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틀러' 복귀에 환율 상승..고환율 정책 시행여부 '촉각'
출구전략·일자리 등 과제 산적靑 국정과제 조정역할 강화될듯
재무 관료 시절 대표적 환율 주권론자로 '최틀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최중경 필리핀 대사(사진)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복귀한 것에 대해 외환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130원10전)보다 1원20전 오른 1131원3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의 상승 반전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시장에서의 환율 상승 여파로 전날보다 1원90전 오른 1132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한동안 1130원대 초반에서 횡보하다 오전 중 1135원까지 올랐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날 환율 상승 요인으로 고환율 정책을 추진했던 최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의 복귀 소식을 꼽고 있다. 최 전 차관의 경제수석 기용 소식에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부터 달러화 매수세가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홍승모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장 막판 월말 원화 자금 마련을 위한 수출기업의 달러화 매물 등으로 환율 상승폭이 제한됐지만 최 전 차관의 복귀 소식이 이날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 수석,고환율 정책 펼까 관심
외환시장 일각에선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둬선 안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진 최 수석의 등장으로 고환율 정책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 수석이 국제금융통으로서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시각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시장 개입을 주문할 여지가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이라며 "때문에 일부에선 긴장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 수석이 과거 재경부 국제금융국장과 재정부 1차관을 지냈던 당시와 지금은 시장 환경이 많이 달라진 만큼 무턱대고 고환율 정책을 펼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G20(주요 20개국) 체제 이후 환율에서도 글로벌 국제공조 틀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 우리만 고환율 정책을 펼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은 만큼 더더욱 환율 정책에서 다른 나라와 불화를 일으켜 가며 독자 노선을 걷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제수석이란 자리가 외환정책은 물론 각종 정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리가 아니다"며 "최 수석 개인적으로 고환율 정책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시장에 투영시켜 노이즈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 수석 역할은
청와대 직제 분리로 그동안 경제수석 역할까지 맡아온 윤진식 실장은 앞으로 범 경제 분야의 좌장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 수정,4대강 살리기 사업,녹색성장 등 현 정부의 핵심 국정 현안이 각 수석실별로 나눠져 있는 만큼 효과적으로 통합,조정하는 기능이 절실하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그동안 윤 실장이 경제수석 업무까지 하면서 다소 느슨했던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조정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출구 전략,환율정책,일자리 창출 등 경제수석 본연의 임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정책 전문가인 그가 은행 대형화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와 '메가뱅크' 작업에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수가 있다. 만약 윤 실장이 지자체 보궐선거에 나가게 되면 최 수석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제팀원 간 하모니에도 불협화음은 없을 것이란 평가다. 예컨대 윤증현 장관과 최 신임 수석은 외환정책 등에서 일부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최 수석은 평소 윤 장관의 소신과 경제운용의 큰 틀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마찰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진식 정책실장과도 역할 분담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윤 실장이 항간의 예측대로 보선 출마로 정책실장을 그만둘 경우 그 자리에 누가 갈 것인지가 변수다. 일부에선 강만수 경제특보의 기용설이 나돌고 있다. 추측대로 강만수 특보가 정책실장으로 갈 경우 과거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강만수)-차관(최중경) 라인이 다시 부활해 막강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윤 장관 등 다른 경제팀원들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홍영식/정종태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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