아들과 아내를 두고 전장으로 돌아간다. 헬기에서 내려 햇빛 속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제임스의 발걸음을 클로즈업한 마지막 장면은 오래 기억될 만하다. 그의 가슴에는 훈장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 않다. 제임스는 특별한 군인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허트 로커'는 다소 지루하다는 인상을 준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핸드 헬드(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기법)로 찍은 화면은 역동적인데도 그렇다.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긴장의 강도가 떨어진 탓이다. 또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파편화된 이야기는 인물과의 교감을 방해하면서 흡인력을 제한한다.
무엇보다 서사의 두께가 만족스럽지 않다. 각 인물의 내면과 고뇌가 표면적으로만 다뤄지기 때문이다. 제임스가 전쟁 중독자가 된 과정이나 그의 안타까운 내면, 샌본이 "중사님처럼 아들을 갖고 싶다"고 우는 까닭을 관객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감정이입을 하기 힘들다. 인물간 갈등과 화해의 전형성, 제임스의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장면들은 작위적이어서 거슬린다.
'허트 로커'는 비글로우 감독의 최대 역작이라고 평가받는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전쟁영화 걸작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 기획취재팀ㆍ dad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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