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거품 붕괴, 본격적인 신호탄인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이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재건축 물량에 대한 매수세가 자취를 감추고,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시가보다 1억원 가량 낮은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이런 분위기를 들어 한국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소는 부동산 버블(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부동산114를 비롯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까지 5주째 동반 하락했다. 특히 서울과 신도시는 7주째 내림세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는 이달 들어 11억원에 팔리면서 2주전에 비해 6000만원이나 빠졌다. 지난달 초 안전진단을 통과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통과 당시 10억원 선이었던 102㎡은 현재 9억4000∼9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거래자체가 없다.
닥터아파트는 최근 신도시 아파트의 시가총액이 2년 사이 10조원 증발됐다는 자료를 내놨다.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분당신도시의 수내동 푸른신성 158㎡의 경우 일주일 만에 1억4500만원 떨어진 7억6000만~9억원, 정자동 정든동아 195㎡가 1억원 내린 8억~9억원 선에서 호가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전반적인 실물 경기의 더딘 회복세와 건설업체의 고분양가,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을 지목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 상한제, 양도세 감면 종료 등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밀어내기 분양으로 미분양아파트가 적체됐다"며 "과잉공급이 된 시장상황이 최근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 적용한 것도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을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집값 상승 및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DTI 규제를 기존 해당지역인 강남3구를 포함한 수도권으로 확대 적용했고 10월부터는 적용 대출기관에 제2금융권까지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지역과 경기 인천지역에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2.1% 줄었다.
최근에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기존 거래가 위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보금자리주택과 민간 분양주택의 청약 대상은 엄연히 다르고 오히려 몇 년 후 입주 시점에는 보금자리주택은 '반값 아파트'가 아닌 '시세 초과 아파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요 위축에 따른 거래 부진 현상이다. 부동산시장에서 거래 부진은 거래 가격하락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므로 부동산시장이 장기적인 침체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호가는 있지만 실제적인 매매는 없는 상황이다.
산은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등 경제연구소들도 잇따라 집값 거품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지난달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물가 대비 아파트 가격상승 정도가 미국과 일본의 과거 정점 수준을 넘어섰으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도 미국, 일본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현대연구소는 수도권 아파트 가격하락의 원인으로 도시화 둔화, 저출산, 너무 높은 가격, 금융권 차입여력 부족 등을 꼽았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하락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젠 부동산 하락은 더 이상 전망이 아닌 현실"이라며 "하지만 급격한 하락은 자칫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닷컴 장원수 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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