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이스라엘 아코, 동서양 문화와 역사가 혼재된 도시

2010. 3. 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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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아코는 서쪽으로 지중해를 끼고 있는 천연 항구도시로 기원전 2000년 전 이집트 문헌과 성서 '판관기' 1장에 도시 이름이 나올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도시는 다양한 민족에게 억압받는 비운의 도시로 전락했다. 가나인ㆍ페니키아인ㆍ팔레스타인인 등 초기 선주민들은 이곳에서 고기를 잡으며 소박한 꿈을 키우며 살았다. 탈무드 시대엔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큰 생선 도매시장이 열렸을 만큼 아코의 명성은 드높아 주변 세력이 전략 요충지로 호시탐탐 노렸다.

우선 여호수아와 그 후계자들이 이끌던 유대인이 이곳을 함락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실패했고, 기원전 336년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처음으로 아코를 점령했다. 처음 이민족의 침입을 받은 아코는 이때부터 주변 열강에 시달리며 어두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알렉산드로스대왕 이후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2세에게 함락된 뒤 도시 이름이 '프톨레마이스'로 개명됐고, 서기 70년 예루살렘이 정복될 때 이곳은 로마군 주둔지로 이용됐다. 그 후 614년에 페르시아, 638년에 아랍제국이 이곳에 들어왔으며, 12세기에는 십자군에 점령되면서 도시 이름이 '세인트 잔다르크'로 바뀌었다. 이때 십자군은 지중해를 등지고 북동쪽으로 견고한 십자군성을 지어 1291년 이집트 맘루크 왕조와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였지만 끝내 이슬람 세력에 무릎을 꿇었다. 16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아코는 오스만튀르크제국의 지배 아래 있다가 영국군에 점령된 뒤 1948년 이스라엘이 성립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아코는 역사적으로 동서양 여러 민족이 점령하면서 그들이 각기 남긴 다양한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사랑받고 있다. 대부분의 건물은 18세기 오스만튀르크 시대에 건축됐다.

도시는 아랍인이 주로 거주하는 구시가지와 유대인이 머무는 신시가지로 구분된다. 200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코의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이스라엘이지만 아랍인 특유의 친절함과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차도르를 쓴 이슬람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튼튼한 성벽 위에 올라서면 교회 첨탑과 모스크 미너렛이 오버랩되면서 독특한 아코의 이미지를 만든다.

유대교 가톨릭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인류상 등장하는 다양한 종교의 전시장처럼 어두운 역사로 점철된 아코이기 때문에 도시에선 이스라엘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에메랄드빛 지중해와 푸른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진 도시 모습은 왜 주변국들이 미치도록 탐냈는지를 단번에 깨닫게 해준다.

상업 교통 군사 등 그야말로 아코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을 연결하는 항구도시로서 너무나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아코는 동지중해 대표 항구도시인 알렉산드리아와 이스탄불에 비유될 만큼 전략적 요충지로 사랑받은 것이다.

1799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아코를 침략하지만 철옹성 같은 십자군 성벽을 넘지 못하고 돌아갔다. 완벽하게 보존된 성 안으로 들어오면 미로처럼 얽힌 구시가지 골목길이 낯선 이방인을 환영한다. 목조건물이 거의 없이 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대부분의 건물은 이슬람의 진한 세월의 향기를 품고 있다.

튀르크가 오랫동안 지배했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는 모스크와 터키식 공중목욕탕을 비롯해 이스탄불 시가지를 연상케 하는 요소가 많다. 그중에서도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아메드 파샤 알제자르 모스크는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로 꼽힌다. 모스크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3000여 명의 모슬렘이 알라에게 기도를 올리기에는 충분하다.

비록 침략전쟁으로 시대를 달리한 유적들이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남았지만 아코는 현재 이스라엘에서 가장 살기 좋은 항구도시로 탈바꿈했다. 예루살렘의 종교적 이미지와 달리 이곳은 과거의 모든 상처를 말간 바람과 파도에 의해 말끔하게 씻긴 채 지중해에서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여행정보

△가는 길=우리나라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까지는 대한항공이 주 3회(화ㆍ금ㆍ토요일) 운항한다. 텔아비브 버스터미널에서 아코까지 버스로 1시간30분 소요.

△취재협조=이스라엘관광청 (02)738-0882 www.goisrael.kr

[글 / 사진 = 이태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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