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분양 공공 뜨고 민간 지고
아파트 분양시장이 최근 공공주도로 바뀌고 있다.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각종 규제로 민간부문의 아파트 공급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데 비해 정부가 주도하는 보금자리주택과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경기침체로 민간건설사의 미분양 적체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 주택 공급 확대는 민간부문의 주택 공급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금자리·시프트 '쏠림' 가속화1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민간부문의 분양 물량은 1663가구로 같은 기간 공공부문 분양물량(2414가구)보다 적었다. 2월 민간공급물량은 지난 1월(1만2590가구) 대비 86% 급락한 것이다.
서울·수도권의 민간공급물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말부터 위축되기 시작해 2009년 4월까지 공공물량에 뒤처졌으나 양도세 감면혜택 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나면서 2009년 하반기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난 바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보금자리주택과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공공물량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민간건설사들은 공공공급 기간에는 신규분양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일정이 겹칠 경우 수요자를 공공에 뺏길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 올 들어 민간공급아파트의 경쟁률이 미달사태를 빚고 잇는 가운데 지난 9일 첫 사전예약 접수를 시작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이 98.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이날 서울시가 공급한 우선(특별)·일반공급 1순위자와 고령자주택 만 65세 이상인 사람에 대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2014가구에 대한 접수를 받은 결과 오후 2시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총 3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현장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오후 5시 마감까지 약 5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지방 미분양에 건설사 '시름'공공이 인기몰이가 가속화되면서 미분양과 경기침체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민간건설사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양도세 감면혜택이 종료된 상황에서 미분양 적체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견건설사를 중심으로 공공이 오히려 밥그릇을 빼앗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부건설 김경철 상무는 "주택공급은 원래 민간시장에 맡기는 것이 원칙인 상황에서 공공이 주도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며 "저렴한 분양가를 무기로 공공이 주택 수요를 전부 휩쓸어가는 구조에서는 민간건설사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간건설 시장을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규제로 묶어 놓은 상황에서 공공이 저렴한 가격으로 수요를 맞춘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김 상무는 또 "공공이 공급하는 천편일률적인 주택은 서울과 수도권에 포진한 다양한 수요자층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서 "도시계획상에서도 공급 이후에 수요에 맞지 않는 집을 양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권주안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은 민간주택 공급 감소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민간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수요를 진작시키면서 공공의 공급을 병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권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수요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양도세감면 연장이나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세 면제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부건설 김 상무는 "지금은 1가구 1주택이 아닌 1가구 2주택을 장려해야 할 상황까지 건설경기가 악화됐다"면서 "공공이 공급을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를 풀고 수요를 진작시키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
/mjkim@fnnews.com 김명지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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