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높이자' 머리맞댄 정부·학계·전문가

2010. 3. 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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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위기를 넘기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후유증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재정적자(관리대상 수지 기준)는 국내총생산 대비 5%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도 빠르게 늘어나 GDP 대비 35.6%로 늘었다. 5% 이상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 세입은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에 따라 세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매일경제는 2일 윤경호 경제부장의 사회로 정부, 학계, 연구소 전문가들과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앞으로 시행 시한이 있는 비과세 감면 규정은 원칙적으로 일몰(시행 종료)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향후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정기 국회에 제출할 세법개정안을 7월 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서 각종 비과세 감면 규정에 대한 일몰 연장여부가 결정된다.

윤 실장은 "지난해까지는 경기 부양 정책 때문에 비과세 감면 규정을 축소하는 데 제한이 많았지만 이제 정부 정책의 주안점은 재정건전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윤 실장은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을 지난달 11일 예정대로 종료한 것과 노후차 교체 세제 지원을 지난해 말로 끝낸 것도 이런 정책적 목표 아래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 회복을 위해 도입한 고용증대 세액 공제 외에는 인적 세액 공제도 확대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윤 실장은 "지난해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특수한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며 앞으로 3~4년간 차분히 시간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 기준을 선진국에 두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의 국가채무 수준이 매우 안 좋은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비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말하는 것은 준거 기준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재정 지출은 교과서식으로 썼다가 줄이기 힘들다"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그 사이 재정규율들이 약해진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재정 안정을 위한 공기업 개혁은 더욱 강조됐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공기업 선진화"라며 "감세를 강하게 추진하는 만큼 공공부분 구조개혁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불필요한 공공기관은 민영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세외 수입도 생기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2.7%로 억제한다고 하지만 공기업의 보증채무, 잠재채무까지 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재정지출 총량제가 효과적인 방안으로 논의됐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스웨덴에서는 연초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세출 총량을 정하고 20여 개 그룹별로 총량까지 정해서 세출 내용을 관리하며 이 기준은 국회에까지 구속력을 가진다"며 "총액배분 자율편성(톱 다운) 방식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예산안 공식 서류로 제출되는 조세지출예산서에 정부의 기본 계획을 담겠다고 밝혔다.

조세지출예산서는 비과세ㆍ감면ㆍ공제 등 원칙적으로 내야 하지만 정책적 감면조치에 따라 내지 않는 세금이나 직접적 예산지출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내역을 예산 서류에 첨부하는 것이다.

윤 실장은 "향후 세출 구조조정의 초점을 복지 전달 체계, 교육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서구 수준의 복지 수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며 "복지 지출도 조세부담률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성장 잠재력 높이려 면일관된 감세정책 필요

= '저출산ㆍ고령화 예산, 일자리 창출 예산, 교육 개혁 예산 등등….' 이명박 정부가 최근 들어 중점적으로 예산을 늘리기 시작한 분야다. 감세 기조를 내세운 정부로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이같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예산까지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감세 철학'이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해까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닥치면서 기존 조세정책을 바꾸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면서도 "점차 재정압박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감세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이냐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감세는 단기적인 재정적자를 각오하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는 계속 밀고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산권이기에 조세개혁은 힘들므로 합리적인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며 "감세의 큰 틀은 나왔지만 이에 상응하는 조세구조와 지출구조의 조정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감세 기조가 궁극적으로 세수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감세 정책은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ㆍ투자 제고를 통해 경제 회복을 앞당기고 세입 여건을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그동안 (높은) 세율이 근로의욕이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비과세 감면을 늘리는 등 왜곡시킨 부분이 있다"며 "감세는 전체적인 조세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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