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수원공장 '석면' 철거, 적법하면 왜 공개 못해

박엘리 2010. 3. 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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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서쪽에서 40여년간 석면제품을 생산했다가 현재는 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KCC 수원공장이 철거를 단행하면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KCC수원공장 석면문제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KCC 수원공장은 부지면적이 16만4000㎡, 건축면적은 7만3000㎡에 달하며 이 엄청난 규모의 석면공장에서 철거로 발생하는 석면폐기물은 약 2600톤에 달한다.

문제는 유동인구가 10만 명인 '수원역사'가 공장 뒤쪽에 있고 반경 2km 이내 초등학교가 8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가 3곳에 달하며 총 8만5929명의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정부당국, KCC측은 시민안전을 위한 비상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KCC 수원공장은 지난 40년간 석면 제품을 생산했고 공장도 석면슬레이트로 지어져 이에 대한 불안이 높지만 주민설명회는커녕 석면 철거 사실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하나 없어 주민들은 석면 철거 공사를 하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인근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학생들 안전이 최우선인데 이런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그는 "학기 중에는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겠냐"며 학기 중에 공사를 진행하지 말 것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KCC 수원공장 석면문제 시민대책위'의 기자회견이 있고 난 이후 제보도 이어졌는데 수원에만 7.8cm의 눈이 내렸던 지난 10일에 석면이 비산되지 않도록 밀폐시키는 역할을 하는 '비산방지막'이 무너져서 보수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만일의 사고에 대한 '불감증'을 여실히 증명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비닐시트나 철거 노동자가 착용했던 방진마스크, 작업복 등은 석면폐기물로 분류돼 점심을 먹으러 갈 때도 다 폐기하고 다시 새 것을 착용해야 하는데 KCC 수원공장의 경우 식당이 따로 분리돼 있어 이런 것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가 필요함에도 이 모든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석면 철거 단가도 법상 '표준품셈'이라고 나와 있긴 하지만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어서 현재로선 업체의 양심에 맡길 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경부와 지자체, 노동부에서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우리 부서 소관이 아니어서 권한이 없다"는 것과 "법에서 규정한 대로만 하면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이었다.

환경부는 현재 작업장 외부에 대한 석면관리기준은 없으며 노동부에서 석면 해체‧제거 사업장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며 KCC에 대한 별도 대책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본청에서 업체 관리‧감독을 다 할 수는 없고 지청에 문의하라"며 "상식적으로 작업장 기준이 잘 지켜지는 게 최우선이며 기준만 잘 지켜진다면 외부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관할 수원시청은 현재 석면 관련한 담당부서조차 없으며 지자체장에게는 비산먼지와 폐기물에 대해서만 지도 권한이 있으므로 노동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KCC 최윤 홍보팀장은 "이중 삼중으로 안전하고 적법하게 철거를 하고 있다"며 "수원시에서도 현장을 둘러보고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대답만 할 뿐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내 표지판의 경우도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대기'를 규제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작업 중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법의 취지이고 외부에 안내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법의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잠복기가 10년~50년인데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성인이 돼 한참 활동할 나이에 폐암과 중피종암 등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안이 중대하고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만큼 '현행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원환경운동연합 장동빈 사무국장은 "법적인 기준치 보다도 언제 어디에서 석면의 비산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 모니터링이 안 돼 제대로 안전기준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수원시민들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안전조치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최예용 집행위원장은 "일단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이고 피해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려면 작업장 안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으므로 CCTV를 설치하고 주민감시단을 두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남서초환경연합이 노동부를 상대로 한 '강남고속터미널 해체' 정보공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판결문을 통해 "석면제거 허가서의 공개로 인해 향후 시민들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석면노출로 인한 시민들의 생명 신체상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적법절차에 따라 참여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정책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수원지청 산업안전과 담당감독관은 "시민감시단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법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법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했다면 경영상 결정에 의해서 했다고 밖에 할 수 없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원숭이 보는 것처럼 전부 감독하면 사유재산에 얼마나 피해가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메디컬투데이에 있습니다.

마이데일리 제휴사 /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 ellee@mdtoday.co.kr) 관련기사폐암 걸린 노동자 석면 관련성 인정 '최초' 판결충남 홍성, 보령 등 석면피해주민 구제 길 열려환경연합, "석면법 계류 중인 동안 피해자 줄줄이 쓰러져"서울노동청-서울시, 함께 '석면관리' 나서학교에서 경고문도 없이 석면폐기물 불법 처리를?"석면이 위험물질인지도 몰라"·…석면해체 작업자 건강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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