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급락할까

2010. 4. 1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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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희박 전망속 약세 지속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권수현 기자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아파트 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주택 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꼽히던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물량에 대한 매수세 마저 자취를 감췄다.

분당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는 시가보다 1억원가량 낮은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를 들어 집값에 낀 거품(버블)이 마침내 꺼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집값의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거품붕괴 식의 급락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시장 총체적 `침체' = 서울과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114(www.r114.co.kr)에 따르면 서울과 신도시, 기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까지 5주째 동반 하락했다.

특히 서울과 신도시는 7주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분당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가 보다 1억원 넘게 값을 내린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1분기에 서울의 경우 0.23% 올랐지만, 월별로 보면 1월 0.21%, 2월 0.01%로 변동폭이 작아지다가 3월에 -0.09%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4월 들어서도 계속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변동이 심해 1월에는 1.30% 상승했지만 2월에는 0.07% 내렸고, 3월에는 0.55% 하락하는 등 내림폭이 커졌다.

작년 연말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최근 들어 매수세가 아예 실종되면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형은 이달 들어 11억원에 팔리면서 2주전인 지난달 말 거래가(11억6천만원)에서 불과 보름 사이에 6천만원 빠졌다.

올해 초 같은 면적형이 12억3천500만~12억5천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석 달 사이에 최고 1억5천만원이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초 안전진단을 통과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안전진단 통과 당시 10억원 선이던 102㎡형은 현재 저층 급매물이 9억원에도 나와 있고 평균적으로는 9억4천만~9억5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최근 급전이 필요한 집주인이 112㎡형을 11억원 이하에 내놓았는데도 팔리지 않을 정도"라며 "급매물을 찾아달라던 매수자들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 때문에 매입시기를 늦추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강북지역 아파트도 내림세가 꾸준하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최근 한 달 새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1천만~2천만원씩 떨어지면서 142㎡형이 4억2천만~5억원으로 내려앉았고 노원구 하계동 청솔7단지 72㎡형은 2억2천만~2억3천만원으로 500만~1천만원 떨어졌다.

수도권 신도시지역의 아파트 값도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 등의 영향을 받아 일부 단지 중대형은 1~2주 만에 1억원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단기 급등ㆍ규제 확대ㆍ보금자리가 원인 =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침체를 단기 급등에 이은 가격 조정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토지 보상금 등 유동자금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실제 경기회복 속도를 앞질러 올랐다가 최근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총부채산환비율(DTI)을 확대 적용한 것도 돈의 흐름을 경색시켜 거래를 위축시켰다.

정부는 작년 9월7일부터 집값 상승 및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DTI 규제를 기존 해당 지역인 강남 3구를 포함한 수도권으로 확대 적용했고, 10월12일부터는 적용 대출 기관에 제2금융권을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이 위례신도시 등 요지에 공급되고 있는 점도 매수세를 붙들어 매는 요인 중의 하나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글로벌 주택가격 하락,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 주택가격 거품 논란,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대기수요 증가 등의 요인이 겹쳐 수요부진으로 이어지고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약세 지속..급락 가능성은 희박" =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주택 매매가격이 급락하는 시기가 조만간 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버블 붕괴론'이다.

산은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등 경제연구소들도 잇따라 집값 거품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지난달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물가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 정도가 미국과 일본의 과거 정점 수준을 넘어섰으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도 미국, 일본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전문가들은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로 거래가 중단되면서 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급락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최소한 올해 말까지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지겠지만, 급락 가능성에는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114의 김희선 전무는 "집값이 급락하려면 금융 등 외부 충격 변수가 작용해야 하는데 현 상황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관망하는 수준이어서 버블 붕괴 예상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대세상승은 끝난 게 맞지만 이를 대폭락이나 버블 붕괴로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라며 "버블이 곧 꺼질테니 지금이라도 집을 투매해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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