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10│② 옥상달빛 "우린 홍대 여신은 아니고 홍대 여자 정도?"

윤희성 2010. 4. 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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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쓴 박세진은 앳된 얼굴과 달리 심금을 울리는 저음을 가졌다. 숏커트를 한 김윤주는 새침한 표정과 달리 눈물을 쏙 빼놓는 유머감각을 가졌다. 두 사람이 만든 옥상달빛은 그래서 어쩌면 당신의 기대를 배반할지도 모른다. 어쿠스틱하고 얌전한 인디 듀오의 탄생이라고 생각한 순간, 두 사람은 가능한 모든 음악을 경험할 각오로 무장한 밴드의 새싹으로 빛을 발하니까 말이다. < 10 아시아 > 가 소개하는 두 번째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최근 홍대 신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옥상달빛이다. 이들의 음악, 그리고 지면에 다 싣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인 입담을 알게 된 이상 옥상달빛에게 마음의 러브콜을 보내지 않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10 .첫 EP < 옥탑라됴 > 가 나오고 두 달 남짓인데, 짧은 기간 동안 활동이 왕성하다.김윤주 :

정말 예상 못했던 일이다. EP를 내고 정규 1집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끼리 계획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들이 너무 빨리 진행되니까 좋은 한편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말 잘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 < 파스타 > 에 우리 음악이 삽입되었던 게 힘이 됐다"

10 .어떤 계획들이었나?박세진 :계획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마음먹는다고 실현되는 게 아닌, 목표 같은 것들이다.김윤주 :포털 사이트에서 소개 되고, 그런 것들 말이다. 사실 그 계획의 끝이 KBS < 유희열의 스케치북 > 에 출연하는 거였는데 너무 빨리 당겨져 버렸다. 이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EBS < 스페이스 공감 > 이랑 MBC < 음악여행 라라라 > , GMF 정도? (웃음)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감사한 일들이 많다.

10 .보통 인디레이블에서 신인이 나오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는 게 관례인데, 옥상 달빛은 리스너보다도 언론이 빨리 주목한 것 같다.김윤주 :

아무래도 MBC < 파스타 > 에 우리 음악이 삽입되었던 힘이 큰 것 같다. 드라마와 연관 지어 홍보를 한 적도 없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음악을 찾아서 들어주고, 그 덕분에 라디오에 나가고, 그 계기로 TV까지 출연했었으니까.박세진 :사실 드라마 OST에는 우리 음악이 수록되지 않았다. 드라마에 나온 부분도 우리 목소리는 '랄랄라'정도고, 거의 MR수준이었다. 요즘은 듣는 분들이 정말 부지런하신 것 같다. 그래서 방송에 우리 노래가 나온 것도, 그걸 알아주는 분들이 계신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10 .공룡 인형이 클로즈업 된 앨범 커버가 독특하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 때문에라도 음악이 궁금해진다.김윤주 :

아, 우리가 노린 게 바로 그거다! 사실 공룡 사진을 100장도 넘게 찍었다. 전신이 나온 것도 있었는데, 그 사진이 웃고 있는 사진이라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거다. 정말이다. 자세히 보면 웃는 얼굴이다.박세진 :우리 사진도 물론 찍었는데, 공룡이 더 예쁘다는 결론이 난거지.

10 .옥상달빛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에는 오히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박세진 :좋아하는 단어의 교집합 정도.김윤주 :우리가 옥탑에서 같이 살았던 경험도 반영되어 있다. 그 당시가 정말 즐거운 기억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옥탑에서 우리 둘이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박세진 :윤주가 약간 어머니 스타일이다.김윤주 :그건 세진이 어머니가 나를 임시 어머니로 임명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모저모 관리하느라 힘들었다. (웃음) 설거지 했니? 그런 거.

10 .생활적으로 친밀한 만큼 음악적으로도 서로 의견 일치가 쉽던가?김윤주 :팀을 위해서 뭉친 게 아니라 원래 매일 만나는 친구라서 서로 간지러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사이다. 내가 기타를 치면서 이쯤에서 이런 라인이 나와 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으면 세진이가 꼭 그런 라인을 만들어 불러 준다. 그래서 같이 팀을 하게 된 거다.

"대중음악 작곡가가 되어서 돈 많이 버는 게 꿈이었다"

10 .곡 작업을 할 때는 어떻게 분담하나?박세진 :곡 하나의 작곡과 작사를 한 명이 다 책임진다. 두 사람이 다 작곡 공부를 했기 때문에, 각자 곡을 완성해서 들려주는 식이다. 앨범에서 좀 차분하다 싶은건 대부분 내가 썼다. '안녕', '하드코어 인생아', '외롭지 않아'. 그리고 행복에 관한 곡들은 윤주가 썼다. 원래 학교 다닐 때는 미니멀리즘과 아방가르드적으로 눈에 띄는 친구였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비욕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행복한 노래들을.....김윤주 :지나친 과장이다! (웃음) 추상적인 곡들을 좋아하기는 했었다. 그래서 언제나 밝은 곡을 쓸 수 없어서 고민이었다. 심지어 교회에 가서 밝은 곡을 쓰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할 정도였다. 내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나, 고민도 하고. 그런데 지금 있는 힘껏 행복한 노래들을 만들고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10 .앨범에서 가장 행복한 부분은 사실 스킷인 '옥탑라됴'다. 프로듀서의 아이디어인가?김윤주 :

앨범의 콘셉트가 옥탑라디오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 했었다. 그런데 녹음하는 와중에 스태프가 전화를 받겠다고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어가고, 그래서 웃고 하는 상황들이 연출된 거다.박세진 :들으면서 정신 놓고 있는것 같은 부분들은 녹음될 줄 모르고 한 것들이다. 프로듀서가 그런 자연스러움이 멋진 거라고 굳이 앨범에 실었는데, 막상 카페에서 그 부분이 나오면 항상 놀린다. 너네, 이거 평-생 간다! 그러면서.

10 .라디오 진행의 형식이 귀엽다.박세진 :음악도 음악이지만 말하는 걸 워낙 좋아한다. 그래서 공연을 할 때도 라디오 형식을 많이 차용하는 편이다. 라디오 DJ가 꿈이기도 하고.김윤주 :최근에 마포 FM에서 DJ를 맡게 되었는데 방송되는 지역이 너무 협소한데다가 청취자 수가 집계가 안 되는 시스템이라서 잘 실감이 안 난다. 사연도 점점 줄어들고 말이다.

10 .전체적으로 곡을 배치한 센스도 돋보인다. 타이틀곡인 '옥상달빛'을 가운데 두고 전반부에는 심정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노래들을 두고 후반에는 희망적인 곡들로 정서가 옮겨가게 만들었다.박세진 :

여러 가지 칭찬을 듣지만 사실 소가 뒤로 가다가 쥐 한 마리를 밟은 것뿐이다. (웃음) 꿈보다 좋은 해몽인 것 같다.김윤주 :첫 곡이 '안녕'인데 원래 제목이 '굿바이'였던 걸 바꾼 정도는 신경을 썼지만 우리가 그렇게 영리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데 '하드코어 인생아'는 정말 잘 쓴 곡인 것 같다. 나도 몇 번 반복해서 듣다가 운 적 있다. 그러면서 어, 내가 왜 울고 있지? 그랬다. (웃음)

10 .앨범이 의외로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의 음악 취향이 살짝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은데.김윤주 :

나는 일렉트로닉하거나 어쿠스틱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세진이는 되게 다양한 음악을 듣는데 오페라도 듣고, 좀 더 센 음악도 좋아한다. 세진이가 좋아하는 케미칼 브라더스도 나는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의외로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박세진 :둘 다 작곡가니까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고 싶은 욕심이 기본적으로 있다.

10 .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하면서 만난 사이로 알고 있다. 직접 노래까지 부르게 된 계기가 있나?김윤주 :

실용음악과 진학을 준비 할 때 선생님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불러야 사람들에게 진심이 전달된다는 얘기를 해 주셨다.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부끄러웠는데 어느 날 내 노래를 들으신 선생님이 칭찬을 해 주신 거다. 원래 칭찬을 안 하시는 분이라 1년에 한번 칭찬 들으면 울면서 집에 가고 그랬는데 말이다. 그 후로 기운을 얻어서 욕심을 내게 되었다.박세진 :나는 대중음악 작곡가가 되어서 돈 많이 버는 게 꿈이었다. 유재하 음악제에 참여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윤주가 같이 팀을 하자고 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왔다.

"일렉트로닉한 장르에도 욕심이 있다"

10 .작곡 공부를 하기 전에 두 사람 다 피아노를 공부했다고 들었는데, 여러모로 공통분모가 많았다.김윤주 :

원래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옛날 음악을 계속 이어가면서 감정을 똑같이 따라가는 일이 어려웠다. 내가 느낀 대로 연주해도 교수님들이 아니라고만 하시고, 회의가 들더라. 당시에 실용음악에 관심 있는 친구가 있어서 학원엘 가게 되었는데, 첫 선생님이 맹인이셨다. 그분의 연주를 듣고 이게 음악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기고 피아노를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박세진 :나는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었다. 한 학기만에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3년이 흘렀는데, 스물셋이 되는 순간 이렇게 살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즉시 입시를 준비해서 학교에 들어갔다.

10 .앨범에서 피아노 실력을 좀 더 과시하지 그랬나. (웃음)김윤주 :물론 과시하고, 으스대고 싶은데 그럴 실력이 없다. (웃음)박세진 :곡 쓸 때 자꾸 코드를 틀려서, 이거 원. 입시 준비할 때 우울증이 올 정도로 워낙 고생을 해서 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피아노를 거들떠도 안 봤다.

10 .음악도 담백하지만, 가사가 지나치게 귀엽거나 작위적이지 않은 점도 큰 장점이다.김윤주 :

간지러운 음악을 못한다.박세진 :우리 성격 자체가 여우과가 아니라서. 그렇게 생기지도 않았지만.

10 .아니다. 지금 인기의 여세라면 포스트 홍대여신도 가능하다. (웃음)김윤주 :에이. 딱 봐도 여신 아니지 않나. 게스트 공연 가면 스태프들이 공연장 입구에서 막는다. 게스트라고 하면 몰라봐서 죄송하다고 하는데, 몰라볼 수 밖에. (한숨)박세진 :공연까지 하고 바에서 주스 한 잔만 달라고 해도 돈 받더라. 홍대 여자. 여자 사람 정도다.김윤주 :안되겠다! 이제 약간....... 야한 옷이라도 입어야 겠다.

10 .그래도 라디오에서는 반응이 좋지 않나.김윤주 :라디오가 편하기는 하다. 내일 SBS 파워 FM < 동고동락 > 나가는데, 송은이 씨를 너무 좋아해서 막 기대된다. 신봉선 씨랑 넷이 수다 떨 생각을 하니까. TV는, 우리를 부르지도 않겠지만 자신도 없다.박세진 : < 스타 골든벨 > 같은 거?김윤주 :막상 섭외 오면 또 모른다. 화장 하고!박세진 :춤 연습 하고!

10 .앞으로 공연 일정이 많다고 들었다. 단독 공연도 준비 중인가?김윤주 :4월부터 옥탑라디오 형식으로 한 달에 한 번 씩 공연을 할 거다. 음악계에서 한 분, 다른 분야에서 한 분을 모셔서 얘기도 하고, 촬영도 하고, 실황을 라디오로 방송까지 하고 싶기도 한데, 어디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단 빅네임을 초청하고 싶은데, 아는 빅네임이 없어서.......박세진 :비영리로 하는 공연이다. 전액 기부할 거다.

10 .바쁜 와중에 정규 1집에 대한 계획은 좀 세웠나?김윤주 :아직 생각뿐이기는 하지만 2CD로 내고 싶다. 일렉트로닉한 장르에도 욕심이 있고, 한 장을 아예 어쿠스틱하게 드럼, 베이스 다 빼고 클래식한 편곡으로 만들고 싶다. 14인조 정도 스트링 세션을 넣고.

10 .비용이 만만찮을 텐데.박세진 :비영리 공연도 하고, 착한 일 많이 하면 복을 좀 받지 않을까. (웃음)글. 윤희성 nine@10asia.co.kr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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