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양도세 감면 연장 왜 나왔나?
당정이 18일 지방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연장을 갑자기 발표한 표면적인 이유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통한 지방경기 활성화'다.
1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주택은 11만9039가구이며 이 중 지방 미분양 주택은 9만3123가구로 전체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현재 상황이 과거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며 정부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해왔다. 분양이 안되니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이 많아 '부도설'이 나돌 정도였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퇴출 대상인 'D등급' 판정을 받은 성원건설은 최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택전문 중견 건설업체의 경우 미분양ㆍ미입주가 겹쳐 돈 들어올 데는 없고 금융회사들은 자금줄을 죄고 있어 '돈줄'이 말랐다. 신규대출은 고사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과 회사채 상환자금 마련도 막막했다.
급기야 중견 건설사 협력업체들이 은행을 찾아가 밀린 공사비를 달라며 시위를 벌이는 사태까지 발생했을 정도다. 월드건설 협력업체 소속 400여 명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으로 찾아가 월드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월드건설이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공사비 지출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아 직원들에게 봉급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대구의 경우 미분양 물량의 3분의 2가량이 준공 후 미분양일 정도로 상황이 매우 악화돼 있는 상태"라며 "이러한 악성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가 오는 6월 2일 예정된 지방선거를 의식해 나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11일 양도세 감면 연장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미분양 증가 추이를 살피며 재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국토해양부가 2월 11일 내놓은 해명자료를 보면 '2월 11일 종료되는 양도세 감면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조치였으며 추가 시행 여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돼 있다.
정부가 이러한 '오락가락' 입장을 보임에 따라 향후 수도권에 대한 양도세 감면 연장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당정은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해 양도세 감면을 연장하면서 건설업계의 자구노력, 즉 분양가 인하와 연계해서 양도세 감면율을 차등화하기로 한 것은 '모럴 해저드'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당정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폈다는 비판이 다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용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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