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다소 숨통..주택거래 살리기엔 미흡
23일 정부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확정한 '주택 미분양 해소와 거래 활성화 방안'은 환매조건부 매입, 리츠ㆍ펀드를 통해 미분양 매입을 지원하는 동시에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총 5조원에 달하는 자금 투입과 보증 지원 등 방법으로 올 한 해 미분양 총 4만가구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대책으로 지방 미분양 해소에 다소 숨통이 트이겠지만 수도권 미분양과 침체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미분양 아파트 해소방안
환매조건부매입 … 리츠·펀드 자금조성
내년 4월까지 구입 5년간 양도세 감면
국토해양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총 4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매조건부 매입 확대를 통해 미분양 물량 2만가구가 해소되는 것을 비롯해 △리츠ㆍ펀드 활성화 5000가구 △P-CBO(프라이머리 담보부 채권) 활성화 5000가구 △세제지원ㆍ자구노력 1만가구 등이다.
국토부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지난 2월 말 현재 11만6000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이 7만6000가구로 34.4% 줄어든다.
먼저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사들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한주택보증이 3조원을 투입해 차후 건설사들이 되사는 조건이 붙은 미분양 주택 환매조건부 매입을 실시한다. 매입가는 분양가 대비 50% 이하가 될 전망이다.
매입 대상은 공사가 50% 이상 진행된 준공 전 미분양 주택 약 2만가구다. 지방 물량부터 매입하고 수도권 물량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분양에 따른 재정 부담이 큰 중소업체 물량을 우선 매입하게 된다. 매입한도는 업체당 1500억원 선이다.
미분양 주택에 집중 투자하는 리츠ㆍ펀드 활성화도 추진한다. 리츠ㆍ펀드를 통해 자금을 모은 후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향후 리츠ㆍ펀드 청산 시 주택 매각이 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확약'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한 건설사 회사채에 대해서는 주택금융공사에서 1조원 규모 신용 보증을 해 회사채 유동화(P-CBO)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LH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1000가구를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LH는 이들 물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양도세 취득ㆍ등록세 차등 감면 방안에 대한 조속한 입법화도 진행한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말까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향후 5년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미분양 물량이 1만가구가량 해소될 것으로 관측했다.
중소 건설사에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브리지론 보증에 나선다. 브리지론이란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을 말한다.
정부는 중소 건설사가 시공하는 공공공사 대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이 브리지론 보증을 5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침체된 지방 경기를 활성화하고 주택 거래를 되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중소 건설사들이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은 말 그대로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은 시장 대책이라기보다는 건설업체 지원 대책"이라며 "건설사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지 않으면 목숨을 연명하는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거래를 통해 미분양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개입해 미분양을 사들이는 것이라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환매조건부 매입, 리츠ㆍ펀드 편입 미분양 아파트 매입 확약 보증 등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사업주체나 일반인에게 아파트를 팔아 투자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매각ㆍ임대가 원활하지 못해 미분양으로 남을 수 있다.
이는 결국 대한주택보증이나 LH에는 자금 부담과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시장 참여자, 무주택자들이 미분양 주택을 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미분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데 지금 시장 분위기로는 자발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번 대책이 시장을 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살던집 안팔려 새집 입주 못하는 경우
DTI 규제 완화 추가자금 지원 특례
정부가 얼어붙고 있는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는 전방위적인 주택거래 활성화라기보다는 빈집 입주 지연을 막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아 새집에 입주를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만 자금 지원이 국한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수도권 올해 입주 예정물량 17만3000가구 가운데 현재 입주일을 경과한 곳은 3만6000여 가구(21%)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번 대책의 수혜를 받을 85㎡ 이하는 2만5000가구 정도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5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저리(가구당 2억원, 연리 5.2%)의 융자 지원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 및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한 추가 대출이 그것이다. 우선 지원대상은 입주 지정일을 경과해 신규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의 집을 사는 사람으로 국한된다.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지원은 구입자가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자로 부부 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여야 하며, 구입 주택은 투기지역이 아닌 곳의 6억원 이하, 85㎡ 이하 주택이어야 한다. 이번 특례지원으로 새 집에 입주하려는 사람의 기존 집을 살 경우 대출 가능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사례를 들어보자.
서울 양천구에서 사는 김 모씨. 2008년 강서구 염창동에서 분양받은 주택 입주가 코앞에 임박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고민이 크다.
김씨는 지인인 고 모씨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양도키로 했다. 5억원에 달하는 김씨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고씨가 필요한 대출금은 2억5000만원 안팎이다.
문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50%를 적용했을 때 고씨의 대출한도(20년ㆍ연리 6%조건)가 2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특례가 적용되면 김씨는 자신의 DTI한도인 2억원까지 대출을 받은 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추가로 LTV한도(50% 적용ㆍ2억5000만원)와 차이가 발생하는 5000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거래활성화 대책은 올해 입주물량이 집중된 경기도 용인, 파주, 고양 등 지역이 직접적 수혜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주택 입주자용 비강남권 주택에 대한 DTI 규제를 사실상 완화함에 따라 꽁꽁 얼어붙었던 주택거래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거래 활성화 지원책은 '기존주택이 팔리지 않아 신규주택에 입주를 못하는 자의 기존주택을 구입하는 자'라는 복잡한 단서조항을 달고 있어 시장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저리라고는 하지만 이미 시중금리가 상당부분 내린 상황에서 연 5.2% 융자지원이 주택 구입에 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DTI규제를 초과한 추가 대출 지원의 경우, 위축된 기존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DTI규제를 전면적으로 풀게 되면 은행에만 리스크를 전부 일임하게 된다"며 "정부가 DTI초과 대출분에 대해 보증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는 정부도 일정부분 금융리스크를 감당하며 주택경기를 자연스럽게 살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기존 DTI규제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경우의 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팀장은 "DTI규제를 초과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무주택 또는 1주택 매수자가 기존 주택이 처분되지 않아 새집으로 이사를 가지 못하는 85㎡ 이하 주택 매도자를 '딱' 맞춰 만나는 확률 자체가 높지 않다"며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용인, 파주, 고양 등 지역에 국한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이명진 기자 / 심윤희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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