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떠나는 '그들만의 여행'

2010. 3. 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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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처녀 가슴 '콩닥'이게 하는 봄바람이다. 모든 것들이 생동할 때 짐을 꾸리는 것은 오묘한 맛이 있다. 봄에 만나면 색다른 여행지들도 국내외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2010년 유럽 문화수도 - 터키 이스탄불2010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터키 이스탄불도 남보다 한 발 앞서 둘러 본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럽과 아시아 문화의 오랜 교차점이 바로 이스탄불이다. 문화수도라고 해서 고색창연한 모스크와 바자르(시장)만 구경하자는 것은 아니다.

블루모스크나 초호화 궁전인 돌마바흐체 외에도 사람 사는 모습이 이스탄불을 풍성하게 만든다. 터키식 장기인 '타블라'를 즐기는 여인과 나르길라(물담배)를 피는 노인들과 어울려 보고 서울의 명동과 같은 이스티크랄 거리에서는 검은 색 차도르 대신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은 신세대도 만난다.

본격적인 이스탄불 여행은 도심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를 둘러보는 것이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면 도시의 분위기는 퇴색한 회색빛으로 채워진다.

일곱 개의 언덕으로 이뤄진 구시가지 골목사이로 둥근 모스크들은 언뜻언뜻 장엄한 얼굴을 내민다. 아야 소피아, 술탄아흐멧 자미(블루 모스크), 토프카프 궁전, 예레바탄 사라이(지하궁전)는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유적지로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50만 명이 넘는 인원이 6년 동안 투입된 아야 소피아는 이곳 이스탄불이 화려한 기독교 문명의 혜택을 받은 땅이었음을 보여준다. 회교식 모스크처럼 둥근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내부에는 예수를 담은 황금빛 벽면 모자이크 성화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천년의 세월을 두고 아야 소피아와 마주 선 슐탄 아흐멧 모스크(블루 모스크)는 푸른색의 미나레트(첨탑) 6개가 그 상징이다. 식수 저장고였다는 지하궁전 '예레바탄 사라이'는 메두사 동상과 음산한 지하카페가 인상적인 곳이다.

세계 3대 음식에 속하는 터키 음식도 열심히 섭렵한다. 바게트 빵인 커다란 '예크맥'으로 가볍게 배를 채우고 길거리 상점에서 쓱쓱 썰어주는 되네르 케밥도 맛본다. 터키식 피자인 피데 한조각과 고기와 곁들여 먹는 요구르트인 '아이란'이 입에 맞는다면 이스탄불이 어느덧 익숙해졌다고 보면 된다.

지중해의 햇살을 먼저 만나다 - 크로아티아따뜻한 유럽을 한발 먼저 만나고 싶다면 크로아티아로 간다. 푸른 아드리아해와 그보다 더 짙은 하늘. 세르비아계의 피가 흐르는 늘씬하고 육감적인 미인들을 거리에서 만난다. 헝가리, 체코의 우울한 하늘과 달리 동유럽 최남단, 지중해에 접한 크로아티아는 밝고 활기차다.

이종격투기 선수인 '크로캅'을 떠올리거나 넥타이의 발상지가 크로아티아임을 떠들어도 좋다. 그 중 바다 위 성벽 걷기 체험으로 알려진 두브로브니크는 유럽인들에게 최고의 휴양지 중 한 곳으로 칭송받는 곳이다.

튼튼한 성벽을 지닌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버나드 쇼가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며 두브로브니크로 가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돈 있는 자들이 '10일간의 은둔처'로 여겼던 곳이 바로 두브로브니크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 여행의 백미는 성벽 위를 걸어 보는 것이다. 13~16세기에 지어진 성벽은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하다. 성벽의 길이가 무려 2km, 높이가 25m, 두께가 넓은 곳은 6m에 달한다.

성벽은 마치 바다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성벽 위에 오르면 한편으로는 붉은 지붕으로 채색된 구시가지의 속살이 구석구석 들여다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드리아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단지 이 성벽에 오르기 위해 수천km를 달려와 두브로브니크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성안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성벽 안의 풍경은 아늑하고 사랑스럽다. 도시의 수호성인 성 블라이세를 기념하는 성당과 스폰자 궁전, 렉터 궁전 등은 이방인들도 반긴다.

두브로브니크는 그 독특함 때문에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으며 유고 내전 때도 전쟁의 폭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제 2도시' 스플리트에는 노천 바들이 즐비하고 뜨로기르에서는 아늑한 포구마을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

호수와 봄 설산의 유혹 - 캐나다 로키캐나다 로키는 봄까지 호흡이 가쁘다. 국내에서 스키 시즌이 끝나는 3월이면 오히려 이곳 스키장은 축제의 절정에 접어든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BC주 휘슬러가 캐나다의 대표 스키장으로 명성을 굳히며 상업화 됐지만 로키의 스키장에서 느끼는 매력은 색다르다.

규모나 설질 면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로키가 전해주는 화려한 풍광을 즐기며 한적한 '대통령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밴프 국립공원에서는 이른 새벽 오두막 정문 앞에서 선한 눈의 사슴과 마주치거나 전나무 숲 아래에서 뿔이 멋진 엘크 무리를 만나기도 한다.

로키의 감동은 우뚝 솟은 봉우리뿐 아니라 일대에 흩어져 있는 300여개의 호수 때문에 더욱 도드라진다. 그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빅토리아 빙하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레이크 루이스 호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딸인 루이스 공주의 방문을 기념해 이름이 붙어졌는데 '작은 물고기들의 호수'라는 앙증맞은 별칭도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니 호수들에서 즐기는 휴식이 더욱 보드랍고 감미롭다. 호수를 독차지한 채 캠핑카에 머물며 호숫가에서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거나 하룻밤 묵는 체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여행자들의 아지트인 밴프타운에서의 달콤한 휴식은 로키여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밴프 타운의 대표 명물은 온천이다. 밴프 핫 스프링스 온천은 에프터 스키족들을 위해 연중 쉼 없이 문을 연다. 1884년 철도 노동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온천은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설퍼산으로 오르는 밴프 곤돌라가 있다. 설퍼산은 반드시 문을 여는 오전 10시쯤 일찍 올라 본다. 전나무 아래로 상고대가 핀 모습과 광활한 로키의 광경을 아무 방해 없이 고요하게 음미할 수 있다.

추억의 허니문 섬과 화산 - 하와이 마우이봄은 허니문의 계절이다. 10년 전 추억을 되새기며 하와이로 떠나는 것도 감미롭다. 단 기억속의 하와이가 와이키키 해변이 전부였다면 생각을 바꾸자.

132개나 되는 하와이 군도 중 마우이섬은 매혹적이다. 마우이에는 '즐길 것이 100개가 넘는다'는 책자가 버젓이 안내센터에 꽂혀 있다.

무엇보다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것은 할레아칼라 화산이다. 해발 3058m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휴화산은 달 표면을 닮았다. 둘레 34km의 거대한 분화구 안에는 9개의 크고 작은 분화구가 담겨 있고 달을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들 역시 대부분 이곳에서 촬영됐다.

할레아칼라 한 곳만 내세운다면 호놀룰루에서 마우이까지 이동하는 비행기 값이 아까울 수도 있다. 승용차를 몰고 북쪽해안인 후키파 비치를 꼭 가본다.

하와이 여기저기서 서핑을 즐기는 초보자들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곳 저스 해변은 '뛴다 난다'하는 베테랑 서퍼들만 모이는 곳으로 '내셔널 지오그라피'에도 나온 서퍼들의 천국이다. 서핑 못해도 파도에 몸 실은 구릿빛 서퍼들만 구경해도 가슴은 콩닥콩닥 뛴다.

마우이섬 서쪽으로 향하면 북쪽바다와 달리 온화한 호수 같은 바다를 만난다. 그곳에 마우이 최대의 휴양지인 카아나팔리 해안이 있다. 카아나팔리 남쪽 도시인 라하이나는 하와이 왕국의 옛 수도로 19세기 포경선들이 몰려든 곳이다.

하와이 왕조를 통합한 카메하메라 왕의 궁전 잔해뿐 아니라 1901년부터 고래잡이 선원들이 묵었던 '파이어니어 인' 호텔도 버젓이 남아있다. 낚싯배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포구에서는 어른 키만한 생선 마히마히가 직접 거래되는 정경을 볼 수 있다.

라하이나 북쪽으로 펼쳐진 카아나팔리 해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조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인근 카팔루아 플렌테이션베이 골프 코스는 매년 PGA 투어가 열리는데 해변과 함께 한 골프장이 예쁘다. 클럽하우스에 가면 타이거 우즈와 위성미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에 가슴 뿌듯해진다.

태국 여행의 새로운 명소 - 꼬창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태국 여행의 새로운 유망주는 꼬창이다.봄 허니문 뿐 아니라 가족여행, 배낭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꼬창은 규모로만 따지면 푸켓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다.꼬창 외에도 꼬막, 꼬와이, 꼬 룬 등 50여개의 섬들이 대열을 갖춰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큰 섬들의 군락이어도 그동안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기에 한적한 휴가가 가능하다.자유여행자들이나 하나 둘 들르던 한적한 섬은 후아힌, 꼬사무이 등이 태국의 허니문여행지로 새롭게 부각될 때도 오랫동안 잠잠했다.

최근 고급 리조트들이 문을 열고, 몰디브 같은 바다빛깔이 알려지면서 꼬창에 여행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꼬창에는 제법 훌륭한 해변이 여럿 있지만 론리 비치를 놓치면 곤란하다.론리비치에 들어서면 지중해의 한 해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꼬창을 찾는 유럽의 젊은 배낭족들이 선호하는 비치로 분위기가 오묘하다.섬 남쪽 방바오에서 바다로 나가는 호핑 투어 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콘티키 투어다.이 일대 스노클링 프로그램 중 가장 질 높은 서비스를 자랑한다.꼬막 꼬론 꼬크랑 등으로 향하는 뱃길에는 다양한 산호군이 있고 몰디브에서나 볼 수 있다는 하늘색 라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푸켓 등지와 달리 이곳 산호들은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색창연한 열대어들의 서식처가 됐다.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다이빙 포인트도 곳곳에 널려 있다.훈풍이 부는 남반구의 보물 - 서호주 퍼스시드니 등 호주 동부 여행이 식상할 때도 됐다. 서호주 퍼스로 가면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신세계를 만난다.

퍼스는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연중 푸근한 봄날씨를 자랑한다. 피부로 체감하는 사람들의 친절함은 더욱 따뜻하다.

퍼스에 도착한다면 먼저 언덕 위 킹스 파크에 들러야 한다. 문명의 스카이라인과 푸른 스완강이 조화를 이루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도심으로 나서면 퍼스의 상징이 된 스완벨 타워에서 종치기 체험을 신호로 투어를 시작한다.

다운타운의 보행자 거리인 머레이 스트리트 몰 광장에서는 연중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헤이스트리트 몰 런던코트는 런던의 골목길을 옮겨놓은 듯한 인상깊은 길이다.

노스브리지 초입에는 박물관, 미술관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 중 호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서호주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을 빼놓치 말 것.

노스브리지에 몰려있는 아시아풍의 노천카페와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운치 있다.퍼스가 자유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도심의 웬만한 코스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고 공짜버스도 다니기 때문. 대부분의 박물관 입장도 무료다.

스완강을 따라 내려오면 바다와 맞닿는 곳에서는 항구도시인 프리맨틀을 만날 수 있다. 프리맨틀에서 낭만을 향유할 곳은 카푸치노 거리다. 고풍스런 노천카페에 죽치고 앉아 커피 향에 푹 빠질 수 있다.

전통시장인 프리맨틀 마켓은 바로 옆에 나란히 붙었는데 주말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호주 서남부는 와인산지로도 유명하다. 마가렛리버를 따라 늘어선 와이너리를 돌며 그윽한 호주 와인 한잔에 취할 수도 있다.

봄날 아침의 산수유 골목 - 구례 상위마을우리 땅에서 맞는 봄 역시 운치 있다. 봄이 오면 섬진강을 거슬러 산수유를 보기 위해 구례로 간다.

남도의 봄소식을 매화보다 먼저 전하는 게 수줍은 산수유들이다.구례군 산동면 위안리의 상위마을은 온통 노란 산수유로 채색돼 있다.이곳에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노란 터널을 홀로 거니는 여유를 독차지할 수 있다.상위마을은 마을을 감고 도는 계곡을 따라 수만 그루의 산수유나무들이 피어 있어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외지인들은 산수유 핀 좁은 골목을 거닐기도 하고 계곡을 따라 호젓한 봄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산수유 꽃은 '불변'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연인들의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마을 길, 어깨를 맞대고 산책할 만한 좁고 이끼 낀 고샅에는 '사랑의 돌담길'이라는 낭만적인 이름도 붙어 있다. 언덕위 정자인 산유정에 오르면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위마을 아래 반곡마을 대평교는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했던 곳으로 상동면 곳곳에 봄의 흔적이 묻어 있다. 산수유를 만끽했으면 섬진강을 따라 달려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에도 들려본다.

지리산, 섬진강을 거쳐 스며든 봄바람은 청매실농원이 자리 잡은 매화마을을 온통 흰꽃으로 장식한다. 해마다 봄이 오면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에는 100만 그루의 매화나무가 꽃눈을 뿌린다. 섬진강 따라 861번 도로에 늘어선 매화는 '설렘'의 줄을 긋는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섬진강을 건너면 길은 쌍계사로 이어진다.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에 간다면 작은 봄추억을 가슴에 새길 수 있다.

3월이면 완전 '게판' - 울진 죽변항울진 죽변항은 초봄이 되면 완전 '게판'이다. 대게집은 20여 곳이 들어서 있고 다리 번쩍 쳐든 으리으리한 왕게들이 해뜨기 전부터 길손을 유혹한다. 영덕이 대게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실제 대게 수확량은 울진이 두 배 가까이 된다. 설 지난 3월이 대게의 속살이 알차고 맛있을 때다.

죽변항 여행은 입보다 눈이 먼저 즐겁다. 본격적인 대게 경매는 오전 9시쯤. 어판장에 널린 게는 물게, 홍게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최상품인 박달대게는 7~8년 된 것으로 속살은 짠맛이 아닌 단맛을 낸다.

나른한 오후에 죽변항 골목을 거니는 기분은 한갓지고 달콤하다. 선착장과 중심도로 사이에는 사람 하나 간신히 오갈 수 있는 골목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골목에서 아주머니들은 가자미도 말리고 빨래도 말리며 고즈넉한 어촌마을 풍경을 만들어낸다.

죽변항은 드라마 한편으로 더욱 운치를 더했다.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배경이 된 죽변항에는 시장, 포구마다 드라마의 사연이 묻어 있다.

울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포구들이 사연만큼이나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7번 국도, 삼척과 울진의 경계에 놓인 자그마한 고포항은 작은 포구가 강원도와 경상북도로 갈린다.

골목을 기준으로 붉은 벽돌집은 강원도 삼척에 속해 있고 흰 벽돌집은 경북 울진 소속이다. 음력 정월이 지나 고포항에서 채취하는 미역은 맛이 좋아 고려 때부터 왕실에 진상되기도 했다.

고포에서 죽변항으로 향하는 길에는 덕구온천도 자리잡았다. 온천욕을 하기 전 자연용천수가 솟는 곳까지 덕구계곡 트래킹도 가능하다.

물안개 피는 두물머리를 보다 - 남양주 수종사봄이 오는 길목에는 절이 아름답다. 그 사찰에서 작설차 한잔 음미하며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남양주의 작은 사찰인 수종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몸을 섞는 두물머리를 남몰래 조망할 수 곳이다. 서울에서 가볍게 하루 나들이를 떠나기에 좋다.

청평호에서 피어나는 새벽녘, 해질녘 뽀얀 운무는 수종사뿐 아니라 운길산까지 자욱하게 뒤덮곤 한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은 이곳을 '천하제일의 명소'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이곳의 남다른 매력은 대웅전 앞에 자리잡은 찻집인 '삼정헌'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맛이 좋아 초의 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가 차를 즐겨 마시기도 했던 곳에 삼정헌이라는 찻집을 세웠다. 통유리창 너머로 두물머리를 내려다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데 물안개 피어 오르는 봄에 여유롭게 마시는 차의 향기와 맛은 일품이다.

세조가 오대산에서 뱃길 따라 환궁을 하다 양수리에서 범종소리를 듣고 기이하게 여겨 가람을 짓게했다는 유래를 지닌 수종사는 이 밖에도 볼만한 유물들이 여럿 있다. 세조 때 심었다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500년이 넘었고 둘레가 7m나 된다.

왕명에 의해 만들었다는 8각형 부도와 사리와 불상이 다수 나왔던 5층 석탑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종사에는 금강문이나 사천왕문이 없어 그만큼 관대하고 문턱이 낮은 사찰의 느낌을 전해준다.

등산객들에게는 이곳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에 오르는 트래킹 코스가 인기가 높다. 운길산은 서쪽 적갑산에서 시작해 예봉산까지 종주할 때 기준이 되는 산이다. 수종사 초입에서 정약용 생가터까지 승용차로 10분 거리. 그곳에 남겨진 정약용의 글귀 속에서도 영롱한 수종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봄 드라이브의 최고 명소 - 남해봄 드라이브의 최고 명소는 남해다. 푸른 바다를 가로지른 남해의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봄기운은 가득하다. 섬과 섬으로 연결된 삼천포대교를 지나 남해도의 동쪽 해안을 달린다. 창선교, 물건리를 거쳐 미조항까지 이어지는 물미 해안도로는 절벽 같은 해안도로에 볼거리가 풍성한 드라이브 코스다.

창선교 아래로는 멸치잡이 죽방렴이 늘어서 있다. 이런 원시 죽방렴은 전국에서 자취를 감추고 남해에만 남아 있다. 물미 해안도로에서 이국적인 풍경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곳은 주황색 기와를 얹은 이국적인 펜션들이 늘어선 독일인 마을이다.

이 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교포들의 집단 귀향촌으로 조성했는데 20여 채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포구와 조화를 이루고 서 있다.

물미 해안도로 끝자락에는 남해에서 가장 큰 포구인 미조항이 자리잡았다. 미조항은 멸치잡이배의 집어항으로 멸치회, 갈치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밀집돼 있으며 새벽이면 횟감을 내놓는 위판장도 들어선다.

남해의 봄 여행은 남서를 가르는 국도를 지나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마무리한다.108개의 소담스러운 계단식 밭이 바다로 연결된 가천마을에 들어서면 할머니들이 막걸리를 평상에 내어 놓고 판다.

이곳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손두부와 함께 내놓는 가천 할머니 막걸리는 별미로 통한다.가천마을을 뒤로 하고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는 구미숲과 충무공의 사연이 담긴 이락사를 지나면 남해대교다.

국내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남해대교의 낙조는 남해 드라이브의 대미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정경을 선물한다.

대나무의 품에 안기다 - 담양담양 봄나들이의 큰 벗은 역시 대나무다. 전국 대나무 서식지의 70%가 담양에 있고, 봄이면 대나무축제도 성대하게 열린다.

대숲 산책로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 메타쉐쿼이어 길을 지나쳐 닿는 금성면 대나무 테마공원이다.

큰 숲에 들어서면 성인이 된 대나무들은 몸을 부딪치며 사랑을 나눈다. 대숲은 고요할 때 찾아야 운치가 있는데 복잡한 도시보다 더 빽빽한 숲이지만, 바람과 하모니를 이뤄 가슴 깊숙한 오케스트라를 들려준다.

녹색 잔치는 담양읍내로 들어서면서부터 짙고 옹골지다. 대나무 산책길로 유명한 죽녹원이 있고 그 앞 관방천 제방에는 300년 이상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2km가량 도열해 있다.

관방제림은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은 것인데 이팝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이 풍치림을 이뤘다.

담양읍내에서 순창을 잇는 24번 국도길은 하늘을 가린 메타세쿼이어의 세상이다. 이 길에서 영화 '화려한 휴가' 등 다양한 장면을 찍었다. 이 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도 여러 번 선정됐다.

담양은 정자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 중 광주호 지나 위치한 소쇄원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인간의 손길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낙원 같은 정자다. 시냇물쪽 계원 마루에 앉으면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리며 나온다.

정자는 담양의 트레이드마크인 대나무숲과 호젓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행 후 담양 요리의 대명사인 대통밥, 죽순요리로 배를 채우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다.

글·사진 서영진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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