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위기와 정책의 실패
[머니투데이 황철기자][[thebell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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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3월15일(10:1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건설사 연쇄 부도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견 업체 성원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임박하면서부터다. 유동성난에 봉착한 대여섯개 기업의 추가 퇴출설도 나돌고있다. 사명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이들(성원건설 포함) 모두 지난해 금융권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건설사들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부도 위기와는 멀찍이 떨어져 있다는 평을 얻은 중견사들.
지금까지 B등급에서만 세 개 기업(신창건설·현진·성원건설)이 워크아웃·법정관리를 신청했으니 'B등급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일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금융권의 분별력도 문제지만 당국의 정책 실패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변죽만 울린 고강도 구조조정 △용두사미로 끝난 부동산 경기 부양책 △섣부른 출구 전략에 따른 혼선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한 정책이 기업의 자구 의지를 꺾고 업종 내 양극화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오락가락 미분양·PF 대책 '화' 불렀다
미분양·부동산PF 관련 리스크는 건설사 위기의 핵심이다. 지금까지도 고질적 미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자산관리공사 중심으로 부실 우려 사업장의 PF채권을 사후정산 조건부 방식으로 매입해 왔다. 이를 통해서만 2조5000억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또 저축은행에서 시행하던 'PF 대출 자율 구조조정 협약'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하기도 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도 조세 감면, 각종 규제 완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미분양 주택 구입시 취·등록세 면제, 투기·과열지구 해제, LTV 상향 조정 등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건설업계 유동성을 우회 지원했다.
대한주택보증·한국주택공사 등 공기업을 동원해 미분양 주택 매입과 담보 제공 등 직접적 자금 투입에도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까지 미분양·부실PF 규모는 소폭이나마 줄었다.
하지만 이번 건설업계 연쇄 부도설에서 추론할 수 있듯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일단 지방 미분양 물건은 중견사들의 부담을 해소할 만큼 뚜렷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도리어 지난해 연말(11월, 12월)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또다시 LTV·DTI 규제를 확대해 부동산 시장 침체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자제를 유도하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주택 수요를 줄였다.
수개월 만에 전환한 금융 규제 강화에 중소형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고충을 겪어야 했다. 이들의 경우 지방 사업장 한두 곳의 부실로도 회사 전체 자금 흐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차별 지원책, 건설사 자구 의지 약화
일시적 경기 부양을 위한 지원 정책은 건설사의 자생력을 약화하는 부작용으로도 나타났다.
당국은 건설업종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것을 우려해 한계 기업의 과감한 퇴출을 실행하지 못했다. 도리어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대대적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자구 의지를 약하게 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건설사 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할인 분양 등 손실을 감수한 대책을 실행에 옮긴 건설사는 거의 없다.
물론 이번 연쇄 부도설이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몇몇 중소 건설사의 회생제도 신청이 금융권 전반의 심각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적다.
하지만 고강도 구조조정과 특단의 대책을 공언한지 1년여 만에 위기설이 다시 나온 연유는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부·금융권의 대응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원칙이 사라진 '당근' 정책보다는 한계를 드러내면 대형사라도 과감히 잘라낼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처는 덮어둘수록 깊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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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기자 bigg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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