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동산 광풍'의 추억
[머니투데이 송복규기자]
지난 2006년 11월.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여사는 승리감을 만끽했다. 부동산은 투자자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정부 부동산 규제로 잠시 주춤했던 아파트값은 단숨에 제값을 회복하더니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일부를 처분하자던 남편에게 큰소리를 쳤다. 역시 믿을 건 부동산 뿐이다.
강동구에 사는 한 언론사 데스크(부장) A씨는 하루 하루가 즐거웠다. 수년째 꿈쩍하지 않던 아파트값이 2달새 2억원이나 뛰었다. 자고 일어 나니 로또라도 당첨된 것 같았다. 후배들에게 비싼 밥과 술을 사도 아깝지 않았다.
노원구에 사는 박대리는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 출퇴근길이 괴롭지 않았다. 강북의 작은 집이지만 그래도 사놓으니 웃을 날이 찾아 왔다. 이러다 조만간 강남 입성도 가능하겠다는 희망이 무럭무럭 자랐다.
경기 의정부에 사는 이사장은 지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서울 외곽의 집값이 오른데다 경전철 호재까지 맞물려 보유했던 아파트값이 일제히 급등했기 때문이다. 앉은 자리에서 보유 자산이 수억원 불었다.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집값)과 전쟁을 치렀다. 온갖 규제를 내놔도 집값은 오르고 또 올랐다. 전방위 부동산 규제를 동원해 강남 등 '버블세븐'을 우리 사회의 공적으로 만들었지만 이내 약발이 떨어졌다. 강남 주민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선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나친 개입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강남 사는 김여사도, 강동 사는 A부장도, 노원 사는 박대리도, 의정부 사는 이사장도 지난 2006년말 가장 행복했다. 너도 나도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이 시기는 신도시 확대 조성, 청약 광풍, 재개발 투기 등 여파로 주택시장이 최고점을 기록한 때다.
2010년 3월.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딴판이다. 집값 하락, 거래 침체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버블 경고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대세 하락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도 '행복한 비명'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부동산값이 급락하면 가계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많다.
물론 집값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 정부는 수년간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집값에 울고 웃는 국민들을 부동산에서 해방시킬 묘책도 고민해야 한다.[관련기사]☞ 위례 보금자리 당첨자 '승자의 눈물?'☞ 아파트 대규모 해약사태 이어지나☞ 부동산 시장 진짜 대세하락인가☞ "4억집 2억대 내놔도…" 부동산 '이중침체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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