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메뉴 개발로 한정식의 대중화 선언

2010. 4. 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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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장이

저녁 외식 메뉴로 한정식은 비싼 요리, 또는 집에서 늘 먹는 요리로 인식돼 선택에서 제외되게 마련이다. 이런 한정식의 한계 앞에 도전장을 내민 '토기장이'는 전통과 현대를 버무린 퓨전식을 선보인 데다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식도락가들에게 두 배의 만족을 주고 있다.

향후 전통 장류까지 도입, 프랜차이즈 방식을 접목할 예정이어서 외식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토기장이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공주의 집처럼 새하얗게 단장하고, 손님들을 맞았다.

서양식 코스 메뉴를 적용한 '퓨전 한정식''한정식'은 특별한 손님께 식사대접을 하거나 상견례 자리를 제외하고는 선택하기 어려운 메뉴다. 집에서 늘 먹는 음식인데 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먹느냐는 게 이유다. '토기장이'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외침을 간파했다. 원가를 절감해 가격을 확 낮추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원가 절감'이란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재료를 최소화함을 뜻한다.

"육수를 낼 때 들어가는 파는 뿌리까지 사용해요. 버리는 것 없이 통째로 사용해서 원가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뿌리에 있는 성분이 육수를 맑게 해 맛도 좋아지기 때문이죠."

'토기장이' 정미자 사장의 설명이다. 원가 절감은 손님들에게 가격 인하 혜택으로 이어진다. 1만2000원의 특선 메뉴에서부터 최고 5만 원 메뉴까지 구성돼 있는데 강남, 여의도 등지의 한정식 메뉴가 최소 10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저렴하다.

토기장이의 메뉴는 한마디로 '퓨전 한정식'이다. 요리 자체에 한식과 양식을 결합시킨 것이 아니다.

한식 요리의 기본 그대로 서양 음식문화를 결합시켰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한정식은 모든 메뉴가 한번에 제공되는 한상차림인 반면, 이곳의 메뉴는 '코스'로 제공된다.

"한정식을 퓨전으로 요리하게 되면 음식이 가벼워지게 됩니다. 한식의 고유한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없죠. 어떻게 하면 손님들이 깊은 맛을 음미하며 한식을 즐길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코스 메뉴입니다."

정 사장이 고심한 '흔적'은 메뉴의 순서 결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물 대신 제공되는 메밀 차는 음식을 섭취하기에 앞서 위의 부담을 덜어주고, 이어서 나오는 메뉴는 죽과 샐러드로 시작된다. 이후 백김치, 묵과 같은 찬 음식으로 시작해 후반으로 갈수록 찜, 탕 등의 따뜻한 음식이 나온다. 찬 음식으로 식욕을 돋운 뒤 만족감을 더해 주기 위함이다.

코스 메뉴는 보통 80% 정도를 먹었을 때 만족감이 결정되는데, 따라서 메뉴가 나오는 시간 간격도 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시간 간격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것은 손님의 식사 패턴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연과 함께 만끽하는 한정식의 매력한방 소스로 만든 적어 탕수육과 연자(연잎)밥, 명이보쌈은 정씨가 자랑하는 토기장이의 대표 메뉴다. 연자밥은 찰밥에 연잎을 감싸 쪄낸 음식으로 심신안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연잎 새순이 나오는 6월은 연자밥뿐만 아니라 연자차, 연자죽 등을 추가로 더 내놓는다.

이처럼 '토기장이'는 메뉴를 1년 내내 같은 것으로 구성하지 않고 제철 음식을 기본으로 융통성 있게 바꿔준다. 죽같은 경우 계절과 날씨에 따라 일주일 단위로 바뀐다. 적어 탕수육에 들어가는 소스에는 녹말이 들어가지 않는다.

녹말이 들어가게 되면 음식과 소스가 따로 겉도는 경향이 있어 과감히 빼버렸다. 과일과 야채, 직접 개발한 한방 소스를 넣어 음식에 소스가 잘 배도록 했다. 명이보쌈에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산 마늘잎을 사용했다.

요리는 특별하지 않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재료를 사용해 손님들의 지갑을 열 구실을 만든 것이다. 또한 모든 음식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바로 만들어 신선함을 최대한 유지한다.

'토기장이'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국도변에 오롯이 자리 잡은 이유는 도심에서 즐기던 한정식을 자연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의도에 맞게 토기장이 퇴촌점 가는 길은 주말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아 목동점 단골손님들이 종종 찾아오기도 한단다.

"평일에는 40~50팀, 주말에는 그 두 배 정도 손님들이 오십니다. 날이 풀리면서 주말 나들이 겸 식사를 즐기러 오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죠."

글 정인영 어시스턴트Ⅰ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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