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출규제 완화론' 성급하다
(서울=연합뉴스) 주택건설업계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당정 일각에서도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다 보니 서민들의 주택거래마저 실종된데다, 은행과 건설업계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 전반적으로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라고 한다. 올들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고 고가 아파트의 거품이 일부 빠지는 효과를 거두자 대출규제 완화론이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형국이다.
DTI는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을 반영해 대출금을 결정하는 제도다.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 악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작년 가을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과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했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복병이라는 인식에서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1천억원으로 전분기 10조2천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가 아파트 가격도 조정을 받았다. DTI 규제 강화가 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공식적으로 DTI 규제 완화에 부정적 입장인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 부동산시장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DT1 규제 개선책을 준비해놓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우선 정부 일각에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DTI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 무주택자가 투기지역 외에 85㎡이하의 소형주택을 구입할 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 내에서는 투기지역 40%, 나머지 서울지역 50%, 수도권 60% 등으로 제한된 DTI 규제를 완화해주자는 주장이 나온다. 은행들이 40∼60% 제한을 초과한 금액도 대출을 허용하는 대신 적용 금리를 높이고 자체적으로는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자는 것이다. 주택건설협회도 주택 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 DTI 규제를 탄력적으로 완화하고 강남 3구를 제외한 지역의 경우 LTV를 50%에서 60%로 올려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여전히 증가추세에 있고 소득대비 부채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성급하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육박했다는 경고 신호는 도처에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734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6조원이 증가했다. 2년 전에 비해서는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작년 9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0.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0%를 넘어섰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약 150%에 달해 미국(126%), 일본(110%)보다 높다. 앞으로 7년 후에는 가계부채가 국민소득의 2배를 넘어설 것이라는 금융연구원의 전망도 있다. 개인이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받고 있어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계가 부실해지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소비 부진 등을 초래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가계부채의 위험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가계의 대출구조를 장기화하는 등 취약한 상환능력을 보강할 때지 빚을 늘리도록 부추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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