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진단> ②전문가들 "집값 당분간 약세"
DTI 확대, 반값 아파트 공급, 집값 폭락 경고 등 원인
국토부 "폭락 기미 없어, 추가대책 고려 안 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권수현 기자 = 최근 주택시장이 이사철을 무색하게 할 만큼 침체한 원인은 무엇일까.
◇집값 단기 급등, DTI 규제 등 원인 =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의 원인으로 2008년 9월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이 단기 급등한 점을 우선 꼽는다.
지난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토지보상금 등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일찌감치 몰리면서 주로 경기에 후행하는 부동산 가격이 실제 경기회복 속도를 앞질러 상승했다가 최근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지난해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물경기 회복에 앞서 '과속상승'을 했는데 실제 경기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올 들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도 "집값이 체감 경기보다 너무 빨리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던 것이 문제였다"며 "하지만 현재 하락폭이 매수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큼 큰 것도 아니어서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로 서민들의 돈줄을 죈 것이 '직격탄'이 됐다.
양천구 목동 우석공인 임규만 사장은 "지난해 9월과 10월에 DTI 규제가 비강남권과 제2금융권으로 잇따라 확대되면서 대출받기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와 봉급생활자들이 주택 구입을 보류하고 있다"며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해 섣불리 매수를 못 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소위 '반값아파트'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이 위례신도시 등 요지에 공급되고 있다는 점도 기존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정부가 2012년까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서 주변 시세의 50~70%인 보금자리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기로 하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며 "당장 집을 사기보다 더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려는 관망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근 산은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등 경제연구소들이 경쟁적으로 집값 버블과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지난 23일 '국내 주택가격 적정성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물가대비 아파트가격 상승 정도는 미국과 일본의 과거 부동산 거품기의 정점수준을 넘어섰다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도 미국, 일본에 비해 높다고 경고했다.
분당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연일 집값 버블에 대한 경고를 쏟아내는데 누가 집을 사겠느냐"며 "집값이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집값 급락 없을 것", 전문가들 "올해엔 약세, 리스크 관리해야" =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최근의 주택시장 침체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보금자리주택 공급과 DTI 등 규제로 일시적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약세를 보이는 것이지 폭락을 걱정할 만큼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며 "최근에 실시한 지방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감면 혜택 연장 외에 별도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토부는 산은경제연구소의 버블 경고에 대해서도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가격은 상승폭이 물가상승 수준보다 낮고, OECD의 경우 20년간 한국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4.7%)과 주택가격 상승률(3.7%)을 감안할 때 국내 주택가격을 버블로 볼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러나 "주택 수급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급등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완만한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실장은 "보금자리주택 등 값싼 공공주택 분양과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대출규제 완화도 쉽지 않아 시장을 바꿀만한 동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연중 최대 성수기로 불리는 1분기에 되레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상태여서 2분기에는 가격 하락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태가 '더블딥(이중침체)'이나 '버블 붕괴'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김희선 전무는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려면 금융위기 때처럼 외부적인 큰 충격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관망하는 형국이고 실물경기가 갑자기 나빠질 가능성은 적다"며 버블 붕괴 등으로 발전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2006년을 고비로 전 세계 주요 부동산 시장은 하락장으로 접어들었다"며 "한국은 저금리 기조와 과잉유동성 덕에 상승주기가 상대적으로 길었지만 이제 사실상 상승장은 마무리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박 부사장은 또 "시중 유동성과 재개발ㆍ뉴타운 수요 등의 요인 덕에 집값이 폭락하지는 않더라도 집값 상승을 이끌 동력이 없어 가격 하락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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