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양도세 감면부활 왜 나왔나
- 재정부 "양도세 감면 연장 효과 없다"
- 성원건설 법정관리 신청 후 건설업 위기설 확산
- 고용시장 악화 속 건설사 지원으로 입장선회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정부가 고심 끝에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을 부활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주택에 한해서다.
당초 미분양주택 양도소득세 감면 효과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기획재정부가 성원건설(012090) 퇴출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건설업계 위기설에 전격 양도소득세 감면 부활을 수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건설업계가 어려워질 경우 가뜩이나 악화된 고용시장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과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압력도 작용했다.다만 전국단위로 양도소득세 감면을 부활할 경우 미분양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사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방 미분양에 한해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 재정부 `양도세 감면 연장 효과 없다` 입장 고수
정부는 지난해 2월 12일부터 올해 2월 11일까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전국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시행했다. 지난 2월11일 이 제도가 종료되면서 건설업계는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내세워 1년 연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정부는 추가 연장은 없다며 2월11일 종료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한 데는 건설업계가 자구 노력 없이 양도세 한시 감면 종료를 앞두고 무리하게 밀어내기식 분양을 한 데다 수요 예측도 없이 지방에 아파트를 짓는 데만 급급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양도세 감면 혜택을 한시적으로 시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건설업계는 분양가 인하 등 자구노력을 펼치기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에만 열중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 시점에서 미분양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할 경우 또 다시 건설사들이 분양에 나설 것이고, 이 경우 또 다시 미분양이 쌓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며 "일단 미분양 추이를 지켜본 뒤 제도 연장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선 미분양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 부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17일 국회에서 미분양주택 양도소득세 감면제도 연장여부를 묻는 의원 질문에 대해 "연장한다고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전제하고,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당시만 해도 재정부 안팎의 분위기는 미분양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를 연장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 건설업 위기설· 고용불안 확산, 지방선거 앞둔 정치권..재정부 입장선회
양도소득세 감면 연장에 난색을 표하던 재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 시점은 성원건설 법정관리 신청과 악화된 고용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성원건설은 지난 8일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법정관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때부터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건설업 동반 부도설이 표면화됐다. 건설업계가 흔들리고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 건설업체가 늘면서 금융권도 동반 부실화되는 양상으로 번졌다.
건설업종의 눈에 띄는 고용악화도 재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이유다. 2월 실업률은 4.9%를 기록했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10년 만에 최악을 나타냈다. 건설업종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비교해 고용 창출 여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업체의 부실은 고용시장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올 국정 최대 과제가 고용 문제인데, 건설업종이 흔들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고용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건설업 지원방안을 검토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 재정부 "분양가 인하 등 자구노력 전제, 지방 미분양만 대상"
하지만 전국 단위의 미분양 양도소득세 감면을 부활할 경우 밀어내기식 분양과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었다. <기사참조: 지방 미분양 양도세 감면, 자구노력 전제 부활검토> 이런 이유로 정부가 꺼낸 카드가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를 부활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해 시행한다는 방안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상품이 안 팔리면 기업이 물건을 싸게 팔아서 처분해야 하는 게 순리"라며 "최소한 소비자들이 시세 차익에 대한 매력을 느낄 정도로 분양가를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또 "미분양 문제 해결의 가장 핵심은 지방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라며 "수도권 내 미분양이나 신규 분양까지 지원할 경우 미분양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당, 정은 내년 4월 30일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해 분양가 인하를 전제로 양도소득세 감면을 차등 적용하는 대책을 18일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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