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4만가구 어떻게 해소하나(종합)
총 5조원 직.간접 투입...건설사 유동성 지원
'기존주택' 매입시 DTI적용 선별 배제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김호준 기자 = 정부가 전국 미분양 아파트 적체 해소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 3월 18일 당정협의에서 확정한 지방 미분양 양도세 감면 및 취득.등록세 감면 혜택에 이어 올해 들어 벌써 두번째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가 23일 내놓은 대책은 환매조건부 매입과 리츠.펀드 및 미분양 담보부 건설 회사채 유동성 활성화를 통해 미분양 매입을 촉진함으로써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의 유동성을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총 5조원에 달하는 자금 투입과 보증 지원 등의 방법으로 올 한해 총 4만가구의 미분양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고분양가와 사업실패를 정부와 공기업이 떠안아주는 셈이어서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업계는 이번 대책으로 인해 지방 미분양 해소에 다소 숨통이 트이겠지만 수도권 미분양과 침체된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분양 추가 대책 왜 나왔나 =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면서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한편 주택거래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은 11만6천가구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월(16만6천가구)에 비해 4만9천가구가 줄었으나 최근 10년 장기 평균(7만5천가구)치 보다는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특히 중대형 미분양(6만8천가구)과 준공후 미분양(5만가구)의 비중이 높아 최근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에서 물량 적체를 단기간내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미분양 증가로 주택사업을 위주로 한 중견 건설사가 '고사' 상태에 빠지면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의 이번 대책 마련에 한 몫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준공후 미분양이 많고 입주율이 부진해 건설사의 연쇄 부도설이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 부도시 입주예정자의 입주 지연 등 주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금융권과 하도급 업체의 동반부실이 우려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주택공급기반이 약화돼 수급불안을 초래할 수 있어 미분양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환매조건부 미분양 2만가구 매입 = 정부는 현재 11만6천가구의 미분양을 최근 10년 장기평균 수준인 7만5천가구로 낮추기 위해 4만가구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미분양 매입과 리츠.펀드 등 투자상품 활용, 보증 지원 등의 방법으로 5조원을 직.간접적으로 투입한다.
현재 5천가구 수준에 맞춰 계획된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주택 매입규모를 3조원으로 확대해 중소 건설사들의 지방 미분양 위주로 2만가구를 사들일 방침이다.
국토부는 우선 이달 매입키로 했던 5천억원 상당의 물량을 포함해 6월까지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하반기중 경기 상황을 감안해 1조5천억원 상당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업체당 매입한도는 종전 1천억원에서 1천500억원으로 확대하는 대신 매입가격은 분양가의 50% 이하 수준으로 제한키로 했다.
정부는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매입 과정에서 사업성 평가를 엄격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준공후 미분양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준공후 미분양 1천가구를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정부는 또 올해 3.18 당정협의에서 확정된 지방 양도세 및 취득.등록세 차등감면 방안도 서둘러 입법.시행해 지방 미분양 해소에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업계의 분양가 인하 자구노력까지 병행되면 약 1만가구의 미분양이 추가로 해소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미분양 펀드, P-CBO 활성화로 1만가구 해소 = 정부는 미분양 리츠와 펀드를 통해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 약 5천가구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분양 리츠나 펀드 청산시 주택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LH가 제공하는 매입확약 규모를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미분양 리츠와 펀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을 연장하고 지방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리츠와 펀드에 법인세 추가과세 면제, 종부세 비과세 등의 혜택도 주기로 했다.
정부는 리츠와 펀드의 설정기간이 3~4년인 점을 감안해 매입 미분양 주택의 취등록세 및 재산세 감면기한을 3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분양 리츠와 펀드가 원활하게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기금에서도 자금을 대고 필요시 출자도 병행할 예정이다.
구조조정기금을 운영하는 자산관리공사 측은 "펀드와 리츠의 미분양 주택매입 규모를 고려할 때 구조조정기금의 투자규모는 1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주택신용보증기금)는 미분양으로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체가 발행하는 회사채에 1조원 규모의 신용보강을 해주기로 했다.
건설사가 회사채를 유동화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면 유동화 SPC는 보증기관인 주택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강을 받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시장에 발행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P-CBO 활성화를 통해 미분양 5천 가구가 추가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중소 건설사들이 공공 공사 대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다음달부터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브릿지론 보증을 1년간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업체별 보증 한도는 300억원으로 제한한다.
◇ '기존주택' 구입자에 대출 지원 = 정부는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주택'이 안 팔려 입주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주택 판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 주택 매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비투기지역 소재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에게는 올해 말까지 국민주택기금에서 1조원을 한도로 정해 가구당 2억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이 때 대상 주택은 새 아파트 입주 예정일이 지나 잔금을 연체중인 입주예정자가 보유한 주택에 한하며, 주택구입자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4천만원 이하이면서 무주택 또는 1주택 보유자여야 한다. 무주택 여부 등은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이 국토부에 의뢰해 확인하게 된다.
정부는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제약으로 주택 구매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담보대출인정비율(LTV) 한도 내에서 DTI를 초과하더라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공사)에서 차액부분을 보증해주기로 했다.
만약 연간소득이 7천만원인 A씨가 6억원짜리 주택을 10년만기, 대출금리 6%의 주택구입자금대출을 신청할 경우 현재는 DTI 규제로 2억1천8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보증을 받으면 LTV 한도인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입주 아파트가 늘고 있는 만큼 이번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의 거래 활성화와 입주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설사 '도덕적 해이' 우려도 = 이번 정부 대책을 놓고 건설사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정부가 '항복'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의 고분양가와 수요예측 실패가 미분양의 근본 원인인데 정부가 공기업 등을 동원해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는 것은 자칫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사실상 기존주택 거래 활성화보다는 미분양, 미입주 해소를 통한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이같은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비난을 우려한 듯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원은 하되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엄정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이번 대책이 미분양 해소 등에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어서 향후 시장 침체 여부에 따라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의 사업실패 책임을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뒷감당해줄 필요가 있는 지 재고해봐야 한다"며 "정부 지원에 앞서 건설사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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