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제역 휩쓴 강화..축산농민 '망연자실'

2010. 4. 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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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강화도 절반이 격리..비축산농가도 큰 걱정"(강화도=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다 기른 소를 죽여야 한다니, 앞으로 몇 년간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빚더미에 앉게 생겼습니다"

11일 오전 구제역이 급속히 확산중인 인천시 강화군. 구제역 발생농가 반경 3㎞ 이내에 있는 211개 농가 우제류 2만5천여마리에 대한 매몰 처분이 결정되면서 강화도 현지는 구름 낀 스산한 날씨만큼이나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강화도 주요 진입로에서는 지나다니는 차량의 바퀴에 소독약을 뿌리느라 분주했고, 구제역이 발생한 선원면, 불은면과 가까워질수록 '긴급방역' 또는 '교통차단' 표지판과 생석회를 담은 포대 더미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듯 소방차와 방역차, 중장비 차량이 도로를 바쁘게 오가는 가운데 선원면사무소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굴착기 4대와 덤프트럭 2대, 군 병력 3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9시40분께에는 인천 인력시장에서 나온 60여명이 도착하면서 이날 있을 매몰 작업을 위한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원면 금월리 입구에 마련된 이동통제소에는 마을 이장 3∼4명이 나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창2리 한태석 이장은 "올해 초 구제역이 발생했던 포천.연천 주민들도 살처분 후 보상을 아직 다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수를 살처분하는데 축산농가들이 보상금을 제때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한 이장은 "지금 이렇게 처분하고 나면 앞으로 원상복구하는데 몇년은 걸릴 것"이라며 "축산농가는 대개 빚을 내서 사료값과 가축값을 충당하기 때문에 출하를 못 하면 빚더미에 앉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불은면 주민 이관순(52)씨가 사육중인 한우 280마리도 이번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이씨는 "송아지를 낳을 수 있는 암소(번식우)를 키우려고 지금껏 투자해오다가 이제야 송아지를 낳게 됐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됐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정부나 방역본부는 현재 시세로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소 한마리를 키우려고 몇년간 투자해야 하는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는 소리"라고 말했다.

강화도 내 축산농가의 대다수가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면서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걱정도 컸다.

농기계 수리업을 하는 선원면 냉정리 주민 허만행(47)씨는 "농번기라 한창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기인데 (차량 통제로) 다른 면에 가지 못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강화도 절반이 격리된거나 마찬가지니 당분간은 일을 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선원면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장선영(48.여)씨는 "이번 일로 손해를 본 축산농가도 안타깝지만, 구제역 때문에 관광객이나 손님들이 꺼리고 오지 않는 것도 우리로선 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강화군의 구제역 발병 농가는 처음 발생한 선원면 금월리의 한우농가를 포함해 현재까지 모두 5곳이다.

군(郡)은 발생 농가의 반경 3㎞ 내에 있는 211개 농가의 소.돼지 2만5천854마리에 대한 살처분 작업을 진행 중이며, 발생 농가 주변과 주요 진입로 등 26곳에 이동통제소를 설치해 차량을 통제하면서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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