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크레이지 하트'

백승찬 기자 2010. 3. 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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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음악에 어울리는 퇴물가수의 애환

배드 블레이크는 57살 먹은 컨트리 가수다. 한때 인기 있었지만, 지금은 시골 볼링장에 무대를 차려놓고 노래하는 신세다. 그는 수차례의 결혼을 모두 실패한 뒤, 낡은 모텔방에서 위스키와 성인영화에 의지해 살아간다. 블레이크에게 기자를 지망하는 싱글맘 진이 다가온다. 블레이크와 진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지만,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기에 둘은 너무 험한 길을 걸어왔다.

미국 남서부의 보수적인 중장년 백인들을 주요 팬으로 삼는 컨트리 음악은 삶의 애환을 구슬프게 때로 흥겹게 노래하는 장르다. 한국으로 치면 트로트와 비슷한 위치의 음악이다. 술에 절어 걸걸한 목소리의 퇴물 가수의 삶을 그리는 데 제격이란 뜻이다.

< 크레이지 하트 > 의 주인공은 제프 브리지스다. 단순히 주연을 맡았다는 의미에서뿐 아니라 영화 전체의 흐름을 장악한다는 뜻에서 그렇다. 늙고 추레한 몸매의 브리지스가 웃통을 드러내고 낡은 침대에 누워 기타줄을 튕기는 장면에선 그의 땀냄새와 술냄새가 화면 바깥까지 배어나오는 듯하다. 생후 4개월부터 영화에 얼굴을 비쳤다는 이 60대의 노장 배우는 < 크레이지 하트 > 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다섯번째 노미네이트됐다. 그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기력도 쇠한 노장의 마지막 열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 크레이지 하트 > 는 지난해의 화제작 < 더 레슬러 > 를 연상케도 한다.

좋은 음악은 세계적인 보편성을 띤다. 한국에서 인기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 크레이지 하트 > 의 컨트리 음악은 한국 관객에게도 진득하고 얼큰하게 들릴 법하다. 4일 CGV 압구정·대학로·오리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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