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서민·지방 붙들기
정부가 최근 들어 쏟아내고 있는 정책은 '서민'과 '지방'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 대부분이다. 주된 정책대상이던 '서울·수도권'이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고소득층 이상을 겨냥한 정책들은 자취를 감췄다. 이는 세종시 논란, 부자중심 정책 등으로 서민층과 지방여론이 특히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최근 발표되는 정책들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특히 최근 발표되는 정책 중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이 상당수에 달한다. 서민들이 돈 빌리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서민금융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저신용자 200만명에게 저리로 10조원을 대출해주고 이자율 상한선을 1년 안에 10%포인트 낮추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이다. 이자율 상한선의 인하폭은 청와대에서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면서 발표 시점을 수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저신용자에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고 서민금융시장의 자율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무시됐고, 대부업체들이 오히려 음성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평가절하됐다.
지난 23일 금융위는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새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의 집을 사는 서민들에 대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추가 대출을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정부 일각의 주장은 DTI 전면 수정이었지만 부작용을 우려한 금융위가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은 향후 여론에 따라 추가 완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동산 금융규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26일 공동 배포한 '재래시장·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 보도자료는 카드업계가 일주일 전부터 시행 중인 내용을 담은 것으로 업계에서조차 "시의성이 없는 자료"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큰 의미를 둘 것 없다"며 겸연쩍어했다.
지방을 겨냥한 정책들 중에선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적지 않다. 지난 21일 발표된 남해안 선벨트 종합계획안은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경남·전남 해안권을 초광역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던 것을 4개월 만에 또 끄집어낸 것에 불과하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광주와 대구를 연구개발특구로 추가 지정하겠다는 방안은 대덕특구와 중복된다.
야당이 주장한 정책이지만 여당 공약으로 바뀌는 사례도 있다. 쌀 20만t 추가 매입과 농지에 타작목 재배시 지원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발표는 당초 민주노동당이 정부에 요청했던 안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최근 "노골적인 관권선거판, 농식품부마저 뛰어들려 하는가"라는 논평을 내며 개탄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위에서) 서민이나 지방 관련 정책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일단 방안을 제안하면 예상 이상으로 강도 높게 채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조된 정책들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동아대 조성렬 교수는 "최근 정책들이 큰 틀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라며 "선거를 겨냥한 단발성 정책은 추후 상당한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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